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예은 기자] 타이틀에 대배우 두 명과 이름을 나란히 올리게 되는 신인 배우의 심정은 어떨까. 더욱이 앞서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던 배우라면 그 마음은 참 무거울 법 하다. 배우가 된 안소희는 이병헌과 공효진이라는 무게를 견뎌내며 자신의 잠재력을 조심스레 증명했다.
영화 ‘싱글라이더’는 증권회사 지점장으로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한 가장인 재훈(이병헌 분)이 부실 채권사건 이후 가족을 찾아 호주로 사라지면서 충격적인 비밀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감성 드라마로, 안소희는 호주에서 2년 간 체류 중인 워홀러 지나 역으로 분했다. 순수한 눈빛을 가득 담은 채 그녀는 이병헌의 옆에서 공감이라는 감정을 이끌어낸다.

“촬영하기 전에 사실 걱정을 더 많이 하고 긴장도 많이 했어요. 워낙 대선배님 두 분과 함께 하게 됐으니까요. 두 분과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하고 싶었고,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계속 걱정이 커지다보니까 나중에는 괜히 두 분한테 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싶었는데 막상 촬영장에 가고 리딩을 할수록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덕분에 편하게 촬영했어요.”
‘싱글라이더’는 화려하거나 임팩트가 강하게 전개되지 않는다. 일상적이고 잔잔하게 흘러가다가 나중이 되어서야 충격 반전이 등장한다. 안소희는 그런 부분이 오히려 몰입에 집중하게 만들었다고 말하며 당시 느꼈던 신선한 기분을 생생히 전했다.
“전체적인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고 지나라는 캐릭터에서도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서 지나가 굉장히 불쌍하고 짠한 친구 같아서 마음이 많이 갔어요. 사실 지나는 평범한 10대 생활을 보낸 스물 한 살친구잖아요. 어떤 분들은 제가 또래 친구들하고 다른 10대 생활을 보내서 그런지, 공감이 되긴 하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지나가 호주에서 2년 동안 혼자 있던 시간이 제가 (원더걸스 시절)미국에서 보냈던 시간들을 많이 생각나게 하고 공감이 갔어요. 그래서인지 지나가 해외에서 혼자 있으면서 느꼈을 외로움이 크게 다가왔어요.”

원더걸스로 활동하던 시절, 미국에 진출하면서 겪었던 과정과 경험 덕인지 안소희는 전작 ‘부산행’에서 들어온 연기력 혹평과 달리 호평이 이어졌다. 함께 연기한 선배들과 이주영 감독의 칭찬도 빼놓을 수 없었다. 특히, 이병헌은 “의욕이 넘치는 친구였다. 감독님께 끊임없이 자신의 연기에 대한 상담을 하고 모니터를 계속 스스로 하더라”고 말하며 그녀의 노력을 칭찬했다.
“저도 기사보고 놀라서 감사 문자 드렸어요.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되게 감동이에요. 처음에는 겁도 먹고 선배님께 방해가 될까 싶어서 물어보는 걸 주저했어요. 그런데 용기를 가지고 물어보면 항상 제가 생각하지 않았던 것 이상으로 말씀을 해주셔서 그 이후로 많이 물어보고 여쭤봤던 것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극중 내내 분홍색 맨투맨을 입고 다니는 지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지만 맑은 모습의 톤을 줄곧 유지한다. 그 톤에, 안소희만이 지닌 특유의 싱그러운 비주얼은 캐릭터가 살아날 수 있도록 뛰어난 시너지를 발휘한다. 그리고 그러한 캐릭터의 완성에는 그녀의 의견이 더해지기도 했다. 이전부터 패셔너블한 스타로 알려져 있던 그녀는 자신의 장기를 한껏 살렸다.
“지나 캐릭터는 비주얼적으로 시도하기에 좋을 것 같았고, 호주라는 분위기와 이미지에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분홍색 맨투맨을 입게 됐죠. 처음부터 고집한 건 아니었다. 되게 중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여러 맨투맨을 많이 입어봤다. 저는 20대인 지나가 되게 싱그러운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느낌을 표현하기에 분홍색이 좋을 것 같았죠. 재훈은 어두운 톤의 정장을 입잖아요. 대조가 되도록 밝은 컬러의 핑크를 입으면 나중에 지나가 어떠한 일을 당했을 때도 관객 분들에게 크게 다가가지 않을까 싶었어요.”

‘싱글라이더’의 개봉 전부터, 배우들 간의 친밀감은 상당해보였다. 공효진과 안소희는 스스럼없이 이병헌과 농담을 주고받았고, 이병헌 역시 특유의 능글맞음으로 그들을 아꼈다. 안소희는 실제로도 호주에서 공효진과 가장 많이 시간을 보냈다며 즐겁게 웃었다. 의외로, 두 여성 배우가 붙는 장면은 단 하나도 없다.
“영화상으로는 같이 붙는 씬이 없지만 실제로 호주에서의 시간은 이병헌 선배님보다 (공)효진언니랑 더 많이 보낸 것 같아요. 이병헌 선배님은 하루도 쉬지 않고 촬영하기도 했고, 언니가 먼저 저를 되게 잘 챙겨주셨어요. 밥도 같이 먹자 해주시고, 테니스도 치고, 시내도 같이 나가면서 제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주셨죠. 제가 힘들어하니까 ‘연기할 때 물음표가 있으면 안 된다. 긴가민가하더라도 모르겠는 건 무조건 물어보고, 너 안에서 물음표가 없어진 상태에서 연기해야한다“고 조언도 많이 해주셨어요. 그래서인지 호주에서의 시간이 정말 행복했어요.”

사실 안소희의 연기 데뷔 경력으로 따지자면, 어느새 10년 차다.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부터 드라마 ‘하트투하트’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부지런히 오갔다. 하지만 가수 활동과 병행하는 탓에 다양한 작품에서 그녀의 모습을 보기는 힘들었다. 연기에만 집중한 지는 2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 사이에 출연한 영화 ‘부산행’과 드라마 ‘안투라지’를 통해 배우 안소희로 변신한 그녀를 향해 많은 응원과 비판이 오갔다. 하지만 연기를 향한 열정만큼은 그 누구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보였다.
“저는 엄청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좋아했어요. 당시에도 막 혼자 따라하고 그랬대요. JYP오디션을 볼 때도 춤, 노래, 연기 다 했어요. 그러다가 정말 하고 싶다고 느낀 때는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를 찍고 나서였어요. 그 때, ‘내가 현장에서 되게 많이 웃고 되게 좋아하고 즐겁게 일하고 있네’ 라는 느낌을 크게 받았어요. 그리고 연기를 하면 여러 직업도 경험할 수 있잖아요. 직업을 매번 바꿀 수는 없잖아요.(웃음) 반대로, 일상에서 겪었던 작은 경험을 연기로 표현할 수도 있죠. 사람을 관찰하면, 그 사람이 궁금하고 연기해보고도 싶죠.”
“저 욕심 되게 많아요. 다 하고 싶어요. 물론 액션도 해보고 싶어요. 좋은 작품과 좋은 캐릭터라면 가리지 않아요. 저는 연기로 전향을 한 거잖아요. 그래서 책임감이 들고 더 잘하고 싶어요. 노력도 많이 하고 있지만 더 열심히 할 거예요.”
이예은 기자 90090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