[메인인터뷰] ‘남과 여’ 전도연 “사랑하는 건 언제나 쉽지 않아요”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6-02-19 11:58:13
진보연 기자 ent@ ‘칸의 여왕’, ‘멜로 퀸’, ‘연기 甲’ 등 수많은 수식어를 수식하는 배우 전도연이 정통 멜로로 돌아왔다.

영화 ‘남과 여’(감독 이윤기)는 눈 덮인 핀란드에서 만나, 뜨거운 끌림에 빠져드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극중 전도연은 핀란드에서 우연히 만난 기홍(공유 분)과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빠지는 상민 역을 맡았다.

‘칸의 여왕’ 전도연과 ‘로맨틱 코미디 킹’ 공유의 만남은 조합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또한 관객의 감정을 쥐고 흔드는 두 배우와 덤덤하고 조금은 건조한 이윤기 감독의 만남은 관객들의 궁금증을 더욱 끌어모았다.

‘남과 여’ 속 전도연의 연기는 그 자체로 영화에 설득력을 부여하며 관객들의 감정을 동화시킨다. 그리고 이윤기 감독은 그것이 넘치지 않도록 붙들어 준다.

“사실 이윤기 감독님과 현장에서는 그렇게 잘 맞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멋진 하루’를 같이 했었지만, 현장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라기보다는 완성된 작품을 보고 난 후에 이윤기 감독님이 더 좋아졌어요. 감독님과 저는 소통하는 스타일이 좀 달라요. 감독님은 굉장히 섬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초적인데 또 소심하기도 하세요. 반면에 저는 표현에 있어서 정말 스트레이트 해요. 스윗하지 못하죠. 촬영 현장은 치열하다 보니 부딪히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번에도 역시 좋았어요. 사실 이윤기 감독님의 시나리오가 되게 좋아요. 그리고 영화에서 표현되는 감독님의 정서도 좋아해요. 이번에도 완성된 ‘남과 여’를 보고 나서 ‘아, 내가 이런 이윤기 감독님을 좋아했었지’라고 다시 한 번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전도연은 사실 ‘남과 여’는 피해가고 싶은 작품이었다고 털어놨다. 처음 제의를 받은 게 거의 10년 전이라고 하니 ‘남과 여’가 겪은 우여곡절이 느껴지는 듯했다.

“주변에서 애 하나 낳아서 키웠다고까지 말씀들을 하셨어요. 선뜻 선택하기엔 여배우이고 아이 엄마이기도 하니,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어요. 부담스럽고 힘든 선택이었죠. 여러 번 고사의 뜻을 전했지만, 이 작품의 시나리오가 정말 좋았기 때문에 다른 여배우가 하는 거라도 꼭 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었어요. 수차례 거절해도 제 옆에 붙어있는 걸 보고, ‘이 작품을 거치지 않고선 (다른 작품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랑 인연이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그를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고민하게 했던 것은 영화 속 상민과 기홍의 부적절한 관계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관계의 불편함에도 관객들은 끝까지 몰입하고 그들의 감정에 동화될 수 있었다. 이성적, 도덕적 판단을 뒤로한 채 보는 이들을 정서적으로 이끄는 것이 바로 그것을 표현하는 배우의 힘이다.

“이들의 관계는 불륜이고, 그것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이 이야기를 어떤 사랑으로 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현실적인 부침으로 인한 도피로 만난 사랑인지, 오롯이 둘만의 끌림으로 만난 남과 여인지 선택의 문제였는데 감독님이 ‘오롯이 둘에게만 집중된 사랑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죠. 감독님이 작품 방향을 정해주시니까 좀 편해진 부분은 있었어요. 단지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작품에서 둘만 보이는 게 아니니까요”

전도연은 연기하는 자신이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의문이 관객들에게까지 전달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더욱 상민과 가까워지기 위해 애썼다. 그녀가 바라본 상민은 어떤 여자였을까.

“상민은 작품 속에서 유일하게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 인물이에요. 분명 아픈 아인데 정상적인 아이로 자라주길 바라며 사랑과 집착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 거죠.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상민의 남편은 그녀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다만 그녀의 고통을 나누며 격려하기보단 상담해주고 보호해주는 역할이 아니었나 싶어요. 이런 상황 속에서 상민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했던 것 같아요. 기홍을 만나기 전 그녀는 굉장히 건조하고 차가운 사람이었으나 그 안에는 뜨거운 것이 있었던 거죠. 스스로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기홍을 만나면서 발견한 거예요”

‘남과 여’는 제목이 시사하는 대로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들의 감정이 가장 중요한 소재이고 주제가 된다. 관계 또한 가볍지 않아서 극을 이끄는 배우의 연기가 그 어느 작품에서보다 중요한 작품이다.

“시나리오는 (영화보다) 훨씬 더 무겁고 진지했어요. 그래서 공유 씨가 하겠다고 했을 때 의아해하기도 했어요. 이 작품을 선택하리라고 예상 못 했고 ‘이들의 감정을 공유 씨가 공감했을까?’ 라는 궁금함도 생겼어요. 근데 촬영을 하면 할수록 공유 씨가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감정들을 공유 씨가 연기함으로써 그 무게감을 덜어준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서서히 스며들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워낙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라 공유 씨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아니라는 걸 알았죠. 기홍하고 닮은 부분이 있어요. 억지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에 있어서 그것이 공유고 기홍이라는걸 알게 됐어요”

전도연을 꾸며주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그중 ‘멜로 퀸’은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가장 완벽히 설명할 수 있는 말이다. ‘접속’과 ‘약속’으로 시작한 전도연의 멜로 역사는 ‘밀양’, ‘무뢰한’으로 이어졌다. 때론 잔잔했고 때론 거칠었지만, 그녀의 연기 인생의 중심에는 늘 멜로가 있고 사랑이 있다.

“사랑은 늘 어려워요. 계속 멜로 연기를 하는 건 제가 계속 사랑에 대한 판타지와 꿈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제 안에 내재돼 있고 지속적으로 관심 있어 하니까요. 주변에서 저에게 ‘왜 계속 힘든 내용의 힘든 역만 맡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저도 편한 멜로 하고 싶어요. 만약 그런 역할 제의가 들어온다면 (해본 적은 없지만)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해보고 싶고요. 근데 그런 멜로를 찾기 힘든 나이가 온 것 같아요. 40대 여배우이기도 하고, 아이 엄마이기도 하니까요. 이런 부분을 어필하며 ‘나는 못해’라는 마음은 아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선택하고 싶어요. 고은 씨 때문에 ‘치즈인더트랩’을 봤어요. 저도 그런 드라마 하고 싶지만 고은이 대신 누가 저를 쓰겠어요. (웃음) 제가 말한 선택의 폭이라는 건 이런 부분이죠”

한편 전도연은 영화 ‘남과 여’에 이어 tvN 드라마 ‘굿 와이프’를 통해 안방극장을 찾을 예정이다.

[메인뉴스 진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