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유지훈 기자] 홍대, 신촌, 이대, 동대문 등 과거에는 대학교 인근이나 큰 상가가 즐비한 곳이 데이트 코스로 유행했다. 하지만 이제 이 트렌드는 바뀌었다. ‘나만 알고 싶은 곳’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뒷골목 상권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 경리단길, 마포구 연남동 등이 이제는 인기 있는 장소다. 청년들의 말을 빌리면 ‘핫 플레이스’가 됐다.
뒷골목 상권이라고 불리는 만큼 아기자기한 카페가 몇몇 골목을 대표하기도 한다. 봄이 되면 벚꽃이 흩날리는 연남동 꽃길에는 그 골목과 묘하게 어울리는 가드닝 카페인 ‘벌스 가든’이 터줏대감이 됐다. 25평 남짓, 많은 손님을 수용하기에는 작은 공간이지만 꽃 내음과 다양한 식물, 손님들의 웃음과 카메라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벌스 가든’은 김성수 대표가 일군 가드닝 카페다. 2015년 9월 오픈해 연남동을 대표하는 카페로 자리 잡았다. 인터뷰를 위해 2시간 일찍 카페 문을 열었지만 손님들은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다. 그 때마다 김 대표는 “월요일엔 오후 세시부터 오픈이다”라며 미안해했다. 피곤한 얼굴이었지만, ‘벌스 가든’의 인기를 실감하는 듯 멋쩍은 표정이었다.
Q. ‘벌스 가든’은 언제부터 생각했는가?
“부모님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꽃 가게를 하고 계세요. 저는 부모님 일 도와드리면서 꽃과 식물을 접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카페를 운영했었고, 뮤지컬, 영화를 찍은 적도 있었어요. 그러면서 제가 마지막으로 나이가 들면서 끝까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고 ‘벌스 가든’을 만들기로 했죠. 식물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 꽃을 아깝게 만 보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자는 생각이 컸어요.”
Q. 식물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있을 것 같다
“저는 꽃을 비롯한 식물이 죽어도 버리지 않아요. 그걸 다른 방법으로 디자인해요. 하나의 생명이니까 쉽게 생각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디자인을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사람들은 꽃을 사고 죽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아까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꽃을 놔둠으로서 느껴지는 마음, 식물과 소통하는 방법을 잘 알게 됐으면 해요.”
Q. ‘벌스 가든’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뜻이 담겨있는가?
“‘드라이벌스 가든’이 원래 이름이에요. 누군가를 기다리기도 하고 원하는 곳에 데려다주기로 하는 편한 곳이라는 뜻을 담았었어요. 그걸 줄여서 ‘벌스 가든’이 완성됐죠. 이 이름처럼 그냥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자주 접하지 못한 식물이나 잘 알지 못했던 식물에 대해 알아보고, 분양도 받아가고 그런 곳.”

Q. ‘벌스 가든’을 준비하며 참고했던 카페가 있는가?
“한국에 있는 꽃 가게, 가드닝 카페는 별로 안 봤어요. 저 만의 가게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일본에 하타가야라는 마을이 있어요. 그 동네는 각각 집마다 가드닝이 되어있죠. 그걸 보면서 ‘우리나라는 왜 이런 모습이 없을까’라는 고민을 했어요. 결국엔 인식의 문제라고 봤어요. 한국 사람들도 홈 가드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편하게 알리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Q. 이 가게에는 대략 몇 종류의 식물이 있는가?
“200개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다 따지고 보면 넘겠죠? 종류는 많아요. 식물마다 버틸 수 있는 환경이 달라요. 그래서 가게에 가지고 오기 전까지는 오래 걸려요. 같이 키우려면 면역성을 길러야 하기 때문이에요. 함께 버틸 수 있는 면역력을 길러서 가져오다보니 따로 키우고 있는 식물을 모두 가게에 가져오지는 못해요.”
Q. ‘벌스 가든’이 연남동에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 게 언제인가?
“요즘인 것 같아요. 작년 오픈하고 첫 겨울을 맞이했을 때는 많이 힘들었어요. 손님들도 가드닝 카페에 대해 모르고, 저도 경험이 없으니까요. 다른 카페도 많지만 식물과 카페가 함께 있는 것은 저 역시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시간이 필요했죠. 외국인들도 많이 오고 있고, 외국 잡지에도 많이 나가고 그래요.”
Q. 가드닝 카페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의 문의도 있었을 것 같다.
“반대하는 편이에요. 요즘 많이 물어보러 오세요. 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봐요. 예쁘게 꾸며서 보여주기 식이면, 그것만으로 좋을 수 있겠지만 더 좋은 건 가드닝에 초점을 두는 거예요. 그만큼 사람들한테 식물에 대해 전하는 사명감이 필요해요. 보통 식물이 많은 카페에 가면 관리가 잘 안된 경우가 많아요. 단순히 식물이 많다고 가드닝 카페가 아니에요.”
Q. 카페 외에도 다른 일들도 하고 있나?
“사실 카페가 주는 아니에요. 카페 오픈 전부터 이미 외부 가드닝을 하고 있어요. 또 이 장소 역시 꽃을 보여드리고 분양해드리는 게 목표였죠. 그런데 한국감성이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카페를 확장시켜 이런 생각을 없애려고 했죠. 지금은 조금씩 풀어나가고 있는 부분이에요. 그리고 손님들에게 꽃을 분양해주기도 합니다.”
Q. 꽃을 분양한다고 해도 그걸 잘 키우는 건 고객이 안는 또 다른 숙제 같다.
“저희가 우선 꽃을 키울 환경을 물어봐요. 얼마나 건조하고 습한지, 해가 잘 들어오는지, 통풍이 잘되는지요. 거기에 맞는 식물을 권해드리고요. 볕이 안 들어도 조명을 써서 빛에 영양을 얻을 수 있게 하고, 통풍을 시키고, 상태가 안 좋으면 어떻게 케어야 하는지까지 상세하게 알려드려요. ‘나는 선인장도 죽인 사람이야’ 하면서 안 키우는 분들이 있어요. 저는 그걸 꼭 없애고 싶어요.”
Q. 앞으로의 ‘벌스 가든’은 어떤 모습이 되는가
“실질적으로 식물 인테리어에 쪽으로 더 크게 일을 하게 될 거 같아요. 그리고 팀이 나눠져서 카페팀, 인테리어팀, 가드닝 팀 이렇게 나눠질 거예요. 식물과 관련된 제품들도 준비하고 있어요. 올해의 벌스는 작년과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싶어요. 확정이 아니어서 어렵지만, 더 다양한 방면에서 표현하고 싶은 것을 더 많이 해보려고요.”
메인뉴스 유지훈 기자 free_from@naver.com/사진=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