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뮤지컬 대역①] 커버? 언더스터디? 얼터네이트? 스윙? 잘하면 ‘꽃길’

기자 2017-03-03 16:00:38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메인뉴스 이예은 기자] 브라운관과 스크린에 오르는 액션 스턴트맨 혹은 스탠드인은 대중에게 낯선 존재가 아니다. 미디어들은 스턴트맨을 조명하기 시작했고, 특히 드라마 ‘시크릿가든’ 여자주인공 길라임의 직업이 스턴트우먼으로 설정되면서 해당 직업을 향한 관심도 상승했다. 


물론, 그들이 주연배우를 대신한다고 하여 작품의 주인공이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벗어나, 뮤지컬 무대로 넘어가면 대역의 모양새가 달라진다. 대역 배우가 주연 배우의 한 부분을 대신해서 등장하는 게 아니라, 직접 그 공연의 주인공이 되어 극을 이끌어 간다.

뮤지컬은 관객이 직접 현장에서 무대를 바라보고 있기에 배우를 부분적으로 교체한다든지 등의 행위는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특성상 인터미션을 제외하곤 2-3시간동안 흐름이 끊기지 않은 채 관객에게 노출되기에 연기와 노래 모두 해당 배우가 흐름을 동일하게 이끌어가야 한다.

뮤지컬 공연은 일정한 날짜에 진행이 되기 때문에 캐스팅 캘린더를 고정적으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고정된 일자에 캐스트 된 배우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무대를 못 오를 시, 이 때 대역 배우가 등장한다.

하지만 무작정 오르는 것이 아니다. 뮤지컬 대역도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각 역할에 맞게 성격도 달라진다. 대역의 의미를 모두 포괄적으로 통칭할 수 있는 용어는 ‘커버’다. 그리고 그 안에 스윙, 언더스터디, 얼터네이트라는 역할이 속해있다.

 

사진=인터파크
사진=인터파크


언더스터디는 앙상블 중 주연 및 조연 등의 특정 배역을 지닌 배우를 뜻한다. 평상시에는 앙상블로 무대 위에 올라서며 맡은 배역의 배우가 불가피하게 공연을 소화하지 못할 시에만 언더스터디의 기능을 수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주조연 배우와 비슷한 이미지와 음역대, 음색, 연기톤을 고려해 캐스팅한다. 스윙은 특정 배역을 담당하지는 않지만, 한 명의 배우가 많게는 5명 이상의 앙상블을 커버한다. 한 공연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야하는 만큼, 춤과 노래 그리고 연기까지 모두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한다.

그리고 얼터네이트는 언더스터디와의 개념과는 약간의 차이를 지닌 주?조연 대역배우다. 일종의 더블캐스팅 개념으로, 배역으로써의 소화해야 할 회차가 고정적으로 정해져있다. 하지만 주 8회 중 공연 2-3회 정도만 소화하며 일반적인 더블 캐스팅과 횟수가 현저하게 차이난다.

한국 공연계의 경우, 이러한 역할의 경계가 사실 모호하다. 원캐스트 체계가 강하게 자리 잡은 해외 뮤지컬 시장과 달리 국내 시장은 여러 가지 이유로, 더블 및 트리플 캐스트 방식이 성행하고 있다. 그렇기에 커버 배우들이 주인공으로써의 자신의 역량을 뽐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쉽지 않은 환경 가운데에서도, 운과 능력의 결합으로 생긴 기회를 잡아 대형 배우가 된 스타들도 있다.

사진=(시계방향으로) 박은석, 홍광호, 김소현, 주원
사진=(시계방향으로) 박은석, 홍광호, 김소현, 주원


2016년 ‘드라큘라’의 더블 캐스트로 활약한 배우 박은석은 사실 이전 ‘드라큘라’ 초연 당시, 김준수와 류정한의 언더스터디로 활약하던 배우였다. 일정 회차를 보장 받아 얼터네이트 개념에 조금 더 가깝긴 했지만, 묵묵하게 실력을 드러내며 당당히 재연의 한 페어를 담당할 정도로 배우로써의 자리매김을 확고히 다졌다.

최근 웨스트엔드로까지 진출하며 국내 뮤지컬시장에 놀라운 역사를 남긴 홍광호는 2006년 ‘미스사이공’ 크리스 역의 마이클 리의 언더스터디였지만, 얼마 되지 않는 회차로 뛰어난 실력이 두각을 나타내며 이후 그의 진가가 드러나 국내 최고 배우로 성장했다.

현재 뮤지컬계에서 여성 톱 배우 중 한 사람인 김소현 역시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얼터네이트 출신이다. 당시, 크리스틴 다에 역을 맡았던 이혜경 배우의 얼터네이트로 등장했다. 일주일에 2-3회 정도만 무대 위에 올랐으나, 뛰어난 성악 실력과 크리스틴과 딱 알맞은 미모를 지녔던 그녀는 대중과 공연 업계를 사로잡으며 이후 모든 출연 작품에서 주연을 맡으며 정상에 올라섰다.

이 외에도 배우 주원이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언더스터디에서 더블 캐스트로, 강하늘은 2009년 ‘쓰릴미’의 언더스터디에서 주연으로 발탁되는 등 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흔치 않은 기회를 기적으로 만들어내며 빛을 발했다.

이예은 기자 90090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