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유지훈 기자] “남자의 날을 세워라” “딜리셔스 티비 올리브”
이는 각각 XTM과 올리브TV의 슬로건이다. XTM은 남성시청자를 겨냥하고 있으며, 올리브TV는 푸드 라이프 스타일을 표방해 여성시청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XTM의 애청자는 올리브TV에 채널을 고정할 수 있을까. 김영화 PD의 행보를 보면, 이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듯하다.
김영화 PD는 2012년 XTM을 대표하는 예능프로그램인 ‘탑기어 코리아’의 연출을 맡고 있었다. 그리고 2015년 갑자기 올리브TV에서 드라마를 만들기 시작했다. 남성들의 스피드 욕구를 충족시키던 그가 30대 여성의 삶을 그려낸 셈이다.
Q. ‘탑기어 코리아’를 오랫동안 맡아왔다. 원래 자동차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있었는가.
“차를 가지고 스토리를 만드는 것에 대한 흥미가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가장 오래 연출한 작품이 됐어요. 시즌 1부터 6까지니까 5년을 했네요. 차 소개해주고 이런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차마다 각자의 매력이 있어요. 그것들을 느끼는 순간 빠졌죠.”
Q. 그 매력의 끝에 왔던 건가
“사람들은 비싼 차, 유명 브랜드의 차량에 흥미를 느낄 거예요. 저는 거의 모든 차에 대한 매력을 알게 됐어요. 그렇게 매력 다 알면 떠나고 싶잖아요? ‘탑기어’를 하면서 영상의 소중함을 배웠죠. 차라는 게 멋지게 찍으면 더 멋져지거든요.(웃음) 30초 나가는 영상을 더 멋지게 해보려고 이틀 동안 찍은 적도 있어요.”
Q. 그러다가 돌연 올리브TV로 가게 됐다. 계획된 일이었는가?
“‘탑기어’를 그만하고 싶다고 했더니, 안된대요. 그 대신하고 싶었던 걸 잠깐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심리를 되게 좋아해요. 연애 심리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고 ‘접속 2014’를 하게 된 거예요. 드라마 타이즈를 한 프로그램이었고, 끝나고 나니 올리브TV에서 하는 ‘유미의 방’이라는 드라마를 연출해보라고 했어요. 나름 ‘접속 2014’를 좋게 봐주셨던 거 같아요.”

Q. ‘유미의 방’은 첫 드라마 연출작이다. 부담은 없었는가?
“저는 처음에 거절했어요. 드라마는 예능과 확실히 다른 장르니까요. 만약 B급 장르라면 망하더라도 용기내서 하겠는데 그것도 아니었잖아요. 그리고 올리브TV에서 처음으로 하는 드라마니까 부담됐죠. 그런데 이걸 안하면 또 ‘탑기어’를 해야 하는구나 싶어서 하게 됐어요. 드라마와 관련된 사람들을 열심히 찾아 다녔죠. tvN ‘식샤를 합시다’ PD님이랑도 이야기를 많이 했죠. 나중엔 자신감이 붙어서 하게 됐어요.”
Q. 원래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없었는가?
“예를 들면 ‘하얀거탑’ 같은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드라마를 봤지, 로맨스는 저는 못 봤어요. 아니면 예능 위주였죠. ‘유미의 방’을 통해 드라마의 색다른 재미를 느꼈고, ‘고양이띠 요리사’는 나름 음식을 소재로 한 드라마니까, 새로운 것이니까 도전을 해봤죠.”
Q. 예능과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느낀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예능은 출연자의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편집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드라마는 온전히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걸 전달할 수 있어요. 드라마는 끝을 향해서, 뭔가를 전해줄 메시지가 명확했어요. 예능은 캐릭터들과 기획이 합쳐져서 결과물이 오는 데, 드라마는 제 사고와 세계관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다는 매력이 있죠.”
Q.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드라마를 연달아 두 편 했다. 이제 나름의 자신감도 붙었을 것 같다.
“‘탑기어’는 정말 다 미쳐서 하는 거예요.(웃음) 30초만 나가는 영상을 1박 2일 동안 찍으니까요. 드라마는 풀샷 찍고, 타이트하게 찍고, 그렇게 한다는 걸 듣고 나름 생각하고 갔는데 또 현실로 다가오니까 더 어렵더라고요. 이미지를 머릿속에 미리 다 그리지 않는 이상 어렵더라고요.”
Q. 예능과 드라마 모두 해봤으니, 이제 어떤 자신감도 생겼을 것 같다.
“예능만 하다가 드라마를 두 편하니까, 에전에 부족했던 게 보이기 시작하는 거에요. 한 발 물러나니까 보이는 거죠. 다시 한 번 예능을 해보고 싶어요. 예능과 드라마의 장점을 모두 살리면 좋을 것 같아요. 드라마 타이즈 예능이 그런 거겠죠. 아직까진 욕심이 많아서 확실치가 않네요.”
Q. 만약 차기작으로 드라마를 한다면 어떤 작품이 될 거라고 보는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요. 그게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는 모르겠지, ‘유미의 방’을 하면서 디테일을 수정하고 배우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여러 가지 많이 배웠죠. 다음번에 한다면 진짜 크게 공감되는 저만의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겠구나 했어요.”
Q. 지금은 휴식기라고 알고 있다.
“한 달 정도 쉬어서 압박이 오네요.(웃음) 엄청 B급인 시트콤도 해보고 싶은데, 올리브TV가 나아가는 방향성이 있으니까 거기에 맞춰가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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