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레쥬에이션’, ‘자녹게 킹’ 마블제이의 창세기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7-02-23 17:40:40
디자인=정소정
디자인=정소정


[메인뉴스 유지훈 기자] 블락비 지코(낙서)와 박경(홀케), 블랙넛(MC기형아), 던밀스(황마K), 산이, 빈지노, 씨잼, 서사무엘 등은 모두 한국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알고 있는 래퍼가 됐다. 그들은 힙합커뮤니티 자작녹음게시판(이하 자녹게)에 자신의 노래를 올리며 데뷔 전부터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2017년 2월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래퍼가 정식으로 데뷔했다.

마블제이는 최근 첫 번째 EP앨범 ‘그레쥬에이션(Graduation)’을 발매했다. Mnet 예능프로그램 ‘쇼미더머니4’의 우승자 베이식에게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RBW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맺고 앨범 작업에 몰두했다. 그리고 창모, 던밀스, 딥플로우 등의 든든한 지원과 함께 총 여덟 트랙이 담긴 신보를 선보였다.

‘그레쥬에이션’은 마블제이의 자신감과 더불어, 진짜 래퍼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곳곳에 묻어난다. 첫 번째 트랙에서 혼란스러운 감정을 풀어내고, ‘제이 월드(Jay World)’에서는 코러스나 혹을 배제한 쉴 틈 없이 쏟아내는 ‘마라톤 랩’으로 실력을 뽐내며, ‘돈 벌러 왔어’는 곤궁함으로 벗어나려는 남다른 포부가 담겨 있다. ‘포기브 미(Forgive Me)’와 ‘꺼’는 재기발랄한 랩메이킹 실력을 엿볼 수 있다.

 

사진=RBW
사진=RBW


Q. 소속사와 계약을 맺고 내는 첫 앨범이다. 지금까지의 마블제이와 다른 모습을 띌 거라고 보는가?

“메인스트림으로 나왔다고 하긴 좀 그래요. 회사가 생겼다는 정도고 음악성에 대한 변화는 없어요. 메인스트림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음에도, 하고 싶은 마이너한 언더뮤직을 해서 인정을 받고 싶어요.”

Q. ‘그래쥬에이션’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나?

“대한민국 아마추어 래퍼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가사에서 자기 이야기를 제대로 담지 못하는 거라고 봐요. 저는 중 3때부터 랩을 했는데 21살이 될 때까지 제 랩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할지 고민도 못했어요. 같은 스웨그라도 자기 이야기를 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ROTC가 스웨그이고 메리트에요. 그런 저만의 스웨그 들을 가사에 풀어내서,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싶어요.”

Q. 타이틀곡 ‘포기브 미’에 대해 소개해달라

“요즘 핫한 창모라는 친구와 던밀스 형님이 피쳐링 해줬어요. 창모는 제가 랩을 시작할 때부터, 돈 한푼 벌지 못 할 때부터 알았던 친구에요. 던밀스형은 얼굴도 몰랐는데 곡에 잘 어울릴 거 같아서 부탁했고 흔쾌히 수락해줬어요. 제가 명절 연휴에 가면은 어르신들이 ‘너 이제 나이가 스물넷인데 졸업하면 어떻게 할 거냐’ ‘군대는 어떻게 할 거냐’ 하시잖아요. 그 당시를 떠올리면서 래퍼로 꼭 성공하겠다는 생각을 적은 곡이에요.”

Q. 수록곡 가운데 꼭 들어줬으면 하는 트랙이 있는가.

“가장 애착이 가는 건 1번 트랙이에요. 이제 제가 아티스트로서 어떤 가사를 써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눈을 떴을 때 만든 노래에요. 어떻게 보면 제 주변에 있던 지인과 형들에게 처음으로 인정받은 곡이었어요. 그리고 ‘돈 벌러 왔어’라는 노래요. 돈 자랑 차 자랑을 하고 그렇게 많이 알려진 힙합의 이미지와는 반대인 트랙이에요. 이 노래 덕분에 베이직 형하고도 인연을 맺게 됐고요.”

