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유지훈 기자] 다른 제목의 수많은 드라마가 하루에도 편성표를 꽉 채웠지만,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 이상 개성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장소와 시대, 배경만 바뀌었을 뿐 결국 드라마의 중심이 되는 것은 남녀 주인공의 연애였다.
안방극장에는 색다른 변화가 필요했다. 방송국은 ‘장르물’이라는 대안을 내놓았다. 수사, 의학, 법정, 느와르, 셀러리맨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 장르물을 쏟아냈다. 물론 시청률을 겨냥하고 장르물의 탈을 쓴, 평범한 로맨스 드라마도 존재했다. 하지만 OCN이라는 케이블 방송국은 흔들리지 않고 뚝심 있게 장르물을 만들어냈다.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불의의 사고로 떠나보내야 했던 강력계 형사 무진혁(장혁 분)과 112신고센터 대원 강권주(이하나 분)가 자신들의 가족을 죽인 연쇄 살인자를 추적하며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보이스’는 첫 회 2.3%(이하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출발했다. 시청률은 상승그래프를 그렸고 3회 5.7%라는 최고 성적을, 8회는 5.2%를 보이며 순항했다. 이는 ‘38 사기동대’가 만들어낸 5.9%라는 OCN 최고 시청률과 근접한 수치다.
‘보이스’의 이런 성공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탄탄한 스토리, 실화를 배경으로 한 사건, 형사로 변신한 장혁, ‘소리 추격 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적 특성이 어우러진 결과다. 하지만 OCN의 장르물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사람이라면 강권주 캐릭터의 두드러진 활약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
OCN은 그동안 ‘처용’ 한나영(전효성 분), ‘아름다운 나의 신부’ 이시영(차윤미 분), ‘뱀파이어 탐정’ 한겨울(이세영 분) 등 수많은 여자 주인공들과 함께 드라마를 선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활약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모두 서브 주인공의 역할을 할 뿐,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주체적인 역할은 아니었다. ‘신의 퀴즈’의 강경희(윤주희 분)가 그나마 남자 주인공 한진우(류덕환 분)와 함께 사건을 풀어나갔지만, 후반부에는 결국 러브라인을 그려 아쉬움을 남겼다.

“그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여성 캐릭터에요. 능동적이고 리더십을 가지고 팀을 협업시키거든요. 날이 서 있고 그로 인해 강인함을 보여줍니다.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매력도 느끼게 합니다. 한 명의 시청자로 봤을 때 ‘곱게 서있다’는 느낌도 줍니다.”(장혁)
장혁의 말처럼 강권주는 그동안 OCN 속 여자 주인공들과 확연히 다른 캐릭터다. 핵심 악역에게 아버지를 잃었지만, 슬퍼하며 다른 누군가에게 기대기보다는 스스로 방법을 찾아 나간다. 직접 프로파일링을 배우고,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을 직접 만들어낸다. 자신을 믿지 않던 무진혁을 회유할 줄 아는 리더십도 지녔다.
위기상황과 함께 범인을 최대한 빨리 찾아야 하는 ‘골든타임’이 시작되면 그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남다른 청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현장에서 범인과 몸싸움을 하는 것은 무진혁의 역할이지만, 강권주가 없다면 생각하기도 어려운 성과다. 더욱이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는, 무진혁보다 오히려 냉철한 면모를 보여준다.

“연기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많이 성숙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어요. 스스로 침착해지는 법, 자신을 다스릴 줄도 알게 됐어요. 강권주를 연기하는 건 저에게 감사한 순간이에요.”(이하나)
‘보이스’의 강권주는 연기를 하는 이하나뿐만 아니라, OCN 드라마를 오랫동안 사랑해온 시청자들에게도 감사한 순간이다. 강권주는 OCN의 ‘진짜’ 여자 주인공이다. 시청자들은 ‘보이스’가 종영하는 순간까지 그의 리더십과 통찰력에 매료돼 채널을 고정할 예정이다.
메인뉴스 유지훈 기자 free_fro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