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가 된 어른아이" 당신은 꼰대입니까? 어른입니까?

기자 2017-02-23 10:46:21
사진=영화 '범죄와의 전쟁' 스틸컷
사진=영화 '범죄와의 전쟁' 스틸컷


[메인뉴스 이진희 기자] “니 몇 살이고? 니 나보다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어디서 감히 손을 함부로 놀리노?”
“니 내 누군지 아나? 내가 인마! 느그 서장이랑 인마! 으즈께도 으이?”
“같이 밥묵고! 으이? 같이 사우나 가고! 으이? 다했어. 인마”

영화 ‘범죄와의 전쟁’ 속 전직 세관 공무원 최익현 역 최민식의 극중 대사다.

우리는 종종 꼰대가 된 어른아이를 마주하게 된다. 이들은 만나면 나이부터 찾고, 나이 어린사람에게는 반말과 명령조를 일삼는다. 또한 나이·성별 무관하게 ‘계급장’을 내세우고, 대접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넘쳐난다.


꼰대, 어디에서 왔니

 

 

사진=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사진=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꼰대’는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굉꼰’(굉장한 꼰대), ‘젊꼰’(젊은 꼰대), ‘여꼰’(여자 꼰대)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꼰대의 어원은 확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백작·영주·고관’을 뜻하는 프랑스어 ‘콩테’(comte) 유래설을 들고 있다. 일제강점기 친일파들이 일본으로부터 백작·공작·후작 등 작위를 받고 스스로 ‘콩테’라며 자랑하고 다니자 이를 비웃던 사람들이 일본식 발음으로 ‘꼰대’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거들먹거리다, 잘난체하다’는 뜻을 지닌 영어 ‘콘디센드’(condescend)의 발음이 ‘꼰대’로 변형되었다는 설을 들고 있다.


꼰대가 된 어른아이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꼰대 육하원칙이다.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위트다. 현실 속에서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꼰대는 아니다. 꼰대의 본질은 사람이다. 자신의 경험, 생각, 가치관 등을 일반화 해 타인에게 강요하는 어른아이가 바로 ‘꼰대’인 것이다.

한 취업포털의 남녀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 “회사 안에 꼰대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73.3%가 “있다”고 답변했다. 꼰대 유형으로는 ▲자기만 맞는다고 생각하는 스타일(30.4%), ▲까라면 까라는 식의 상명하복(18.3%), ▲자기 경험을 일반화한 섣부른 충고와 지적(12.4%)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인간관계에서 상대를 대화의 주체로 존중하지 않고 가르쳐야 한다고 여기면 위험신호”라고 지적한다.

한편 ‘어른 없는 사회’의 저자이자 고베여자대학교 교수 우치다 타츠루는 “경쟁 지향적인 교육 시스템이 개인만 생각하는 사회를 만들었으며 사람들이 점점 아이들이 되어간다”고 우려한다.


당신은 꼰대입니까? 어른입니까?
미국의 창의리더십센터에서 발행한 보고서 ‘How to Be the Boss without Being the B-word(Bossy)’를 주목해보자. 일명 ‘꼰대 체크리스트 20’이다.

□ 사람을 만나면 나이부터 확인하고,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는 반말을 한다.
□ 대체로 명령문으로 말한다.
□ 요즘 젊은이들이 노력은 하지 않고 세상 탓, 불평불만만 하는 건 사실이다.
□ “○○란 ○○○인 거야” 식의 진리명제를 자주 구사한다.
□ 버스나 지하철의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젊은이에게 “비켜라”고 말하고픈 충동이 인다.
□ 후배의 장점이나 업적을 보면 자동반사적으로 그의 단점과 약점을 찾게 된다.
□ “내가 너만 했을 때” 얘기를 자주한다.
□ 나보다 늦게 출근하는 후배가 거슬린다.
□ 고위공직자나 대기업 간부, 유명 연예인 등과의 개인적 인연을 자꾸 얘기하게 된다.
□ 커피나 담배를 알아서 대령하지 않거나 회식 자리에서 삼겹살을 굽지 않아 기어이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후배가 불쾌하다.
□ 낯선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 후배에게는 친히 제대로 일하는 법을 알려준다.
□ 자유롭게 의견을 얘기하라고 해놓고 나중에 보면 내가 먼저 답을 제시했다.
□ 옷차림이나 인사예절도 근무와 연관된 것이므로 지적할 수 있다.
□ 내가 한때 잘나가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 연애사와 자녀계획 같은 사생활의 영역도 인생선배로서 답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 회식이나 야유회에 개인 약속을 이유로 빠지는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다.
□ 내 의견에 반대한 후배는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
□ 미주알고주알 스타일로 업무를 지시하거나 확인한다.
□ 아무리 둘러봐도 나보다 더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 아이들에게도 배울 게 있다는 원론에는 동의하지만, 실제로 뭘 배워본 적은 없다.

당신은 몇 개에 해당이 되는가?

*0~3: 이미 당신은 성숙한 어른
*4~7: 꼰대의 맹아가 싹트고 있음
*8~15: 꼰대 경계경보 발령
*16~20: 자숙기간 필요

한편 우치다 타츠루는 저서 ‘어른 없는 사회’에서 ‘길거리의 빈 깡통 줍는 일’로 어른과 아이를 분류한다. 빈 깡통을 줍는 일은 누구의 의무도 아니다. 다만, 이를 ‘모두의 일’이라 생각하고 줍는 사람은 어른이다고 말한다.

당신일 수도 있는 꼰대 혹은 당신의 아버지, 어머니일 수도 있는 꼰대

꼰대에서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진희 기자 ljhwork@daum.net / 정소정 기자 j93100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