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랩레슨③] 피해갈 수 없는 질문…“랩을 가르칠 수 있어요?”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7-02-27 15:02:28
사진=커뮤니티 캡처
사진=커뮤니티 캡처


[메인뉴스 유지훈 기자] “일주일에 3만원씩 3번을 했는데 진짜 도움 됐다. 자신감이 오르고 정말 터닝 포인트는…. 개뿔, 지 인생이야기만 계속 함…. 내 10만원 ㅠㅠ”

이는 모두 한 유명 래퍼로부터 랩 레슨을 받은 후 인터넷에 떠도는 후기들이다. 유머가 주를 이루는 인터넷 게시판이 출처이기 때문에 무조건 믿을 수는 없다. 하지만 랩 레슨 관계자들은 이 글들에 신빙성을 싣는다. 몇몇 개인이 하는 랩 레슨은 명확한 커리큘럼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다는 것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이전 선생님에게 랩 레슨 받았던 걸 이야기해줘요. 주로 불평들이죠. 체계적인 수업을 못 받았거나, 선생이 갑작스럽게 수업을 못 한다고 하거나 하는 이야기들이요.”(랩 선생 A)

“랩 레슨 요청이 가끔 와요. 그런데 잘 하지 않는 편이에요. 이게 결국 장사거든요. 만나서 랩 몇 번 해보면 이 친구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나와요. 어떤 래퍼들은 성장 가능성이 없는데도 가르치더라고요. 결국 돈을 위해서겠죠.”(언더그라운드 래퍼 B)

투팍, 나스, 제이지, 닥터드레 등 미국의 유명 래퍼가 랩 레슨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없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랩을 접했고 스스로의 생각을 써내려갔다. 이는 랩이 꼭 선생님이 없어도 충분히 실력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랩을 배우고자 하는 열의를 가진 사람,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때문에 ‘랩을 가르치는 게 가능하냐’는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온라인에는 랩 레슨이라는 키워드만 치면 랩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펼쳐져 있다.
이제 온라인에는 랩 레슨이라는 키워드만 치면 랩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펼쳐져 있다.


“분명 그런 컴플레인이 많아요. 랩은 가르치는 분야가 아니니까요. 저는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희는 단순히 가르치는 게 아니라 옆에서 코칭해주는 거예요.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길목까지 터주지, 그 어떤 교수도 ‘내 스타일대로 하라’라고 하지 않아요.”(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 김디지 교수)

김디지는 랩을 가르치는 대학교와 학원의 교육자로서 이와 같은 해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개인 레슨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아마추어가 아마추어를 가르치는 경우, 제대로 된 커리큘럼을 갖추기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언더 래퍼는 조금 더 과감한 태도로 비판했다.

“대부분의 레슨 선생님들이 이상한 분들이 많아요. 그리고 진짜 랩을 너무 못해요. 그런 사람들이 가르치는 건 사기거든요. 랩 레슨을 받았던 학생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화가 나기도 하죠.”(언더그라운드 래퍼 C)

랩 레슨은 ‘A라는 강사가 누군가를 가르칠 자격이 있느냐’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다. 힙합에 대해 전문가라는 것을 증명해줄 시스템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다른 음악 관련 레슨은 대다수 학위를 가진 사람들이 교수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랩 강사의 전문성을 증명해주는 건 앨범과 활동 내역뿐이다. 물론 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에서 학위를 가진 뮤지션들이 탄생하고 있지만, 이제 막 뮤지션으로 발돋움한 신인이기 때문에 학위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이름 있는 래퍼에게 개인 레슨을 받는 것이 최선일까. 하지만 유명 래퍼는 1대 1 개인 레슨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 여러 명의 수강생을 모아 한꺼번에 가르친다. 결국 수강생 전체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결국 유명세로 돈벌이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개인 레슨에 대해 폄하할 생각은 없어요. 몇몇 개인 레슨 선생님들은 정말 믿을 만 해요. 열정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죠. 그리고 그 아이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요. 그만큼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는 거죠. 그런 분들이 잘 자리 잡았으면 해요.”(김디지)

랩 레슨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시장이다. 그리고 이 독특한 시장은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에 많은 허점이 존재했다. 랩스타를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은,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함정을 피해가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메인뉴스 유지훈 기자 free_fro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