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유지훈 기자] 2014년 가요계에는 ‘역주행’이라는 새로운 말이 생겨났다. 이는 걸그룹 이엑스아이디(EXID)의 ‘위 아래’로 시작됐다. 8월 발매 당시 빛도 발하지 못한 채 차트에서 밀려난 이 노래는 ‘직캠’ 영상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월간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역주행은 이엑스아이디로 끝나지 않았고 계속해 진화하고 있다. 이는 한동근의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가 가장 먼저 보여줬다. 2012년 MBC 예능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서 우승을 차지한 그는 승승장구하는 듯 했으나, 오디션 예능의 인기가 시들해짐에 따라 대중의 기억 속에 잊혀져갔다.
그러던 그가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은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을 통해서였다. 2015년 4월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눈도장을 찍은 그는 ‘라디오스타’에서 엉뚱한 매력을, ‘듀엣가요제’에서는 1위를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다. 이 화제성은 그가 과거 발매했던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의 재조명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발매 한지 2년이 다 되어가던 노래를 멜론차트 1위에 올려놓았다.
신곡 발매로 재조명 받은 경우도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헤이즈다. 그는 2016년 첸-바이브와 발매한 싱글 ‘썸타’를 시작으로 딘과 함께 한 ‘앤 쥴라이(And July)’를 선보였다. 이 노래는 나름의 인기를 얻었고 그해 9월 KBS2 음악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리고 ‘돌아오지마’가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신곡 발매와 방송 출연이 맞물려 나온 성과였다. 이후 ‘저 별’을 히트시키며 이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인디 가수들의 역주행 신화는 조금은 특별하다. 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그룹이 있다면 단연 볼빨간사춘기다. 그들은 Mnet 예능프로그램 ‘슈퍼스타K6’ 출연 당시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미니앨범과 정규앨범을 한 장씩 냈을 뿐이다. 지난해 8월 발매한 ‘우주를 줄게’는 발매 당시 주목받지 못했지만 점차 상승세를 보였고 9월 26일 마침내 1위를 차지했다. 2017년, 그들은 지금도 가요계에서 가장 핫한 인디 그룹이다.

직캠, 예능프로그램, 신곡, 입소문 등 역주행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신현희와김루트(이하 신루트) 최근 엄청난 충격과 함께 역주행의 신화를 쓰고 있다. 역주행 방법이 남다르다. 바로 아프리카 BJ 꽃님이 그들의 노래인 ‘오빠야’를 부르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아프리카BJ가 인디밴드의 노래를 부른다고 역주행이 일어날까’라고 대부분이 고개를 갸우뚱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빠야’는 ‘단순한 인디 음악’이라고 치부할만한 노래가 아니다. 경쾌한 리듬과 애교 넘치는 신현희의 목소리가 조화를 이룬, 대중성을 겸비한 곡이다. 여기에 매력적인 외모의 BJ가 맞아떨어져 또 다른 기회를 얻은 셈이었다.
2년이나 묵어 있던 노래가 빛을 발했다. 그리고 신루트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0일 KBS2 ‘뮤직뱅크’를 시작으로 ‘유희열의 스케치북’까지 강제로 소환 당했다. 볼빨간사춘기와 신루트의 역주행 신화는 단순히 가요계에서 일어난 우연의 일치일까. 관계자들의 입장은 조금 남다르다.
한 인디 관계자는 “단순히 역주행할 수 있는 경로가 많아졌다기보다, 좋은 음악이 역주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보는 게 맞다고 본다. 볼빨간사춘기, 정준일 등 최근 역주행하는 노래는 완성도가 높다. 이슈를 탔는데 음악이 별로라고 이야기가 나오며 역주행할 수 없다. 음악이 좋으니 시너지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름이 생소한 가수들도 역주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준 것 같다. 2017년 1월인데 초반인데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고, 2016년에도 볼빨간이 1위까지했고, 그런 걸 보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례들이 얼마나 가고 얼마나 많아질지는 모른다. 하지만 희망을 가질 수는 있겠다”고 덧붙였다.
메인뉴스 유지훈 기자 free_fro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