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인터뷰]‘투란도트’ 박소연 “노래로 위로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6-02-22 11:32:52
진보연 기자 ent@ 뮤지컬배우 박소연이 ‘투란도트’를 통해 7년 만에 대극장으로 돌아왔다.

뮤지컬 '투란도트'는 증오와 복수심으로 차가운 심장을 갖게 된 공주 투란도트와 그녀를 향한 순수한 사랑을 노래하는 칼라프 왕자, 희생으로 자신의 숨겨운 사랑을 보여주는 시녀 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박소연은 극 중 수수께끼를 통해 청혼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얼음공주 투란도트 역을 맡았다.

박소연에게 ‘투란도트’는 많은 의미가 담긴 작품이다. 지난 2011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의 초연부터 그는 쭉 ‘투란도트’와 함께했다. 또한 박소연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시작했고, 그를 다시 세상에 나오게 해준 작품이기에 더욱 특별할 수 밖에 없다. 2009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의 뮤지컬 ‘로미오앤줄리엣’ 이후 무려 7년 만의 대극장 복귀작이 ‘투란도트’인 것은 사실 의도된 바는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사실 제가 선택한 게 아니라 제가 가려고 하는 방향과 투란도트 공연의 합이 우연히 잘 맞아떨어졌죠. 작년부터 저는 서울로 컴백해서 공연 쪽 일을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고, 마침 계속 지방에 있던 ‘투란도트’가 서울로 올라오게 됐어요. 저에겐 그래서 ‘투란도트’가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부담도 있지만 그래서 더 잘하고 싶어요"

‘투란도트’가 2010년 트라이아웃, 2011년 초연, 2012년 중국진출, 2014년 상하이국제아트페스티벌 초청, 2015년 제9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객석점유율 97%라는 계단을 밟는 동안 박소연은 늘 함께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투란도트 캐릭터 자체에 큰 변화가 생겨 그만큼 그가 표현해야 하는 부분의 비중도 높아졌다.

“‘투란도트’는 거의 매해 공연을 했어요. 작품이 매해 만들어질 때마다 계속 업그레이드 됐어요. 스태프들과 노고가 큰 작품이죠. 기존의 공연들과 이번 서울 공연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음악이에요. 음악이 두 곡 더 추가됐고요, 악기 편성도 달라졌어요. 투란도트의 동선도 변화가 생겼고요. 앞선 공연에서 투란도트는 무대 뒤쪽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는 듯한 이미지였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무대의 앞쪽에 나와서 투란도트가 겪는 내면의 갈등과 그의 감정들을 관객들에게 더욱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전달하게 됐죠”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내가 했을 때) 캐릭터의 매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그는 처음 투란도트 캐릭터를 접했을 때 걱정이 앞섰다고 말한다.

“투란도트는 굉장히 강한 이미지로 그려져서 ‘과연 나와 잘 맞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전까지는 여성스럽고 온화한 성격의 캐릭터들을 주로 해왔으니까요. 그래서 과연 이 뮤지컬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됐는데, 공연을 계속 진행하면서 내 안의 앙칼짐을 발견하는 것 같아요. 해를 거듭할수록 업그레이드되면서 현재는 초절정 앙칼짐으로 향해가고 있죠. 제 안에 저도 몰랐던 부분들이 표출되는 느낌도 들고요.”(웃음)

‘투란도트’는 과거의 아픔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간다. 본인도 그 아픔을 원치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아픔을 겪게 되고, 이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누구나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현재를 살기 때문에 ‘투란도트’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박소연은 말한다.

“투란도트라는 인물 자체가 저주에 묶여 있다가 해소되는 캐릭터에요.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이죠. 변화가 있고 갈등의 요소들이 많아 아픔이 있는 캐릭터기 때문에 어린 친구들이 하기엔 조금 버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저는 아무래도 연륜이 좀 있으니, 감정의 크기나 변화를 더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 가지 일들을 겪고 인간으로서 성장하면서, 5년 전에 했던 것보다 훨씬 수월해졌어요. 매해 공연을 해왔지만, 올해만큼 ‘투란도트’가 몸에 착착 감긴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박소연은 얼마간의 공백기 이후 다시 무대에 올랐을 때 다시 무대에 섰을 때 다른 어떤 감정보다 우선 즐거웠다. 물론 시작 전의 자의 반 타의 반 망설임은 있었지만, 막상 무대에 오르고 나니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실컷 울고 웃으며 몸은 굉장히 힘들어도 마음은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다시 무대에 오르겠다고 생각했을 때, 1년에 하는 작품의 개수에 너무 의미를 두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그것보단 나로 표현되는 캐릭터가 나에게 그리고 극을 보시는 분들에게 얼마나 깊이 남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나라는 사람이 대단히 잘났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아주 작은 비중의 정말 짧은 노래라도, 그 노래를 듣고 누군가가 위로를 받았다면 그걸로 좋을 것 같아요”

한편 지난 17일 막을 올린 ‘투란도트’는 다음 달 13일까지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메인뉴스 진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