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하늘] ‘강하늘’, 이제는 이름 세 글자만으로도 느껴지는 신뢰

기자 2017-02-22 00:42:41
사진 : 오퍼스픽쳐스제공 / 글 : 이예은 기자 / 디자인 : 정소정
사진 : 오퍼스픽쳐스제공 / 글 : 이예은 기자 / 디자인 : 정소정

 

 


[메인뉴스 이예은 기자] 충무로에 ‘강하늘’이라는 이름이 강한 존재감으로 발휘되는 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스크린 속 자신의 연기를 보면서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크게 남아, 더 나은 표현법을 그 자리에서 강구하고 고뇌하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순수의 시대’ ‘스물’로 조심스레 발을 내딛더니, ‘쎄시봉’으로 기대케 했고, ‘좋아해줘’와 ‘동주’로 기어코 진가를 발휘하며 극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재심’으로 그의 진정성까지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영화 ‘재심’은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현우(강하늘 분)가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에 누명을 쓰게 된 뒤 10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되며 그 진실을 밝혀내려는 변호사 준영(정우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속 등장하는 약촌오거리 사건은 2000년 전북 익산에서 택시기사가 차 안에서 살해당한 실제 사건이다. 강하늘은 ‘동주’에 이어서 다시 한 번 실존 인물과의 동화를 시도했다. 그래서일까. A부터 Z까지 하나하나 심도 있게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방송에 방영됐을 때부터 관심이 가는 사건이었어요. 이게 다른 종류의 선입견일 수도 있는데, 그 영향 때문이지 시나리오를 긍정적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실존 주인공 분을 만났을 때, 순박한 아버지의 모습이셨어요. 일부러 촬영과 시나리오에 관한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내뱉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사실 뭐라고 그 분이 지내온 10년을 알겠어요. 아는 척이나 시건방져보일까봐 최대한 일상적인 대화만 하려했죠. 오히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실제 사건이 저한테 함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가 온전히 해야 될 역할은 그저 이 시나리오적 표현인데, 제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가게 되면 실화와 엉키는 것 같아서 최대한 대본만 신경 쓰려고 했어요. 그래서 더 하려고도, 덜 하려고도 하지 않았죠.”

 

 

 

 

 

사진 : 오퍼스픽쳐스 제공
사진 : 오퍼스픽쳐스 제공


강하늘이 연기한 현우는 단순히 주구장창 눈물만 흘리고, 억울함을 토해내지만은 않는다. 그와 동시에, 상당히 껄렁한 태도를 고수하는 양아치를 그려냈다. 현실의 현우는 짧은 머리지만, 과거의 모습에서 머리는갈색 빛의 브릿지로 물을 들이고, 온 몸에 힘을 쫙 빼고 걷는 터덜터덜한 걸음걸이는 캐릭터를 향한 편견을 잠시 심게 만든다. 억울한 주인공을 향해 온전히 동정과 안타까움을 품는 게 일반적인 감정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강하늘은 다채롭고 입체적인 캐릭터 형성을 위해 스스로가 노력의 범주를 넓혔다.

“대본을 읽을 때, 되게 순박한 애가 억울한 누명을 쓴 것처럼 흘러가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른 누군가가 봤을 때, ‘주인공이 저렇게 했을 수도 있겠다’ 싶게 만드는 게 더 현실감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원래 장발이기만 했는데 제가 브릿지도 넣고 문신도 더 자하고 했어요. 귀걸이까지 했었는데 머리가 길어서인지 잘 안 보이더라고요. 딱 불량스럽게 보이고 싶었어요.”

‘재심’ 속에서는 강하늘과 정우가 나란히 라면을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강하늘은 쑥스러워하면서 정우에게 낙지를 건네주기도 하고, 어색함 속에서 꽤 다정한 모습을 보인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 짓게 만드는 이 장면은 두 사람이 만들어낸 애드리브였다. 이러한 장면들이 꽤 된다고. ‘쎄시봉’에서 처음 함께 연기를 하고 예능 ‘꽃보다 청춘-아이슬란드’를 다녀오며 둘은 완벽히 편한 사이가 됐다. 그 자연스러움에서 흘러나오는 ‘케미’는 찰떡같은 호흡을 자랑한다.

“아이슬란드도 다녀오고 친해지면서 제가 친함이라는 감정에 묻어버린 정우 형에 대한 생각들이 있었어요. 이번에 다시 연기로 만나니, ‘내가 이래서 형을 좋아했지’ 싶었어요. 사람들은 형보고 생활연기의 달인이라고 하는데 아무런 생각 없이 하는 게 아니고 정말 많은 고민을 하면서 만들어가는 것이에요. 예민하게 파고드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 되게 멋있어요.

 

 

 

 

사진 : 오퍼스픽쳐스 제공
사진 : 오퍼스픽쳐스 제공


강하늘과 정우의 애정은 쌍방향이다. 정우는 인터뷰를 통해서 “강하늘은 함께 있으면 미소가 지어지는 동생”이라고 칭했다. 한 순간도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선한 웃음만 지으니 “하늘이는 미소천사”라며 장난스레 덧붙이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로 강하늘은 인터뷰 내내 쉬지 않고 활짝 웃으며 답했지만 그 속에는 여유와 진정성이 함께 숨을 쉬고 있었다.

