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인터뷰] ‘리멤버’ 박성웅, ‘지덕체’ 모두 준비된 배우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6-03-03 11:39:28
[메인뉴스 이주희 기자] 선과 악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얼마나 될까. 하나의 캐릭터 안에서 복잡 미묘한 감정을 녹여낸 배우 박성웅을 만났다.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극본 윤현호, 연출 이창민, 이하 ‘리멤버’)에서 박성웅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불량 변호사지만, 과잉증후군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가진 서진우(유승호 분)의 조력자로 활약하는 박동호 역을 맡았다.

방송이 되기 전에 ‘리멤버’는 유승호의 제대 후 지상파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았고, 첫 회에서는 박성웅의 강렬한 연기로 인상을 남겼으며, 그 이후에는 흥미진진하고 탄탄한 스토리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중 박성웅은 ‘리멤버’뿐만 아니라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에서도 카리스마와 허당끼 넘치는 매력을 함께 선보이며, ‘박성웅의 재발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두 캐릭터 모두 그동안 박성웅이 맡았던 전형적인 악역에서 벗어나는 신선한 캐릭터로, 이번 작품들을 통해 그는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며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태왕사신기’는 전성기라기보다 각인이 된 정도였던 것 같다. ‘신세계’가 진짜 신세계였다. 하지만 양날의 검이라고 이후에 악역 전문 배우가 된 느낌이 강했다. 이번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이런 악역 전문 배우 느낌을 털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도 가볍고 유쾌하고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었다.”

극중 박성웅은 조폭과 변호사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머리도 좋은데다가 싸움까지 잘 하는 ‘지’와 ‘체’가 모두 갖춰진 인물로, 조금 너그럽게 보자면 ‘지덕체’ 모두 갖춰진 캐릭터다. 실제로도 박성웅은 187cm의 훤칠한 키에, 알고 보면 법학을 전공한 엘리트다.

“내가 법대를 나왔다는 것을 의외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웃음) 몸 잘 쓰는 것은 다들 잘 아실텐데, 액션신엔 웬만하면 대역 없이 하려고 한다. ‘덕’은 승호가 그렇게 되게 해줬다. 걔만 보면 광대가 승천했다.(웃음) 사실 누구 하나 잘 해서 되는게 아니라 호흡이 좋았다.”

박동호는 선과 악을 넘나드는 입체적 인물이다. 남규만 편에 서있지만 진우를 진정으로 위한다. 시청자들 역시 박동호가 칼을 갈고 있다가 언젠가는 진우의 편에 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극중 탁 검사, 곽 형사 등 많은 인물들이 뒤통수를 때려서 완전하게 믿을 수는 없었다. 오죽하면 ‘박동호가 우리 편일까 아닐까’라며 내기를 한 사람도 있을 정도.

“사실 의아했다. 많은 분들이 내가 나쁜 쪽으로 갈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전작들 이미지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배신하는 인물들이 많았는데, 나까지 그렇게 되면 제목을 ‘리멤버’ 말고 ‘배신’이라고 해야 한다.(웃음) 시청자분들이 관심 있게 지켜봐주시는구나 싶었다.”

‘리멤버’의 부제는 ‘아들의 전쟁’이다. 유승호는 그의 아버지(전광렬 분)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일호그룹에 복수하고, 박성웅도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을 가지고 있다. 남규만(남궁민 분)도 아버지의 사랑을 받기 위해 점점 더 삐뚤어진다.

이런 아들의 전쟁 속에서 박동호는 가장 외로웠던 사람이었다. 아버지 같은 사람(이원종 분)이 있었지만 그는 박동호에게 완벽한 아빠가 되어주진 못했고, 연인도 없었고, 자기 인생도 없었다. 진우를 돕기 위해 그는 남규만의 내부자가 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동호는 항상 진우에 대한 죄책감으로 지내왔기 때문에 어떻게든 빨리 사건을 해결해 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외로울 겨를이 없었을 것 같다. 초반에 진우 아버지가 돌아가시는데, 진우는 아버지가 없기 때문에 더 절실해지고, 동호의 미안함은 백만 배가 된다. 재판에 이길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더 많은 자료를 갖기 위해서 동호가 내부자들이 됐던 것이다.”

