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앤하이드’, 국내 크리에이터 손길과 브로드웨이 배우의 열연이 만들어낸 뜨거운 전율

기자 2017-03-09 18:06:48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메인뉴스 이예은 기자]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오리지널 캐스트로 중무장해 돌아왔다. 관객들은 그들을 향해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를 보내줄까.

9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프레스콜이 열려 신춘수 프로듀서를 비롯해 배우 카일 딘 매시, 다이애나 디가모, 린지 블리븐이 참석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Facade’를 시작으로 ‘This is the moment’, ‘The transformation’, ‘Alive’, ‘In his eyes’, ‘Once upon a dream’, ‘A new life’까지 총 7개의 장면을 시연 후,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이번 ‘지킬앤하이드’는 오디컴퍼니와 미국의 워크 라이트 프로덕션이 함께 힘을 합쳤고, 새로운 프로덕션을 구성하며 월드투어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합작 공연을 하게 될 시, 브로드웨이 스태프로 주로 구성되지만 이번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에서는 한국의 창작진이 주가 되는 방식으로, 어떠한 세계 시장에 가더라도 공연이 가능한 유연한 구조를 갖췄다.

이와 관련해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는 “한국에서 2004년에 시작했다. 오디뮤지컬컴퍼니는 설립할 때부터 글로벌한 시장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목표로 삼았다. 지금까지 많이 브로드웨이와 여러나라에서 작업을 했다. 이번 ‘지킬앤하이드’는 한국 크리에이티브 팀과 오리지널 배우들과 함께 협업해서 새롭게 한 시도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에는 많은 아시아 프로모터들이 와서 여러 나라 투어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국 시장은 포화상태로 접어들었고,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크리에이티브 팀과 배우와의 협업 단계로 가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앞으로도 한국 스태프들이 브로드웨이에 가서 일을 하고 다른 나라 스태프가 우리나라에 와서 작업을 하는 게 당연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작품의 완성도가 제일 중요할 것 같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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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앤하이드’는 오래 전부터, 국내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이라 국내 관객으로부터의 한국 배우들과의 비교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 배우는 시종일관 밝은 모습으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세 배우는 과감하게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했다. 장면으로만 이루어진 시연이었으나, 탄탄한 노래와 깊은 감정적 연기를 펼쳐냈다. 새롭게 단장한 의상들과 무대 세트도 기존에 가진 인식과 괴리감 없이 훌륭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지킬과 하이드 역을 맡은 카일 딘 매시는 기존 브로드웨이에서 ‘위키드’의 피에로, ‘넥스트 투 노멀’의 게이브 역 등 다양한 모습으로 열연했다. 이번 공연에서 부드러운 지킬과 악랄한 하이드의 이면을 연기해야 했던 카일은 “한국 배우들뿐만 아니라 어떤 프로덕션의 ‘지킬앤하이드’를 보지 않았다. 대본을 보고 이후에 원작을 보면서 그 안에서 스토리를 분석하고 그 안의 흔적에서 캐릭터를 구축했다. 아무런 정보가 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신선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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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루시 역을 맡은 다이애나 디가모는 “유투브 덕분에 미국 배우들과 한국 배우들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했고,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모방하고 싶지 않았다. 카일처럼 대본과 원작을 보고 캐릭터를 구축했다. 다른 루시들은 모르겠으나 저는 제 루시가 마음에 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엠마 역으로 분한 브로드웨이의 신예 스타인 린지 블리븐은 “오리지널 미국 배우들과 한국 배우들도 모두 봤는데, 가장 놀라웠던 것은 한국 배우들의 기량과 성량이 어마어마하더라. 다른 배우들이 하는 것도 물론 존중을 하고, 퀄리티에 놀라움이 많이 있었지만 저 역시 제가 해석한 엠마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앞서 말했듯이,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진 프로덕션은 아시아에서는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이후에는 유럽과 미국의 진출까지 꿈꾸고 있다. 하지만 ‘사드’의 영향은 공연계까지 미친 상태. 정치적인 현안으로,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힌 듯 했다.

신춘수 프로듀서는 “저희를 둘러싼 사드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 저의 발언 자체도 진중할 수밖에 없다. 우리 프로덕션 이외에, 다른 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아 시장은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커질 것 같은데 정치적인 문제로 시기적으로 조절이 필요할 것 같다. 저희도 공연 시장까지 영향을 미칠지 몰랐다. 오늘도 문화부에서 연락을 받았다. 무엇이 문제냐고 묻길래 어려운 건 없다고 말했다. 어차피 정부쪽에서 해결해줄 수 없고, 저희가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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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배우 모두 한국 관객들의 반응에 뜨거운 감사를 전했다. 특히, 카일은 “지방 공연에서의 시간들은 너무 좋았다. 원래 첫 공연을 할 때 모든 것을 집중하게 된다. 그런데 막상 조명이 켜지고 관객 분들을 봤더니 ‘와우’라는 느낌으로 ‘관객들이 가득 찼구나’ 하는 현실감을 느꼈다. 브로드웨이 공연장 같은 경우는 여기에 있는 공연장의 3분의1 정도이기 때문에 이 규모를 보고 굉장히 압도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이는 지킬과 그런 신념을 저지했던 위선자들을 처단하는 하이드를 통해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의 이중성을 섬세하게 표현한 매혹적인 스토리로, 2004년 국내 초연 이후 전회 매진 등의 신기록을 세우며 명실상부 대표 뮤지컬로 자리잡았다. 3월 10일부터 5월 21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한다.

 

이예은 기자 90090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