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예은 기자] 현재 충무로는 그야말로 남성 배우들의 전성기가 펼쳐지는 무대다. 얼마 전, ‘공조’가 7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현빈과 유해진은 올해 첫 최고 흥행배우가 되었고, 같은 날 개봉했던 ‘더 킹’도 500만을 모으며 조인성과 정우성의 힘을 증명했다. 이 기세는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개봉을 앞둔 강하늘·정우 주연의 ‘재심’과 조진웅·신구·김대명의 ‘해빙’, 그리고 드디어 개봉의 꿈을 이룬 고수·설경구의 ‘루시드 드림’까지 남자 배우들이 전면적으로 나선 작품들이 연이어 출격 준비 중이다.
이에 단 하나의 작품이 그 맹렬한 기세를 끊기 위해 등장한다. 두 여성배우 강예원, 한채아가 주인공으로 나선 '비정규직 특수요원'이 올 봄에 찾아오는 것. 실로 반가운 등장이다. ‘여교사’ 이후로 공개되는 2017년 두 번째 여성 투톱 영화로, 보이스피싱 일망타진을 위한 국가안보국 댓글요원 장영실(강예원 분)과 경찰청 미친X 나정안(한채아 분)의 불편하고 수상한 합동수사를 그린 언더커버 첩보 코미디 작품이다.


‘해운대’, ‘퀵’ 등에서의 독보적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에게 제대로 도장을 찍은 후, ‘하모니’와 ‘날, 보러와요’ 속 무거운 캐릭터까지 연기하며 폭 넓은 스펙트럼을 입증한 강예원이 다시 한 번 코미디로 컴백했다. 이에 청순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지녔던 한채아가 기존의 것을 벗어던지고 액션과 거친 욕으로 무장해, 강예원의 코미디 저력에 가세하기 위해 나섰다.
여성판 ‘공조’를 연상케 하는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현 흐름과는 완전히 상반된 모양새를 띈다. 이 작품 속에서는 남궁민, 조재윤, 김민교 등 다수의 남자 배우들이 여성 캐릭터들을 받쳐주는 역으로 등장한다. 현 영화계는 물론이며 전체 미디어 콘텐츠 소재의 흐름이 ‘남남케미’에 완전히 집중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한 와중에, 이러한 역할의 반전은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흥행을 몰고 왔던 ‘더 킹’ 속 김소진과 김아중이 나름의 주체성을 지닌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로 그려지긴 했지만, 중심에 선 남자 배우들 옆에서 보조로 등장하는 데에 그쳤다. ‘공조’는 역시 윤아와 장영남이 등장해 극에 생기를 불어넣었지만 하나의 웃음 포인트가 가미된 캐릭터로 머물 뿐이었다.


물론, 앞서 말한 해당 극들의 중심을 잡는 캐릭터가 남성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여성 캐릭터가 조연급으로 전락한 것은 불가피한 처사이지만 그러한 작품들의 비중이 압도적인 건 다양성 면에 있어서 여전히 아쉬움을 자아낸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의 연출을 맡은 김덕수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두 여배우하고 작업해서 이뤄지는 영화가 흔치 않다. 저는 이 두 여성이, 여성이 아닌 배우로써 액션도 있고 코믹도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이스피싱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사회적 이슈와 범죄 등을 통쾌하게 비틀어낼 ‘비정규직 특수요원’이 소재의 신선함과 두 여성배우들의 연기의 힘을 빌려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낼 수 있을지 귀추를 모은다.
이예은 기자 90090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