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예은 기자] 조력자의 모습을 한 설경구, 놓을 수 없는 키를 쥔 인물로 등장한 박유천. 어딘가 낯설지만 두 배우는 기존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얼굴을 한 채 ‘루시드 드림’ 속으로 들어왔다.
영화 ‘루시드 드림’은 대기업 비리 고발 전문 기자 대호(고수 분)가 3년 전 계획적으로 납치된 아들을 찾기 위해 루시드 드림을 이용하여 감춰진 기억 속에서 단서를 찾아 범인을 쫓는 기억추적 SF 스릴러 작품으로, 불가피하게 고수가 극의 대부분을 이끄는 게 사실이다.
아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열연은 처절함을 넘어서 깊은 슬픔까지 유발한다. 100분 가까이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등장해 이를 보는 관객들은 고수의 원맨쇼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극의 8할은 고수의 몫이지만, 그의 옆에서 2할을 든든하게 책임지는 배우들이 있다.

25년 연기 인생을 걸어온 설경구가 그 첫 번째 주인공. 방섭 역을 맡은 설경구는 대호의 아들 실종사건의 담당 형사로, 미제사건인 실종 사건을 유난히 집착을 보이는 인물이다.
설경구라는 깊은 연기 내공의 배우가 조력자로 등장한다는 사실은 의구심을 부를 법 하다. 하지만 그는 실제로 고수에 비해 눈에 띄지 않는다. 대단한 원샷을 받지도 않으며, 줄곧 고수 옆에 서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버무려져 등장한다. 즉, 기존 설경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을 만큼 힘을 완벽히 뺐다.
형사 역할이 처음은 아니다. 영화 ‘공공의 적’ 강철중로 이미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내보인 그다. ‘루시드 드림’에서는 그 모습과는 완전히 차별적으로, 고수에 비해 활약성도 전혀 도드라지지 않으며 잔잔하다. ‘감시자들’과 ‘공공의 적’ 그 사이에 서 있는 듯 하다.
설경구는 “나이를 먹다보니 배우로서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강한 역이면 강하게 연기하겠지만, 이번에는 흐르는 대로 맡겨보자는 마음이 있었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대사를 잘 듣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에, 박유천은 짧은 순간에도 강렬하게 연기에 힘을 실었다. 배우 본인이 지닌 잡음에도 불구하고, 편집할 수 없는 절대적 키를 쥐며 등장한다. 그가 열연한 디스맨이라는 인물은, 대호의 꿈속에 자꾸만 등장하는 미지의 남자로 고수에게 꼭 필요한 인물. 기존 박유천이 연기해온 드라마나 영화에서 맡았던 역할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그에 걸맞은 톤의 연기는 자신의 배우 스펙트럼을 넓혔다.
‘루시드 드림’ 속 고수의 질주가 더욱 눈에 띄고 그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면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건, 설경구와 박유천 두 배우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극 안에 자연스레 흡수시켜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예은 기자 90090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