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프리즌] 감옥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펼쳐내는 무한한 세계

기자 2017-03-20 09:46:53
 

 

 


[메인뉴스 이예은 기자] 어느새 가장 강력한 흥행코드로 자리 잡은 범죄, 오락, 액션 영화. 하지만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는 탓에 물릴대로 물려버린 관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프리즌’은 다를까.

단 한명의 여성배우 없이, 수컷들만의 범죄 액션을 다루며 비슷한 양상으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프리즌’에게서 느껴지는 향기는 범죄액션오락물을 표방한 ‘느와르’에 가깝다.

교도소 내의 절대 제왕 익호(한석규 분). 익호는 매 순간마다 교도소 안에서 범죄 전문 선수들을 선발하고 대한민국의 모든 완전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돈이면 돈, 힘이면 힘, 권력의 ‘끝판왕’에 올랐다. 하지만 진짜 목표는 교도소 밖을 넘어, 세상까지 자신의 손에서 굴리는 것.


그 세계에 꼴통이 한 명 들어온다. 한때 ‘저승사자’라고 불릴 정도로 잘 나가는 경찰이었던 유건(김래원 분)이 뺑소니, 증거 인멸, 경찰 매수 등의 죄목으로 수감됐다. 꼭 이방인처럼 튄 행동을 일삼으며 온갖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다가 익호의 눈에 들어 그와 함께 새로운 범죄계획에 나선다.

 

 

 

 

 

 


‘프리즌’의 공기는 무겁고 차갑다. 영화 초반, 유건 캐릭터가 마냥 가벼운 모습으로 무게를 풀어주기 위해 애쓰지만 그럼에도 영화 속에서 어둑한 안개를 걷어낼 수 없다. 권력에 눈이 먼 남자들의 ‘개싸움’, 너무 힘이 들어간 느낌도 배제할 수 없지만 ‘프리즌’은 역설적 발상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법이라는 선을 넘은 자들이 갇혀 있는 곳, 그들의 추악한 행위를 제한하고 교화시키기 위해 한 데로 몰아넣은 곳, 교도소. ‘프리즌’은 이 상식을 완전히 역설적으로 그려내며 깨뜨린다. 폐쇄되어 있고 협소한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좋은 감옥이란 곳은 사실 현실만큼이나 극악무도한 세계와 창구를 지니고 있는 곳으로 그려지며 우리가 속한 현실을 다시 한 번 자조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중반부에 들어서서는 큰 진전 없이 유사한 싸움과 갈등이 반복된다. 범죄가 챗바퀴 마냥 돌아가는 탓에, 잔인한 연출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보는 이에 따라 피로감까지 쌓일 수 있다. 또한, 유건 캐릭터를 제외하고 모든 캐릭터들의 삶의 서사가 꼼꼼하지는 않아 명확함을 선호하는 관객들은 때에 따라 답답함까지 느낄 만하다.

하지만 극의 후반에서 맞이하는 스토리의 새로운 국면과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는 배우들의 연기가 지루함을 떨치게 돕는다.

 

 

 

 

 

 

 


그 중 9할을 책임지는 건, 한석규다. 중후한 목소리로 달콤한 말을 내뱉는 한석규는 어디에도 없다. 그의 아우라 덕분에 큰 액션을 취하지 않아도 권력의 정상에 올라있음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절대적 악인의 자리에 있는 익호라는 인물에게도 왠지 아픈 삶의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고, 그가 선택한 모든 행위들을 이해하고 싶게 만드는 위험한 고민으로까지 빠지게 만든다. 특히, 감시탑 위에서 세상의 군림을 꿈꾸는 그의 눈빛은 관객들의 마음을 홀리기에 충분하다.

김래원 역시 밀리지 않는 연기를 선보였다. 초중반, 쉴 새 없이 까불대는 모습부터 진중하고 거친 매력까지 선사하며 ‘프리즌’의 입체감을 책임졌다. 또한, 풍채 좋은 모습으로 힘 있는 액션을 구사하는 그의 모습도 눈을 사로잡는 볼거리다.

12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아쉽지만 놓을 수 없는 긴장감, 명품 연기로 가득한 스크린, 액션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극장으로 달려가도 좋을 듯 하다. 23일 개봉 예정.

이예은 기자 90090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