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영화] ‘눈길’ ‘어폴로지’, 위안부 소재 다룬 두 작품이 지닌 대담하고 명확한 자신감

기자 2017-03-10 17:20:03
사진=(주)엣나인필름 제공
사진=(주)엣나인필름 제공


[메인뉴스 이예은 기자] 현대 사회에서는 민감한 소재를 양지로 끌어올린 용기만으로, 더 이상 대중은 환영하지 않는다. 조심스레, 그리고 제대로 다룰 수 있어야 하는 이해와 명확성이 수반되어야 한다.

최근 영화 ‘눈길’과 ‘어폴로지’는 위안부 소재의 이야기를 다루며 영화적 장치를 적절하게 사용해 역사의 본질을 짚어내는 데에 가깝게 접근했다.

영화 ‘눈길’은 일제 강점기 서로 다른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같은 비극을 살아야 했던 종분(김향기 분)과 영애(김새론 분) 두 소녀의 가슴 시린 우정을 다룬 감동 드라마로 얼마 전, 1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다양성 영화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사진=(주)엣나인필름 제공
사진=(주)엣나인필름 제공


예민한 쟁점을 담아냈음에도 불구하고, 혹평이 아닌 호평과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던 이유는 역사의 당사자들을 위한 배려와 깊은 정서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기 때문이다. 극중 김향기와 김새론 두 배우가 함께 보인 연대는 그 정서에 온기를 더했다.

이미 개봉 2년 전부터 국내외로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는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으며 중국의 저명한 영화 시상식으로 평가되는 금계백화장 시상식에서는 최우수 작품상의 영광을 안고, 김새론은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했다. 우리나라의 가슴 아픈 역사적 사실을 다룬 이 영화가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는 건, 작품이 문화적 산물로써 작용할 수 있는 긍정적인 힘을 증명한 것이다.

또 다른 형태로 그려낸 영화 ‘어폴로지’는 캐나다 감독인 티파니 슝이 메가폰은 잡아 6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장르의 작품이다. 과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한국의 길원옥 할머니, 중국의 차오 할머니, 필리핀의 아델라 할머니의 삶을 담담하고, 진정성 있게 그려냈다.

사진='어폴로지' 포스터
사진='어폴로지' 포스터

 


‘어폴로지’는 역사의 비극 속에 서있는 할머니들의 용기와 연대에 더욱 집중하며 그들의 삶을 촘촘하게 채워낸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16일 개봉을 앞두며 많은 대중들의 관심과 사회적으로까지 번질 울림을 기다리고 있다.

위안부 소재를 다룬 영화의 흥행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귀향’이 3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우리가 알아야 할 아픔을 전면적으로 다뤄 이입을 이끌어내 호평도 받았지만 동시에, 위안부라는 소재를 소모적으로 착취했다는 평가도 등장했다. 더불어, 그 모습을 그려내는 시선도 관음증적인 느낌이 강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일각의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결코, 민감한 사안을 조심스레 건드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제3자인 우리는 해당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며 그들이 겪은 경험과 감정을 오롯이 느끼지 못한다. 할 수 있는 건, 그들이 겪어온 삶의 서사들을 오롯이 글과 카메라로 담아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일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사회로 화두를 던져, 그들의 아픔을 감싸고 확실한 해결 방안이 창출될 수 있도록 돕는 일 뿐이다.

이 두 작 품은 국민의 손을 거쳐서 탄생된 영화라 더욱 의미가 깊다. ‘눈길’은 개봉 전 크라우드 펀딩을 시도하며 모집 3일 만에 목표했던 3억 원 달성에 성공했다. 또한, 극장 개봉 및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2000만원을 모으고자 했던 ‘어폴로지’를 향해 국민들은 애정을 쏟았다. 그 덕에, 빠른 시간 내에 목표치 달성에 성공했다.

‘눈길’을 연출한 이나정 감독은 “끔찍한 폭력의 순간을 영화적 스펙터클로 이용하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다. 그 폭력들로 아픔을 겪은 분들이 계시고 그것이 아직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예은 기자 90090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