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형’ 도경수 “연기하면서 감정 표출, 희열감 느낀다”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6-12-05 09:33:15

올해 도경수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무거운 이미지 대신 밝은 캐릭터로 돌아왔다. 가벼워졌다는 말은 아니다. 그는 묵직함과 코미디를 적당히 조율하며 극 전체를 흥미롭게 이끌어갈 줄 아는 배우가 됐다.

영화 ‘형’에서 도경수는 전도유망한 유도선수였지만, 시합 도중 시신경 손상으로 시력을 잃고 사기꾼 형 두식(조정석 분)의 보호를 받게 된 동생 두영 역을 맡았다. 도경수는 듬직한 유도선수부터 지켜주고 싶은 동생 역할 모두 그려냈는데, 초반 형에게 방어적이기도 하지만, 점차 형의 개그를 배우면서 어린아이와 같은 해맑은 모습을 선사하며 영화의 한 축을 책임진다.

“지금까지 내가 해보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드리게 되어서 만족하고 있다. 밝은 성격을 가진 캐릭터라 부담이 됐고 고민도 많았다. 평소 성격도 까불거리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그런데 내면에는 있었나보다.(웃음)”

극중 형인 두식은 두영에게 여자 만나는 법을 알려주고, 두영은 아바타처럼 그가 하라는 대로 따라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두식과 두영의 관계처럼 실제 도경수 역시 조정석에게 작품에 대한 톤앤매너는 물론, 연기와 코미디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한다.

“정석이 형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현장에서 리허설을 미리 해보고 더 재밌는 것을 제안하시기도 하고, 욕을 찰지게 할 수 있게 발음도 알려주셨다. 연기 자체에 대해서는 내가 지금 2를 표현하고 있다면 5나 7로 표현을 하면 스크린에 더 잘 보일 것이라고 조언해주셨다. 그래서 이후에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을 찍을 때도 형 생각이 많이 났다.”

두식과 두영은 함께 사기를 치고, 쌈바 춤을 추기도 한다. 게다가 두영은 클럽에서 전지현과 김태희를 닮았다고 주장하는 여인과 키스를 하는 충격적인(?) 신을 그리기도 한다.

“나도 애드리브 욕심이 났다. 형이 연애 코치를 할 때 듣고만 있는 게 아니라 다리 꼬고 앉아서 눈을 내리까는 포즈를 취한다거나 애드리브를 시도했다.(웃음) 키스신을 찍을 때는 너무 재밌었다. 나는 시력을 잃어서 안 보이는 상태라 어떤 상황인지 모르기 때문에 웃으면 안 되는데, 자꾸 웃음이 나서 NG가 많이 났다. 형제들끼리 티격태격 하는 것도 재밌었다.”

도경수는 4년 전 보이그룹 엑소의 디오로 데뷔했다. 그리고 2014년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와 영화 ‘카트’를 통해 배우로 모습을 드러냈다. 배우로서 한 작품씩 쌓아오면서, 가수 활동과는 또 다른 에너지를 받고 있다. 인간 도경수의 내면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나도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적부터 스트레스 받으면 억누르는 성향이었다. 내면에 눌러왔던 것들을 연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평소엔 진심으로 화를 낸다든가 진심으로 우는 일은 잘 하지 못한다. 연기를 하면서 그것들이 내 안에서 툭 튀어나올 때 희열감을 느낀다. 물론 이것 때문에 실제 성격이 바뀌진 않는다.(웃음) 그때 느꼈던 감정을 다시 꺼내보려고 해도 평소엔 다시 꺼내지지 않는다. 한 번 더 느껴보고 싶다고 생각을 해도 그 상황과 현장이 아니면 안 나온다.”

현재 개봉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형’, 최근 공개돼 3000만 뷰 이상을 기록한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 그리고 내년 개봉하는 영화 ‘신과 함께’까지 도경수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될까.

“맡은 역할이 커질 때마다 부담감은 계속 올라가는 것 같다. 내가 연기만 하는게 아니라 엑소의 멤버이기도 하기 때문에 더 걱정이 된다.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데, 두영이란 캐릭터를 보고 공감해준다면 너무 감사할 것 같다. 일반 관객분들의 반응이 굉장히 궁금해서 극장에 개봉하면 몰래 가서 관객들 반응을 보려고 한다. 두영과 두식을 보면서 같이 울고 웃는 모습을 보면 부담감이 없어질 것 같다.”

“다양한 역할 해보고 싶은데, 내 나이 때 할 수 있는 역할과 지금 내게 어울리는 역할을 차근차근 하면서 자연스럽게 보여드리고 싶다. 목표는 정말 훌륭한 선배들이 가지고 있는 타이틀인 ‘믿고 보는 배우’를 얻고 싶은 것이다.”


이주희 기자 ent@main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