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플릿’ 이다윗 “어느 것 하나 괜찮지 않았다”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6-11-17 10:00:35

‘스플릿’은 철종과 영훈의 성장드라마로도 볼 수 있다. 볼링에서 쓰러지지 않은 핀들이 간격을 두고 남아 있는 상태를 뜻하는 말인 ‘스플릿’이란 제목처럼 잘못된 상황에 놓였던 철종과 영훈은 함께 남아있는 핀을 처리해 나가면서 성장해나간다.

“‘스플릿’이란 제목이 감성적이라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스플릿’이 철종과 영훈 같지 않냐‘고 하셨다. 철종의 인생에서 스페어(남아 있는 핀) 같은 존재가 있는데, 해결하기 힘든 그것을 처리한다는 것에서 제목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철종과 영훈처럼 볼링에서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스플릿’ 같은 상황이 있다. 볼링에도 어느 정도 ‘운’이 따르기 마련인 것처럼 현실에서도 운이 따라주지 않고 자꾸만 좋지 않은 상황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다윗은 이런 상황이 닥칠 때는 어떻게 극복할까.

“어느 순간부턴가 문제가 생기면 거기에 안 빠지려고 하는 습관이 생겼다. 예전에는 거기에 빠져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머리가 엄청 빠진 적도 있다. 어느 순간부터 ‘살면서 또 언제 이런 문제에 봉착하겠나’란 생각을 하게 됐다. 게다가 생각해보면 그때의 일들이 모두 해결이 됐었다. 내가 좋아하는 말은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는 것이다. 고민은 하되 거기에 빠져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극중 볼러들이 볼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정신력이라고 하는 것처럼 이다윗은 그의 인생, 그리고 연기관에 있어서도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이다윗은 연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남들과 다른 정신’을 꼽았다.

“유지태 선배는 ‘소통’이라고 했고, 명계남 선생님은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배우들마다 관점이 다른 것 같은데, 연기를 하려면 평범한 사람들과의 뇌구조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높고 낮음이 아니라 다른 종류다.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3인칭으로 그 상황을 벗어나서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아는 형이 장례식장을 갔는데 절을 하면서 순간 머릿속에 ‘카메라를 여기서 빼면 되겠다’라고 자기도 모르게 생각 했다더라. 연기를 하면 참 잔인한 게,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그 기억을 꺼내 연기를 하게 된다. 반대로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도 그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나에게 미안한 일이고 마음을 다치게 되지만, 연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나를 위험에 넣어야 한다. 좋은 작품과 연기는 평범하게 살면 절대 나올 수가 없는 것 같다.”

이다윗은 지난 2001년 데뷔해 아역으로 많은 활약을 한데 이어 영화 ‘시’ ‘더 테러 라이브’ ‘고지전’ ‘신촌좀비만화’ 등 굵직굵직한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채우고 있다. 15년 차 배우로서 영화계에서 큰 몫을 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을까.

“우리 영화계에서 송강호 선배를 뺀다면 돌아갈까? 그것처럼 나도 내가 없다면 영화계가 안 돌아갔으면 좋겠다. 영화라는 장르에 없어서는 안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주희 기자 ent@main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