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랩레슨②] 대학교·학원·개인, ‘맞춤형’ 커리큘럼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7-02-27 15:02:55


[메인뉴스 유지훈 기자] 과거에는 래퍼라는 꿈을 이루는 방법은 쉬웠다. 힙합 음악의 특성 상 누군가의 인스트루멘탈을 틀고 그에 맞춰 랩을 하면 된다. 자신의 생각을 적어 리듬에 맞춰 말하듯 뱉고 문학시간에 배웠던 운율을 떠올리며 라임을 맞추고, 브레인스토밍 끝에 나온 펀치라인을 곳곳에 배치한다. 음질은 다소 아쉽지만 노력이 담긴 결과물이 나온다.

힙합 커뮤티니의 자작 녹음 게시판(이하 자녹게)에 올려 사람들의 평가를 받아 실력을 닦는다. 그리고 언더그라운드 클럽 오디션을 보고 이에 합격해 래퍼로서 활동한다. 이는 우리가 기억하는 1, 2세대 래퍼들은 모두 이런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메인스트림에서 힙합의 인기는 뜨겁지만, 언더그라운드 시장은 예전에 비해 침체기다. 자녹게에서 신인의 노래를 귀담아 듣는 사람은 적고, 클럽은 규모가 줄어 신인을 무대에 올리지 않는다. 랩스타를 꿈꾸는 사람은 많지만 이를 현실화 시켜 줄 창구가 없게 된 셈이다.

 

힙합플레야의 자작녹음 게시판 오픈마이크. 과거보다 올라오는 노래는 물론 반응도 적은 편이다.
힙합플레야의 자작녹음 게시판 오픈마이크. 과거보다 올라오는 노래는 물론 반응도 적은 편이다.


“저 때가 자녹게의 전성기였어요. 저도 그 곳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왔어요. MC기형아라는 이름으로 활동 했던 블랙넛, 낙서라는 이름의 지코, 산이님도 자녹게 출신이죠. 요즘은 거의 비활성화 됐어요. 랩잡이라는 카페가 있다고는 하는데 예전만큼은 아닌가 봐요.”(마블제이)

랩스타를 꿈꾸는 이들은 이제 랩 레슨을 그 창구로 생각하고 있다. 학원과 대학교는 단순히 랩을 가르쳐주는 것뿐만 아니라, 기획사와 협업 하는 경우가 많아 오디션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래퍼를 꿈꾸는 사람들은 단순히 랩을 배우는 것을 넘어서, 랩스타가 되기 위해 학원과 대학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대학교 가운데는 한양대학교, 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 등이 힙합과 관련된 수업을 개설해뒀다.

“음대다보니 다른 수업들이 많아요. 기초화성, 피아노, 녹음, 엔지니어링, 컴퓨터 음악 등등. 하지만 이런 것들이 최대한 랩 하는 친구들에게 맞춰져 있어요. 보통 음대면 보컬 중심으로 되어있는데, 랩하는 친구들은 비트메이킹과 엔지니어링을 동시에 해요. 우리 학교 출신 래퍼들이 필드에서 많이들 활동하고 있어요.”(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 김디지 교수)

 

 

 


그러나 ‘대학교’라는 기관이 주는 장단점은 명확하다. 대학교는 다른 대학과 비슷한 등록금을 내야하고, 별도의 학업을 병행하기 힘들다. 그야말로 음악에 ‘올인’ 한 사람이 아니면 어려운 도전이다. 하지만 모든 과정을 마치면 학위가 나온다. 또한 정기 공연을 통해 지속적으로 경험을 쌓고 함께 음악을 할 동료들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학위’를 제외하면 학원 레슨도 같은 효과다.

“개인 레슨은 다양한 측면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랩스타를 꿈꾸는 게 아니라 가볍게 랩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요. 최근에는 한 초등학생이 와서 ‘회장 선거에 공약과 비전을 랩으로 발표해보고 싶다’고 해서 가르쳤어요. 의대생들이 단체로 찾아와서 ‘발표회에서 랩을 할 건데 도와달라’고 한 경우도 있죠.”(라마)

라마는 2005년 ‘전형적인’이라는 앨범으로 데뷔한 래퍼다. 팔로알토와 개화산 크루의 멤버이기도 했으며 지금까지도 꾸준히 앨범을 발매하며 활동 중이다. 그리고 10년 넘게 랩 레슨을 하고 있다. ‘쇼미더머니’ 출연 이후 스나이퍼사운드에서 활동 중인 송래퍼의 랩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사진=라마
사진=라마


그는 개인 스튜디오에서 자신의 음반 작업은 물론 랩스타를 꿈꾸는 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커리큘럼은 명확하다. 기초음악이론부터 발성, 리듬 분석, 작사, 마이크 사용법, 라임생성이론 등 래퍼라면 갖춰야 할 모든 것을 다룬다. 그리고 음표를 보지 못하는 수강생들을 위해 개인적으로 시각화 시킨 악보도 준비해두고 있었다.

“일반적인 음악 이론과 비슷한 면이 있어요. 랩도 음악의 일부니까요. 박자, 기초음악이론, 발성, 호흡, 랩의 보컬적인 형식도 알려주죠. 악기 레슨처럼 처음에는 카피 랩을 해보고 실전 레코딩을 하면서 학생의 목소리 톤과 음색을 찾아요.”(라마)

대다수 개인 레슨의 마침표는 믹스테입이다. 수강생은 직접 쓴 랩으로 노래를 만들어 한 장의 앨범을 만든다. 그동안의 성과를 눈으로 볼 수 있고, 기획사 오디션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랩을 끄적이는 것부터 믹싱, 음악 프로그램 사용법까지 모든 교육 과정이 끝나면 어엿한 래퍼가 된다.

메인뉴스 유지훈 기자 free_fro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