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가대표2’ 오연서, 외모보다 더 예쁜 ‘도전 정신’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6-08-22 17:02:22
[메인뉴스 이주희 기자] ‘국가대표2’에서 오연서는 자존심은 금메달 급이지만, 현실은 쇼트트랙에서 강제퇴출당해 여자 아이스하키 팀으로 파견 나온 채경 역을 맡았다. 지난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에서도 보이쉬한 모습으로 걸크러쉬의 아이콘이 되기도 했으나 사실 드라마보다 ‘국가대표2’ 촬영이 먼저였다. 오연서는 예쁘고 깍쟁이 같은 이미지를 버리기 위해 두 작품을 선택했다. 여배우에게 예쁜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그는 연기자로서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예쁘게 보일 수 있는 것은 시사회나 화보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 외모와 상관없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도전하는 것을 평소에도 좋아하는 편이라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었고, 결과적으로 나에게 좋은 경험이 됐다.”

삐딱하고 모났지만 애정에 굶주린 채경이란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오연서는 숏컷으로 변신했다. 예쁘게 보이지 않게 노력했고, 타투와 피어싱 등으로 외면적인 요소에도 힘을 줬다.

“머리를 자르고. 분장도 까맣게 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빙상장에 있는데 왜 이렇게 까맣냐고 하더라.(웃음) 채경의 고독함을 표현하기 위해서 타투와 피어싱을 했는데, 피어싱은 이미 있었고 타투는 감독님이 반항적인 느낌으로 해달라고 해서 하게 됐다. 타투 의미는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나는 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뜻이었던 것 같다.”

채경은 극중 가장 많이 성장하는 캐릭터다. 만년 2등이었던 그는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며 항상 자신에게 화가나 있다. 하지만 아이스하키 멤버들은 그에게 "3등도 잘한 거잖아”라고 말해준다. 이것은 아마 채경에게 첫 칭찬이었을 것이다. 채경의 가슴 속에 맺힌 한은 얼마나 깊었던 걸까.

“채경이 느꼈던 감정은 복잡했을 것이다. 쇼트트랙을 할 때 채경의 역할은 실력도 좋고 얼굴도 예쁜 1등 선수를 서포트하는 것이었다. 금메달 딸 사람은 따로 있고, 채경은 다른 나라 선수를 견제해주는 선수였다. 그런데 욕심 있어서 무리하다가 1등 선수와 함께 탈락한다. 그래서 정말 하고 싶었던 쇼트트랙에서 퇴출당했고, 결국 아줌마, 어린 아이가 있는 오합지졸 아이스하키 팀에 들어왔는데 거기서도 1등이 아닌거다. 그래서 그 화를 엉뚱하게 지원(수애 분)에게 분출한다. 많은 사람들이 보기엔 ‘쟤는 왜 저렇게 화가 많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홀로 세상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참아야지 쇼트로 갈 수 있으니까 참으려고도 노력한다.”

영화에는 채경이 손바닥만한 고시원에서 땀 흘리며 기초체력을 다지는 모습과 대리운전을 하면서 생활을 유지하는 등 그의 사정을 보여주지만, 자세하게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굳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지만, 캐릭터의 입장에서만 바라봤을 때는 아쉬운 부분이다.

“각자의 분량이 많아서 나중에 편집됐다. 영화가 잘되면 감독판에 넣어주시기로 해서 기다리고 있다.(웃음) 채경이는 외로운 사람이다.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다. 다른 멤버들은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지만, 채경에게는 응원해주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혼자 싸우는 쇼트트랙이 아닌 아이스하키에 빠진게 아닐까 싶다. 아이스하키는 개인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격려해주면서 하나가 된다.”

개인 캐릭터 소개보다 편집돼서 아쉬운 장면은 배우들의 땀방울이 들어간 신들이다. 시간 관계상 모든 훈련 장면을 담을 수 없었지만, 그로 인해 영화에는 배우들의 케미스트리와 실감나는 장면들이 담겼다.

"3달 동안 훈련을 받았는데 지옥 같은 순간이었다.(웃음) 스파르타식이었다. 스케이트를 처음 타지만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닥치면 어떻게 되겠지’란 마음으로 부딪친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되기’가 힘들었다.(웃음) 옷 속과 눈에도 진흙이 들어갔는데, 멤버들끼리 서로 닦아주고 끌어 주다보니까 확실히 친해졌다. 그런데 그때가 끝인 줄 알았는데, 분장을 다시 하고 논두렁 신을 다시 찍었다. 그런데 통 편집이었다.(웃음) 오르막길 기마 자세 몽타주도 A부터 Z까지 있었다. 물론 찍고 있는 순간에도 알고 있었다. 편집되리라는 것을.(웃음) 이렇게 단체로 하는 신이 많다보니까 첫 촬영 때부터 돈독해졌다. 다른 작품에서는 같이 붙는 배우들과만 촬영을 하곤 하는데, 우리는 선물세트처럼 같이 해야 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오연서가 인생의 두 번째 사춘기(?)라 불리는 29세에 찍은 작품이다. 때문에 그는 이 작품을 평생 기억할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멤버들을 통해 성장했던 채경처럼 오연서도 이번 작품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했다.

“29세 때 찍었다. 20대 끝나갈 무렵이라서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회사에 3개월 정도 쉬고 싶다고 이야기 했고, 쉴 때 놀이터 그네를 타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연기자로서, 그리고 인간 오햇님(오연서의 본명)으로서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의심도 해봤다. 결론은 고민하지 않는게 답이라는 것이다. 30대가 오는게 겁났는데, 막상 서른이 되니까 똑같더라. 고민하지 않아도 시간은 가고, 내 것이면 오고, 아니면 안 오게 되더라.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아직까진 안 된다. 앞으론 더 잘 되지 않을까 믿고 있다.”

“배우로서 활발하게 활동한지 오래되지 않아서 당분간 더 열심히 할 것 같다. 많이 도전하고 싶은데, 앞으로 도전하는 것 중에서 잘 맞지 않는 옷도 있을 거고, 기대치에 못 미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도전하고 싶고 발전하고 싶고 지금도 배워가는 중이다.”

이주희 기자 ent@main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