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가드닝 카페③] 그 곳에도 겨울이 온다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7-02-27 14:33:46


[메인뉴스 유지훈 기자] 계절이 바뀌면 산은 옷을 갈아입는다. 사계절이 뚜렷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식물들의 생존 전략이다. 가드닝 카페도 마찬가지다. 레드 오션이 된 카페 시장에서 생존 전략으로 가드닝을 접목 시켰지만 이는 계절마다 변화를 꾀해야 하는, 또 다른 숙제를 던져준 셈이다.

추운 겨울, 데이트 코스는 한정적이다. 많은 사람들은 추위를 피해 따뜻한 실내로 향하게 된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카페를 가는 것은 일반적인 데이트 코스다. 카페 운영자들은 이를 어떻게 바라볼까. 카페 관계자들은 “달갑지 않다”고 말한다. 겨울이 되면 테이블에 앉아있는 시간이 늘고, 결국 회전률이 떨어져 매출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3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카페에서 업무나 공부를 한 적이 있는가’라고 물어본 결과 79%의 응답자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카공족(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고객을 일컫는 말)’이라고 불리며 카페 사장들에게는 골칫거리였다. 이 역시 테이블 회전률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겨울이 되면 스트레스가 많아요. 가드닝 카페뿐만 아니라 다른 카페도 마찬가지 일거에요. 사람들이 밀려오고 줄서서 기다리면 아쉬운 건 당연해요. 누군가는 한국 문화, 누군가는 매우 큰 문제라고 하더라고요.”(가드닝 카페 매니저 A씨)

가드닝 카페는 쉴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때문에 다른 카페보다 더 낮은 회전률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카공족’, 겨울이라는 계절적 특수성이 더해지면 가드닝 카페는 더욱 큰 위기를 맞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편이다. 그리고 겨울엔 식물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가드닝 카페가 실내라고는 하지만 추운 겨울을 버티기는 힘들다. 가드닝 카페는 이 위기를 어떻게 이겨낼까.


“처음에는 겨울이 오면 정말 힘 들었죠. 하지만 이젠 괜찮아요. ‘회전이 안 되더라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중점을 두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겨울이 되면 저희 카페는 다른 계절과는 다른 느낌을 주기로 했죠.”(벌스가든 김성수 대표)

드라이플라워는 식물을 건조시켜 관상용으로 만든 것을 뜻한다. 벌스가든을 비롯한 가드닝 카페는 겨울이 되면 드라이플라워로 가득하다. 한국에 보급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최근 가드닝에 대한 관심이 올라감에 따라 드라이플라워도 유행하고 있다. 봄과 여름의 싱그러움은 아니지만, 겨울에만 만나볼 수 있는 멋스러움이 있다. 또 억새풀과 같은, 겨울에도 잘 자랄 수 있는 식물들이 함께해 이 멋스러움을 더한다.


또한 가드닝 카페는 단순히 커피만 판매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가드닝 카페는 매장에 있던 식물을 직접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몇몇 카페는 더욱 과감한 방법을 택한다. 서울 마포구의 프루너스 가든은 식물을 비롯해, 가게에 있는 모든 물건을 구입 가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별도의 유료 촬영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는 곳도 있으며 플라워 카드, 진열되어 있는 그림, 직접 담근 과일 청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벌스 가든은 조금 더 특이한 행보다. 가드닝 카페로 인기를 끌었지만 주된 전략은 식물을 이용한 인테리어다. 가게에 찾아와 분위기를 즐긴 사람에게 의뢰를 받아 원하는 장소를 꾸며준다. 음식점, 옷가게, 카페, 작업실 등 가드닝 인테리어에는 제한이 없다. 그리고 가게 밖에 작은 온실을 만들어 그 곳에서 식물을 눈에 담고,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해뒀다.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요소로 고객을 확보한 셈이다.

가드닝 카페에는 겨울이 온다. 하지만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산처럼, 나름의 준비로 겨울을 이겨내고 있다. 생존 전략이란, 자연과 사람 모두에게 필요하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가드닝 카페의 겨울은 더욱 그렇다. 만발의 준비를 끝낸 가드닝 카페는 그 어떤 카페보다 따뜻하다.

메인뉴스 유지훈 기자 free_fro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