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유지훈 기자] 카페 창업은 레드오션에 뛰어드는 위험천만한 모험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카페를 열고 어엿한 사장이 되길 꿈꾼다. 최근에는 ‘특별한 콘셉트’와 함께 이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카페 창업의 열풍은 2007년 방송된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와 함께 시작했다. 시청자들은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대한 환상을 가졌다. 당시 한국에는 이미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도전장을 던졌다. 바야흐로 ‘카페의 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2016년 국세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커피음료점은 가장 많은 비율로 증가한 창업 업종 1위를 차지했다. 커피음료점 수는 2015년 8월 3만 57명에서 1년 만에 6049명이 늘어, 20.1%라는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몇몇 커피 전문점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지난해 홈스테드는 청산 작업을, 카페베네는 최고경영자를 창업주인 김선권 전 대표에서 최승우 대표로 교체했다. 커피음료점 창업자는 늘고 있지만, 대형 전문점은 줄어드는 아이러니였다.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곳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다양한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애니멀 카페,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된 키즈 카페, 미션을 풀어내며 머리를 쓸 수 있는 방 탈출 카페 등이 그 주인공이다. 커피를 마시는 기본 틀은 유지하되 색다른 콘셉트를 더해 재미를 꾀하는 방식이다.
그중 가장 돋보이는 콘셉트가 있다면 가드닝(Gardening) 카페다. 회색 건물들로 가득한 도시에서 푸르른 식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꿀법한 일이다. 가드닝 카페는 이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준다. 가드닝과 커피를 접목시키는 것만으로 대중은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된다.

조사 결과 서울에는 식목일, 블뤼테, 수르기, 푸르너스 가든, 더 화원, 모제인 송 등 약 15개의 가드닝 카페가 존재한다. 모두 가드닝과 관련된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플라워 카페라고도 불린다. 뿌리는 같지만 모두 각각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 직접 담근 과일청을 판매하는가 하면, 별도의 스튜디오를 만들어 추억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또한 직접 식물을 판매하거나 입장료를 받고 고객이 푸르른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가드닝 카페에 들어가면 시각적 자극이 가장 먼저 느껴진다. 카페 안에는 다양한 식물이 장식되어 있다. 꽃, 선인장, 허브, 나무 등이 한자리에 모여 있고 이는 곧 볼거리가 된다. 가드닝 카페의 손님들은 자리에 앉아만 있지 않는다. 카페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식물들을 바라보고 만져보며 호기심을 보인다. 그리고 이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SNS 속 사진이 된다.
“친구들이랑 오랜만에 모였는데 예쁜 사진을 찍고 싶었어요. 인터넷에 ‘인생샷’이라고 치니까 가드닝 카페가 뜨더라고요. 여기 와서 한 시간 넘게 사진을 찍고 있어요.(웃음)”(벌스가든 손님, 22세 대학생)
다른 자극들 역시 새롭다. 기존 카페가 커피 향기를 품었다면, 가드닝 카페는 풀 내음이 가득하다. 또한 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적절한 온도는 필수다. 때문에 겨울에는 조금 더 따스한 느낌을 준다.

“여자 친구가 오자고 해서 왔는데 기존 카페보다 훨씬 새로운 느낌이에요. 일단 여기저기 달려있는 장식들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일단 들어오니까 따뜻한 느낌이 확 와 닿았어요.”(블뤼테 손님, 24세 대학생)
가드닝 카페에서만 만날 수 있는 미각적 즐거움도 있다. 벌스 가든은 고객이 보는 앞에서 직접 허브를 따 차로 우려내는 허브티가 시그니쳐 메뉴다. 이런 시그니쳐 메뉴가 없는 카페는 차 위에 꽃잎을 올려주거나, 작은 화분을 함께 건네주며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여행 책자를 찾다가 오게 됐어요. 그냥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는 새로운 느낌이에요. 디저트들도 새로운 느낌이 많아요.”(26세 일본인 여행객)
카페는 대한민국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대중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원한다. 가드닝 카페는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카페에서 한 단계 나아가 조금 더 풍성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인생샷’이라는 해시 태그는, 푸르른 식물과 카페가 어우러진 공간에서 끊이없이 공유되고 있다.
메인뉴스 유지훈 기자 free_fro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