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의 ‘그물’&‘스톱’VS‘자백’&‘판도라’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6-11-30 10:47:45

김기덕 감독의 22번째 영화 ‘스톱’이 오는 12월 개봉한다. 지난 10월 영화 ‘그물’에 이어 2달 만에 새로운 영화다. 영화는 제작기간과 편집기간이 길고, 개봉 시기도 조율하기 때문에 한 감독의 작품이 연속으로 개봉하는 일은 흔치 않는 일이다.

오랫동안 김기덕 감독과 호흡을 맞춰본 김영민은 앞서 “류승범이 3~4회 차 찍을 때, 내게 ‘감독님이 이렇게 빠르냐?’고 묻더라”고 말했고, 이원근 역시 “속전속결로 촬영했다”고 말할 정도로 김기덕 감독은 빠르게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영화 ‘스톱’ 역시 겨우 10회 차 만에 완성됐다.

재밌는 점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내용을 다루는 작품들도 개봉을 하는 것이다. ‘그물’이 개봉했을 때는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이, ‘스톱’은 ‘판도라’와 맞붙게 됐다.

우선 ‘자백’은 사실 그대로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고, ‘그물’은 극영화다. ‘그물’에서는 어쩔 수 없이 남한에 오게 된 북한 어부 철우(류승범 분)가 다시 북으로 돌아가고자 하지만, 정보원이 그를 간첩이라고 몰아세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철우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정보원에서 말단 경호원으로 일하는 진우(이원근 분)가 유일한데, 감독은 진우의 입을 통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그물’ 역시 사회적인 메시지는 훌륭했지만 더 깊은 울림을 주고 영화적으로 깔끔함을 준 것은 ‘자백’이었다. ‘자백’에서 감독인 최승호는 탈북 화교 출신이자 서울시 공무원인 유우성 씨가 국정원에서 간첩으로 몰린 것에 대한 진실을 쫒으며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눈다. 실제 간첩 조작 사건을 담은 ‘자백’에서 최승호 감독의 끈질긴 추격은 때로는 분노를, 때로는 웃음을 자아냈고, 다큐멘터리 영화로서 진실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다.



12월 개봉을 앞둔 ‘스톱’과 ‘판도라’는 원전 문제를 다루고 있다. ‘스톱’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에 사는 임신한 부부가 도쿄로 이주하면서 벌어지는 드라마로, 방사능에 오염 되었을 지도 모르는 뱃속의 아이를 낳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실제사건인 후쿠시마 원전 폭발 그 이후를 다룬 ‘스톱’과 달리 ‘판도라’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한반도에서의 원전 폭발 사고를 다룬다. 소재가 ‘원전’이라는 것은 같지만, ‘판도라’는 재난영화에 초점을 맞춰 재난영화 장르의 공식을 따랐다면, ‘스톱’은 사건 이후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와 심리 상태에 대해 더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 다르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스톱’과 ‘판도라’를 차치하고, 우선 개봉한 작품들의 결과를 보면, ‘자백’은 13만 6788명을 모았고, ‘그물’은 5만 6541명의 관객수를 기록했다. ‘자백’과 ‘스톱’ 모두 저예산 영화이기 때문에 두 영화 모두 많은 관객수를 동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스톱’ 역시 저예산으로 만들어졌고 낯선 일본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영화로, 150억 원의 거대한 자본이 뒷받침 해주고 배우 김남길, 김명민 등의 출연으로 관심을 모은 ‘판도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관객수 측면에서 어떤 영화가 ‘이겼다’ ‘졌다’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김기덕 감독이 흥행과는 크게 관련 없는 감독이기도 하다. 다만 김기덕 감독은 과거 영화 ‘피에타’ ‘붉은 가족’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등에서 개인적인 이야기에를 주목하다가 최근엔 사회 이야기에 눈을 돌렸고, 그 결과가 ‘그물’과 ‘스톱’이다. 때문에 사회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영화를 시작한 이상, 이전 영화들보다 관객과 더 긴밀한 상호작용이 필요하게 됐다.

이주희 기자 ent@main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