“저는 원래 긍정적인 사람이에요.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순간 부정적으로 되거든요. 물론 부정적 생각도 많이 들긴 하죠. 하지만 그런 것은 혼자 있을 때 다하면 되는 거고 다른 분들과 만났을 때는 웃는 게 좋아요. 혼자 있을 땐, 집 밖으로 안 나오고 영화보고 노래 들으면서 지내요. 어떻게 보면 내성적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생활이 오히려 편하고 좋다. 그렇다고 웃는 걸 억지로 노력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즐기고 다 같이 웃으면 기분이 좋잖아요. 일부러 행복전도사라고 생각해서 행복을 주려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아무리 긍정적이래도, 분명 뜻대로 안되어 감정적으로 흔들릴 때도 있을 터. 최근 들어, 억울한 일이 단 하나도 없냐고 묻자 “살면서 억울했던 적은 잘 없어요. 제가 애쓰는 것처럼 보이나 봐요. 가식적으로 웃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으신 것 같아요. 그런 건 아니에요. 즐겁게 펴하게 잘 살고 있는 걸요. 그게 억울하다면 억울하네요.(웃음)”

 

 

 

 

 

사진 : 오퍼스픽쳐스 제공
사진 : 오퍼스픽쳐스 제공


강하늘은 남자 배우들과만 호흡을 맞춘 것은 아니지만, 이솜과 커플로 등장했던 ‘좋아해줘’를 제외하고는 그의 상대 여배우가 떠오르지 않는다. ‘쎄시봉’, ‘동주’ 속 그의 모습이 워낙 강렬하거나 혹은 로맨틱 코미디 작품에 드물게 모습을 보이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강하늘도 “‘로코는’는 이상하게 잘 안 들어와요. 남자들이랑 하는 작품들이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제가 여자랑 안 어울리나 봐요.”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함께 로맨스로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가 있냐고 묻자 망설임 하나 없이 정유미를 꼽았다.

“옛날부터 정유미 선배님 팬이라고 이야기해왔는데 그 분과 해보고 싶어요. 좋아하는 여배우들 많지만 제가 팬이라고 불렀던 첫 배우 분이에요. ‘폴라로이드 작동법’ 때부터 ‘히말라야’까지 거의 모든 작품을 다 봤죠. 가장 좋은 점은 그 분이 하시면 연기가 진짜 같아요. 더 하려는 욕심 없이 그냥 역할 그대로 연기하시는데 그게 진짜 같으세요. 정말로 길 걷다가 저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 사실감을 주세요.”

연애 스타일이 궁금해 ‘좋아해줘’ 속의 수호처럼 온순하고 지고지순하냐고 묻자 “지고지순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나쁜 남자 스타일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마음이 없어지기 전까지 좋아하려고 노력해요. 헌신적인 모습이 멋있나요? 그러면 그렇게 할게요.(웃음)”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강하늘은 아직 군대를 가지 않은 남자 배우 중 한 명이다. 한참 가도를 달리고 있는 배우에게 약 2년간의 공백이 치명적이라면 치명적일 것이다. 새로운 얼굴을 한 배우들은 쉴 새 없이 등장하고, 숨어있던 배우들까지 고개를 들면서 계속해서 대중의 눈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강하늘은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불안함도 없었다.

“군대를 숙제처럼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는 갈 생각이 있고, 살면서 그것도 한번 할 수 있는 경험 아닐까 싶어요. 저는 갈 때 되면 갈 것 같아요. 사람들이 어떡하냐고 하시는데 저는 별로 신경이 쓰이질 않아요. 주변에서 그러시니까 이걸 신경 쓰이는 척을 해야 하나 싶어요.”

 

 

 

 

 

 

사진 : 오퍼스픽쳐스 제공
사진 : 오퍼스픽쳐스 제공


이렇게 매사에 솔직한 모습을 보이는 강하늘에게 대중들은 ‘진정성 있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선물했다. 하나의 가상 캐릭터를 입고 대중에게 완벽히 그 인물로 비춰지게 만들어야하는 배우에게 진정성이란 단어는 축복과 마찬가지다. 연기를 인정할 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몰입과 공감을 느낀다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그 수식어는 정말 저한테 큰 위로가 돼요. 저는 연기 변신의 목적을 가지거나 사람들한테 ‘이런 이미지를 각인시켜야하지’ 하면서 접근하지 않아요. 작품 자체가 재미있어야 관객 분들이 선택해주시겠지 라는 생각으로 선택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시면 저는 ‘계속해서 이런 마음을 가져도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긍정적인 위로로 다가와요.”

믿음직스러운 묵직함까지 지니게 된 그에게, ‘재심’이란 작품이 관객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 것 같냐고 묻자 “두 시간이 아까우실 것 같지는 않아요. 흥행에는 욕심 없고, 그것은 저희들선에서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단지 관객 분들에게 제가 창피하지 않길 바랄 뿐이에요. ‘강하늘 왜 저래?’라고만 안하시면 행복할 것 같아요.(웃음)” 답하며 자신에 대한 성찰을 놓지 않았다.

이예은 기자 90090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