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걱정은 내일 해" 홧김에 쓴 내 돈! 지금, 당신의 시발비용은?

기자 2017-03-10 15:00:25

[메인뉴스 이진희 기자]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홧김에 돈을 쓰게 되는 2030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누리꾼들 사이에는 ‘시발비용’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습관성 화장품 구입자 #3년차 디자이너 정진혜(가명·여·27)
퇴근 후 나의 발길은 왓XX 화장품 코너를 향한다. 스트레스를 풀려면 습관적으로 가야한다. 신상 아이쉐도우와 립스틱을 구입했다. 잠시나마 행복하다. 최근에는 야근으로 며칠 고생했더니 얼굴에 올라온 뾰루지 때문에 피부관리숍에 갔다가 연간 회원권을 덜컥 등록하고 말았다.

충동성 속쓰림 유발자 #2년차 영업직 이정훈(가명·남·30)
꼰대 상사와 의도치 않은 술자리가 생겼다. 상사의 비위를 맞춰가며 대충 이야기를 듣다가 일찍 끝냈다. 마침 근처에 있다는 친구들을 불러 술자리를 새로 가졌다. 잠시나마 웃어본다. 다음날 텅 빈 지갑 속을 보니 과음 탓인지 무척 속이 쓰리다.

‘시발비용’은 비속어 ‘시발’과 ‘비용’을 합친 단어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쓰게 되는 돈이다. 즉,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뜻한다. 위의 사례처럼 피부관리숍 연간 회원권 충동 구매하기, 화가 나서 술 마시고 계산하기 등이 있다. 이외에도 출퇴근길에 평소 버스를 타는데 택시 탄다거나 계획에도 없던 여행 떠나기 등이 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 설문조사 결과 성인남녀 10명 중 8명은 홧김에 낭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더라면 소비하지 않을 상황에서 즉각적인 소비인 시발비용을 지출한 셈이다.

이들은 시발비용 중 ‘안 사도 되는 제품을 굳이 구매했던 것(25%)’을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온라인 충동구매하기(24%)’, ‘스트레스 받고 홧김에 치킨 시키기(19%)’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이외의 사례들도 흥미롭다. ‘가볍게 한 잔 마시고 기분 전환한다는 것이 과음으로 이어져 술값 폭탄을 맞았다’, ‘구매 결정을 못하고 미뤄뒀던 상품을 홧김에 구입했다’, ‘스트레스 풀려고 처음으로 피부관리숍을 갔다가 1년치 회원권 등록’ 등의 답변도 있었다.

특히 이들은 시발비용으로 1년 평균 23만5천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정한 시국, 지속된 경기불황 등 뜻대로 되지 않는 혼돈의 상황 속에서 내 주머니 사정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티끌 모아 티끌” “내일 걱정은 내일 해” “돈 버는데 이것 하나 못 사나”라는 생각으로 소소한 소비를 통해서라도 욕구를 해소하고 싶은 2030 직장인들의 서글픈 바람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편 전문가들에 따르면 “소소한 소비로 스트레스를 풀려다가 자칫 더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소액으로 자주 결제 하다보면 전체 결제 규모를 가늠 할 수 없어 날아온 카드결제 청구서에 더욱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대략적으로 카드의 한도나 횟수를 정해놓거나 시발비용을 위한 예산을 미리 빼놓는 방법 등을 통해 시발비용에 대한 압박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홧김에 써버린 내 돈! 지금, 당신의 시발비용은?

이진희 기자 ljhwor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