Q. 앨범에 참여했던 창모는 최근 비와이가 ‘가장 크게 될 래퍼’로 꼽기도 했다. 같은 생각인가

“창모는 이미 뜨거워요. 지금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친구에요. 그 친구의 장점은 스펙트럼이 넓다는 거예요. 저는 래퍼지만 창모는 자기가 곡도 쓰고 피아노도 치죠. 그래서 훨씬 잘될 거예요. 진짜 대한민국을 뒤흔들 거예요. 저는 창모한테 ‘너는 쇼미 안 나가도 성공하겠다’ 했어요.”

Q. 이번 앨범에 대해 스스로 몇 점을 주고 싶은가.

“10점 만점에 8.8점? 1.2 점은 취향 차이라고 해둘게요. 제 랩이 취향을 많이 타요. 강하게 랩을 하기 때문에 이질감을 느낄 수 있어요. 거북할 수 있는 단어들도 나오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1점을 뺐습니다. 그리고 제가 래퍼로서 아직 부족한 점을 생각해 0.2점을 덜 줬어요.”

Q. 자녹게에서 유명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정도인가?

“추천수을 많이 받았고 별명도 ‘자녹게 킹’이었어요. 노래를 올리면 3000 조회수 정도를 기록했거든요. 제가 활동할 때가 자녹게의 전성기였죠. 블랙넛, 산이, 지코, 박경 등과 함께 활동 했었으니까요.”

Q. 자녹게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서 그런지 ‘랩이 올드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그런 반응이 나올 수 있어요. ‘포기브 미’는 작업한지 2년 정도 된 노래에요. 그러니까 시대에 뒤처진 랩이라고 느낄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이번 앨범만으로 저를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번 앨범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저는 다양한 장르의 랩을 소화할 수 있어요. 앞으로는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준비해둔 곡이 많고, 그걸 보여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 상태에요. 빨리 내보내고 싶어요.”

Q. 대남협(대남조선힙합협동조합)의 활동을 기다리는 팬들도 있다. 리더로서 크루의 활동 방향에 대해 말해줄 수 잇을 것 같다.

“요즘은 다들 갈 길이 바빠서 뭉치지 못하고 있어요. 활동 당시 대남협은 인기가 많았어요. 언더 공연 섭외가 많이 들어왔었죠. 지금 생각하면 감사해요. 당시 크루의 음악은 참 좋은데 제가 가사적으로 너무 부족한 면이 많았다고 느껴져요. 제 파트만 나오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 저 혼자만의 만족으로 썼던 가사들이라 유치하다고 느껴지네요.”

Q. ‘쇼미더머니2’에 참가했었지만 탈락 후 디스곡을 발표했다. 이번 시즌에 도전할 마음은 없나?

“반드시 나갈 겁니다. 올해는 진짜 이를 갈고 열심히 해보려고요. 1차 예선이 너무 어려워요. 시즌에는 1차에서 랩을 하자마자 3초 만에 떨어졌어요. 심사위원은 쿠시님이었죠. 이번엔 자신 있어요. 저는 계속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있어요. 우승하고 어떤 말을 할지.(웃음)”

Q. 올해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

“지금 장교 후보생 신분이에요. 올해 3월 임관인데, 1년 미뤘죠. 그만큼 열심히 활동 할 거예요. 제가 하고 싶은 랩, 말하고 싶은 주제, 저만의 감정에 충실한 노래를 만들 거예요. 3월에는 단독 콘서트 진행할거고요. 올해 ‘쇼미더머니’ 나가서 잘 되면 너무 감사하고 잘 안되면 내년에 군대 가는 걸로?(웃음) 올해 목숨 바쳐 열심히 하겠습니다.”

메인뉴스 유지훈 기자 free_fro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