이번 작품을 위해 그는 사투리부터 공부해야 했다. 그의 경상도 사투리는 너무 자연스러워 그가 실제로 부산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실제로는 경상도 사투리도 처음 해보는 것이었다. 지난해 그에게 연기 가르침을 받던 친구가 이번엔 도움을 줬다. 작년 박성웅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들고 감독으로 활약했던 OCN 예능프로그램 ‘나도 영화감독이다2’(이하 ‘나영감’)에서 주연을 맡았던 남자 주인공이 그의 사투리 선생이었던 것.

“부산 사투리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나영감’에서 만난 친구가 부산 출신이라 한 마디씩 끊어서 메신저 음성메시지를 보내줬다. 촬영 매일 전날에 메시지를 보내고 대본에 악센트를 악보처럼 그려서 공부를 했다. 그 친구는 자격이 있으니까 ‘리멤버’ 쫑파티 때 초대도 했었다.”

또한 첫 회부터 박성웅은 핑크, 파랑 등 화려한 수트 패션으로 남심과 여심을 한꺼번에 사로잡았다. 드라마에서 여배우도 아니고, 그것도 중년의 배우가 패션으로 주목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이 패션은 그의 변화를 나타낼 수 있는 장치이기도 했다. 마지막회에서 그는 비교적 얌전한 수트를 입고 진우가 만들었던 ‘변두리로펌’을 대신 지키게 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 변호사에서 돈이 아닌 고구마로 수임료를 대신 받아도 ‘허허’ 웃을 줄 알게 된 것이다.

“평소에 어떻게 그런 옷을 입고 다니겠나.(웃음) 패션은 박동호를 표현할 수 있는 무기였다. 그런 옷을 입으니까 발걸음도 여유로워지고, 여자들한테 능청스럽게 인사하게 되더라. ‘변두리로펌’을 맡은 후로는 패션도 바뀐다. 이전에는 죄 있고 돈 많은 사람들을 좋아했는데 이제 서민들을 위해 일을 하지 않나. 식구도 많아졌고 쇼핑할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옷을 못 산 것 같다.(웃음)”

뿐만 아니라 박성웅은 유독 이번년도에 스크린관과 브라운관에서 각각 남남케미를 만들어냈다. 영화 ‘검사외전’에서는 양민우 검사로 분해 강동원과의 코믹한 케미스트리를 만들어 냈으며, ‘리멤버’에서는 약 10년 전인 2006년 방송한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만났던 유승호와 다시 한 번 만나 브로맨스를 선보였다. 극중에서뿐만 아니라 촬영 현장에서 박성웅은 유승호를 백허그 하는 등 남자 후배에게 선뜻 하기 어려운 스킨십을 하며 애정을 드러냈었다.

“동원이 같은 경우에는 애드리브를 끈끈하게 해줬다. 사실 관객들은 황정민-강동원을 보러왔을 텐데, 교도소를 떠나면 둘이 만나는 신이 거의 없다. ‘너 휘문고 아니지?’, ‘검사를 사칭해?’, ‘우리 어떡하죠?’-‘우리?’ 이런 것들은 다 애드리브인데 잘 살았던 것 같다.”

“‘리멤버’에서는 승호가 워낙 몰입할 수 있게끔 생겼다.(웃음) 마음도 그렇게 생겼다. 얼굴뿐만 아니라 마음도 착하다. 애틋하게 보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야 했는데 그렇게 생겼다. 촬영 현장에서 백허그도 자주 했는데 가만히 있는다. 내가 하면 사실 누구나 가만히 있게 될 것이다.(웃음)”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2016년 초를 뜨겁게 달군 박성웅은 이후에는 영화관에서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박성웅은 영화 ‘해어화’에서 경무국장으로 이미 촬영을 끝냈고, ‘인천상륙작전’에서는 북한군, ‘이와 손톱’에서는 검사, ‘그대 이름은 장미’ 해외 유학파 의사로 열연할 예정이다. 지난 1997년 영화 ‘넘버3’로 데뷔한 이후 20년 동안 배우 생활을 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박성웅의 앞으로의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가끔 나도 일을 하다보면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때에는 예전에 조, 단역으로 있었을 때, 일이 없어서 2년에 한 작품 할 때를 생각한다. 그러면 열심히 하고 싶다.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하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한편 박성웅이 출연했던 ‘리멤버’는 지난 2월 종영했다.


이주희 기자 ent@main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