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찬욱 감독②] 아가씨ㆍ하녀에겐 ‘사랑과 용기’가 있다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6-06-24 16:59:37
사진=김현우 기자
사진=김현우 기자
[메인뉴스 이주희 기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가씨는 더 섹시해졌고, 하녀는 더 귀여워졌다. ‘아가씨’의 원작 드라마인 ‘핑거스미스’의 배우들과 비교해서 말이다. 아가씨 히데코 역의 김민희, 하녀 숙희 역의 김태리는 원작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과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박찬욱 감독은 원작의 캐릭터들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히데코를 더 섹시하게 보이려는 의도는 없었다. 다만 김민희가 섹시해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웃음) 섹시보다는 성숙함과 미성숙함의 혼재된 상태를 보여주고 싶었다. 히데코는 나이도 어느 정도 있고, 음란 도서를 너무 많이 읽어 이론적으로는 박사인데, 성경험은커녕 남자와 이야기를 해본 적도 없는 아이나 다름없는 인물이다. 이렇게 이상한 상태의 히데코를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다.”

“숙희는 아주 영리하고 뒷골목에서 굴러먹을 만큼 굴렀고 세상 물정을 다 뚫고 있다. 가짜 돈과 진짜 돈을 구별할 줄도 아는 인물인데, 아가씨 저택으로 들어서면서 가짜를 구별하기는커녕 완전히 속는다. 자신이 똑똑한 줄 알고 히데코를 불쌍하게 여기는데, 헛똑똑이인 것이다. 이런 숙희 캐릭터를 귀엽고 어리게 생긴 배우가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서로 다른 두 인물은 그들의 방으로 인해 더 극명하게 대조된다. 아가씨는 궁궐 같은 저택에 걸맞은 우아하고 화려한 방을 사용하지만, 아가씨의 방 바로 옆에 있는 하녀 숙희의 공간은 겨우 작은 몸을 누일 수 있는 작고 불편한 벽장이다. 특히 아가씨가 정말 자신이 백작을 사랑하는지, 백작과 결혼하길 바라냐고 묻는 말에 숙희가 “사랑하게 되실 거예요”라고 답을 하자, 아가씨는 분노하며 숙희를 벽장에 집어넣는다.

“숙희의 공간은 일본식 가옥에서 이부자리를 넣어두는 오시래(押(し)入れ)라는 벽장이다. 나도 어릴 때 이모댁이 적산가옥이라 그런 곳에서 숨바꼭질을 하기도 했다. 숙희의 잠자리를 벽장으로 만들어 놓으면, 하녀가 얼마나 하찮게 취급되는지 보인다. 히데코가 숙희의 따귀를 때리고 짐짝 치우듯 벽장에 넣는데, 이불을 개서 넣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이질적인 존재였던 아가씨와 하녀는 이내 서로에 대한 마음을 털어놓고, 코우즈키의 저택에서 탈출한다. 여러 겹으로 만들어진 미닫이문을 함께 하나씩 열고 마주한 것은 넓은 들판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들판을 향해 뛰쳐나간다. 박찬욱 감독은 무엇보다 ‘사랑’으로 인한 ‘용기’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 했다.

“용기와 탈주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이것은 모두 사랑의 힘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탈주한 이들은 그 후엔 어떻게 됐을까. 모든 일이 해결된 후에 아가씨와 하녀가 나룻배를 타고 떠나가는데, 그 신은 마치 사진처럼 정지한 상태로 끝이 난 후, 코우즈키와 백작에 대한 이야기가 덧붙여진다. 영화의 진짜 마지막 신에는 하녀의 벽장 속에 뜬 보름달이 초승달로 변했다가 다시 보름달이 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히데코와 숙희가 배를 타고 떠나는데, 코우즈키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어떤 행위의 중간에 퇴장을 한 것이기 때문에 정지된 상태로 보인다. 달이 사라졌다가 다시 채워지는 것은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 것이다. 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낯선 곳을 향해 갔는데, 아는 사람도 없고, 그 시대에 젊은 여자 둘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하면서 만든 신이다.”

이주희 기자 ent@main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