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예은 기자] 63개 시상식에서 175관왕이라는 믿기 힘든 일을 해내더니, 2017년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수상의 쾌거까지 이룬 ‘문라이트’의 국내 흥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26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속에서 배리 젠킨스 감독의 ‘문라이트’가 아카데미 작품상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환하게 빛났다. 역사적으로 한 획을 그은 순간이다. 비록 ‘라라랜드’와의 수상 번복 사태로 그 위용이 덜 부각되고 있으나 대단한 업적임에는 틀림없다.

아카데미 속 두 번째 흑인 감독의 수상일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도 마이애미 빈민가 흑인 소년이자 동성애자인 샤이론의 삶을 통해 소수자의 시선을 그려냈기에 보수적인 시상식으로 유명한 아카데미의 선택이 더욱더 놀라운 이유다. 동시에 흑인이자 무슬림 최초로 마허샬라 알 리가 남우조연상의 영예를 안았고, 각색상까지 함께 거머쥐었다.
샤이론이라는 한 소년의 삶의 서사를 꼼꼼하게 펼쳐내고 그를 둘러싼 억압과 편견, 사회적 시선을 뒤흔들어낸 ‘문라이트’는 전세계로부터 한편의 시와 같은 경이로운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베리 젠킨스 감독의 미학적·형식적 연출은 그 경이로움에 영화적 흥미까지 더한다.
이에 앞서 22일에 개봉했던 ‘문라이트’의 국내의 흥행 판도가 뒤바뀔지 주목을 끌었다.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만큼, 작품성은 보증할 수 있다는 신뢰가 대중에게도 심어졌을 터. 더불어, 수상 번복으로 인해 최악의 해프닝까지 벌어졌지만 국내 관객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인정받은 작품성이 곧 국내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다양성 영화일 경우 더욱 그렇지만, ‘문라이트’가 국내 관객의 정서를 제대로 파고들 지도 미지수며, 평단과 대중의 눈은 확실히 다르다. 제 88회 아카데미 작품상의 영예를 안았던 ‘스포트라이트’는 30만에 그쳤고 87회 수상작인 ‘버드맨’도 21만 명으로 엄청난 흥행성과를 얻어냈다고 말하기엔 어려운 결과다.
그런데 ‘문라이트’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26일(현지 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기 전날인 25일, ‘문라이트’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8,308명을 동원하며 주말임에도 다소 낮은 스코어를 기록했다. 작품상 수상이 알려진 이후 27일 박스오피스 2단계가 상승한 10위를 기록하며 상승세의 조짐을 보였다. 그리고 3월 1일에는 쟁쟁한 상업영화 가운데서, 다양성영화인 ‘문라이트’가 박스오피스 8위에 올라서면서 누적관객수 71,036명을 돌파하며 새로운 역주행의 길을 걷고 있다.

더불어, 40. 01%의 놀라운 수치로 유일하게 40%대의 좌석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상대는 만만치 않은 울버린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로건(35%)과 2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던 ’23 아이덴티티‘(33.5%)였다.
단기간의 박스오피스 기록으로 오스카의 선택이 곧 관객의 선택으로 이어진다고 확신하기엔 섣부른 판단이다. 하지만 오스카 작품상의 영예와 맞닿은 ‘문라이트’가 비추고자 하는 이야기의 힘이 관객들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이끌고 있는 마법 같은 일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이예은 기자 90090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