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Z 재찬, 채널A 새 드라마 '체크인 한양' 주연 캐스팅…데뷔 후 첫 청춘 사극 도전!
2024-04-16

[메인뉴스 이예은 기자] 개봉 전, 이 작품처럼 스포일러가 가득한 경우는 없을 것이다. 불가피한 일이며 특수한 경우다.
홍상수 감독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자전적 이야기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 작품의 얼굴인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사생활과 극도로 닮아있는 영화 속 이야기에 대중들은 비판과 동시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도 홍 감독은 극의 구성을 2부로 분리했다. 1부에서는 유부남 감독인 상원(문성근 분)과의 만남이 세상에 알려진 후 독일로 떠난 배우 영희(김민희 분)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 속에서 영희는 독일에서 살고 있는 지영(서영화 분)과 꽤나 발랄한 모습으로 독일의 곳곳을 거닌다.
그 과정에서 영희는 끊임없이 솔직하게 살아야 한다며 자문하고,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구절절 읊어댄다. 그리고 ‘그 남자 기다리지 않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답게 살 것이다‘, ‘사랑 때문에 다 걸고 하는 것 못해’라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는 상원을 향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2부가 되어서 강릉으로 간 영희는 1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아니, 조금 더 솔직해진다. 술의 힘을 빌린 그녀는 욕망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내뱉고,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사랑할 자격, 받을 자격에 대해 논한다. 모두가 비겁하고 추한 짓을 일삼는 사람들이 과연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할 자격이 있는지 열변을 토하며 그러한 사람들을 모두 가짜로 치부한다.
함께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극중 천우(권해효 분), 준희(송선미 분), 명수(정재영 분) 등의 인물들은 분노와 일갈 대신 영희의 변화를 칭송하고 그녀가 얼마나 훌륭한 배우인지, 얼마나 성숙하게 성장했는지 대변한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홍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세련되고 다채로운 구도와 감정이 펼쳐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표정을 잡아내는 세밀한 감각과 원테이크 등 감정을 이어가는 기존의 방식은 고수하되, 그가 지닌 연출력의 세계를 한 단계 더 넓혔다.

또한,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홍 감독의 영화에서 아주 드물게 여성 캐릭터가 꽤 단단한 자신의 주체성을 지닌 채 등장한다. 영희는 등장하는 모든 남성 캐릭터를 휘두름과 동시에 끝없이 스스로 고민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특유의 소설책을 읽는 듯한 말투를 훌륭하게 구현한 배우들 덕에, 영화를 보고 있자면 꼭 선잠에 빠져든 상태라고 착각하도록 이끈다. 그들이 하는 대화와 이야기들이 꿈속인지, 현실인지 오묘하고 불명확하게 그려내면서 작품의 안과 밖의 경계를 넘나든다.
특히, 김민희는 물 만난 물고기마냥 경이로운 연기를 펼쳐낸다. 그저 처연하기만 할 것 같던 김민희는 있는 대로 여러 얼굴의 표정을 입으며 감정을 표출한다. 욕설도 내뱉고, 소리도 지르며, ‘진짜 사랑’에 대해서 끊임없이 외치고 갈구한다. 그러면서도 제3세계에 있는 사람처럼 그녀는 독보적이다. 배우 김민희가 이제까지 연기한 모든 캐릭터를 집약해놓은 것만 같다.
물론 그들의 사생활과 작품 안의 이야기가 심하게 유사한 탓에, 그 사이를 완전히 분리하고 보기에는 쉽지 않다. 하지만 예술과 외설 그 사이에 있는 이 작품을 거부감 혹은 어떠한 예술 가치로 바라보고 소비할지 결정하는 건, 관객의 몫이다. 23일 개봉.
이예은 기자 90090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