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예은 기자] 실화와 픽션, 어떠한 장르로 쓰여도 동일하게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특수한 소재가 하나 있다. 이는 과거의 삶을 그려낸 ‘시대물’로, 올해도 이 인기 소재가 빠질 수 없다. ‘보통사람’, ‘택시운전사’, ‘1987’ 등 다양한 작품들이 1980년대를 배경을 들고 익숙하지만 날카로운 서사로 관객의 마음으로 파고든다.
가장 먼저 23일 개봉을 앞둔 ‘보통사람’은 1980년대,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 분)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대표 연기파 배우라고 불리는 손현주, 장혁, 라미란 등이 출연해 결코 멀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갈등과 적절한 파장으로 공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어 여름 개봉 예정인 장훈 감독의 ‘택시 운전사’도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영화계는 물론, 대중으로부터 이미 오래 전부터 강한 기대감을 받아오고 있다. 서울의 택시운전사가 5·18 민주화운동 취재에 나선 독일 기자를 우연히 태워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려내며 평범한 한 택시운전사가 목격한 시대의 아픔을 담아낸다.

송강호가 또 다시 ‘변호인’에 이어 시대적 아픔을 담은 실화 작품에 출연을 결정한 것만으로도 단연 화제를 모았다. 더불어,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이 독일 기자로 처음 한국영화에 출연하고 제대로 대세로 거듭난 유해진과 류준열 등도 함께한다.
또한, 얼마 전 캐스팅이 완료되어 크랭크인을 앞둔 ‘1987’ 역시 눈길을 모으고 있는 상태다. 1987년을 배경으로 민주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을 은폐하려는 공인 당국과 진실을 밝혀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시나리오 자체가 지닌 거대한 힘이 어떻게 발휘할지 귀추를 모으고 있다. 이에 강동원, 하정우, 김윤석, 김태리 등 초호화 스타 라인업이 가세해 흥행은 어느 정도 보장된 게 아니냐는 대다수의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기도 하다.
당시 국가 우두머리의 부패로부터 비롯된 5.18 민주화운동과 6월 민주항쟁 등 전국에서 일어난 국민들의 목소리 덕에,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격동과 변화의 시기로 평가된다. 극적이었던 이 시간들은 어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영화화되며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전해지고 있다.

‘부림 사건’을 영화화했던 ‘변호인’은 여러 외압 의혹 논란에도 관객수 1100만 명을 기록하며 국내 흥행 순위 10위에 올랐다. 최근 개봉했던 ‘더 킹’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전반적인 한국 현대사를 다루며 당시 어둠의 이면을 비춰냈고, 530만 관객을 동원했다.
80년대의 특수한 시대적 배경은 단순히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추억을 상기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30년이 지난 지금, 현재는 어른이 된 그 시대의 젊고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왔던 시공간을 영상으로 구현하고 그들이 일궈낸 어떠한 결과를 과정을 담아냄으로써 다양한 감정과 재미를 선물한다.
물론 비판의 눈길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일명 ‘국뽕’이라고 부르며 “그저 시대적 상황을 소비하는 것일 뿐이지, 진지하게 그 상황을 되짚고 심도 있게 다루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하며 “억지 눈물과 억지 감동 스토리밖에 되지 않는다”며 불편한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당대의 분위기가 지닌 힘과 연기파 배우들이 펼쳐낼 시대적 아픔은, 관객들에게 어떠한 울림과 공감을 선사할지 혹은 어떠한 파장과 변화를 가져다줄지 기대케 한다.
이예은 기자 90090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