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예은 기자]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는 상업성에 매몰되어버린 예술의 씁쓸함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막연히 슬프고, 비극적으로 그려낸 것도 아니며 코믹스러운 풍자와 예측불허의 상황들이 연달아 전개된다. 예술계를 향한 조소를 띄우지만 마냥 관객의 마음이 무겁지만은 않은 이유다.
진짜 예술을 찾아 제대로 성공하고 싶은 욕구를 지닌 갤러리 대표 재범(박정민 분), 그리고 덴마크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돌아온 화가 지젤(류현경 분), 이 두 사람의 만남은 시작부터 뜨거웠고 마지막까지 불같다. 어릴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듣던 지젤은 홧김에 휴학을 갔지만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돌아오는 건 자존감을 깎는 말뿐이었다. 그러다, 그림 과외를 하러간 집에서 재범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이후 그녀의 그림의 진가를 알아봐주는 재범이 전시를 추진하며 성공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일순간 지젤의 심장이 멎게 되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상황은 예술계가 환호하는 비극적(?) 결말에 가까워, 지젤 그림의 값어치는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정도로 치솟기 시작한다. 재범 역시 양심의 갈등은 잠시, 제임스곽(문종원 분)과 함께 ‘지젤 프로젝트’를 통해 제대로 사업을 펼치면서 종횡무진 한다. 그러나 웬걸, 갑작스레 지젤에 다시 살아나게 되고 지젤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인물은 말 그대로 ‘멘붕’에 빠지며 이익을 위해 앞다투기 시작한다.
이 영화의 배경은 미술을 하는 사람들이 속한 예술계지만 그 범위로만 한정 짓지 않는다. 영화 속 이야기는 영역과 관계없이 모든 인간의 신념과 관통한다. 재범, 지젤과 같이 선택의 상황에 놓인 갈등들을 그려내며 소신과 현실이 충돌하는 지점 그리고 신념의 투쟁 등 이 모든 내적 요소들을 극적으로 다룬다.

박정민은 한껏 더 넓어진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펼쳐낸다. 예술가의 예리한 눈빛부터 타협에 있어서 갈등에 처한 초조함까지 자유자재로 재범 캐릭터를 변주한다. 세상과의 타협, 성공을 향한 집착 등 다양한 면모를 선보인다.
가장 먼저 타이틀에 이름을 올린 류현경은 스토리의 중심 목적어이자 주체다. 그만큼 극을 휘어잡아야 하는 연기가 필요한데, 류현경은 철저히 보답한다. 또한, 그녀의 지젤은 예술적 자부심이 뛰어난데다 답답할 정도로 강한 고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객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점을 어딘가 불안정한 표정과 드문드문 웃음 짓는 류현경의 연기가 채워준다.
김경원 감독이 표현해낸 파스텔 톤의 색감은 압도적이다. 예술의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답게 개성이 넘치며, 세련되게 눈을 사로잡는다. 더불어 극중 분명히 진지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비트로 통통 튀며 등장하는 음악의 아이러니함은 웃음을 자아내고 극이 가라앉지 않도록 경쾌함을 더한다.
이예은 기자 90090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