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해영 “‘보이스’, 예상치 못한 행운이었어요”

Q. ‘보이스’가 인기리에 종영했다.

“매 작품 끝날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보이스’는 조금 더 시원섭섭하고 아쉬운 점이 있어요. 많은 시청자분들께서 사랑해줘서 감사해요. 만약에 시즌2가 기획이 된다면, 그리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한다면 꼭 다시 해보고 싶은 작품이에요.”

Q.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간장게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남다른 애착이 생겼을 것 같다.

“‘보이스’ 출연 후부터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주시고, 장혁 씨가 간장게장이라는 닉네임을 붙여줘서 인식이 된 것 같아요. 저를 만나면 ‘보이스’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엔 간장게장 이야기로 넘어가죠.(웃음) 처음에는 이상한 별명 같았는데 지금은 익숙해졌어요. 그리고 지금은 편하다고 느껴질 정도예요.”

Q. 장경학은 입체적인 캐릭터였다. 기 싸움을 하다가 어느 순간엔 배신자였고, 나중엔 조력자가 됐다. 연기 하는 데 있어서 주안점이 있는가.

“처음에는 그저 나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래서 얼마나 나쁜지, 또 악인들과 얼마나 연루되어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고 시작했어요. 이야기가 진행되고 감독님고 이야기를 하면서 ‘여지를 두자’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시청자도 저도 헷갈릴 수 있는 사람으로요. 때문에 대본에 충실하게 연기했어요. 더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게.”

Q. 드라마 초반 무진혁과 대립하지만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나오지 않았다. 본인 생각은 어떠했는가.

“무진혁은 사실 저랑 강력계에서 한솥밥 먹은 식구였어요. 서로 화를 내고 하지만 정확하게 왜 그런지는 드러나지 않아서, 초반부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생각해봤죠. 한솥밥을 먹는 만큼 생활 속에서 의견 대립이 있을 수 있고 서로 툴툴거릴 수 있는 부분들이니까요. 그에 반해 골든타임팀과의 대립은 명확했어요. 저희보다 윗 부서로 들어왔던 거였으니까요.”

Q. 촬영이 들어가면 싸우고, 촬영이 종료되면 동료가 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장경학의 배신까지 더해지면 카메라가 꺼지고 나서 재밌는 상황들이 많이 나왔을 것 같다.

“사실 대본에서는 심각하게 싸우게 되는 상황인데도, 혁이가 워낙 현장 분위기를 재밌게 해줬어요. 웃으면서 촬영 하고, 힘든 상황도 그렇게 이겨냈죠. 장경학이 어디까지 배신자인지는 다들 몰랐어요. 서로 눈치게임 하는 기분이랄까요. 그래도 저는 완전한 배신자는 아니었으니까, 잘 피해갔죠?(웃음)”

Q. 명색이 강력팀이지만 ‘보이스’에서는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몇몇 시청자들은 ‘강력팀은 봉고차 타고 다니는 일 밖에 안한다’고 지적한다.

“촬영하면서 ‘우리는 전부 바보들만 있나’보다 했어요. 민망할 정도로 몸을 쓴, 액션 신이 없었어요. 사건 정리 된 다음에야 나타나고, 그래서 그게 좀 아쉬웠어요. 열혈 형사까진 아니더라도, 그래도 강력팀인데 같이 나가서 좀 잡고 뛰다가 넘어지고 다쳐야하는데…. 촬영 장에서는 ‘강력 2팀은 늦둥이다. 항상 사건 종료 후에야 나타난다’는 농담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항상 헛다리짚고, 존심은 있어서 골든타임팀에 버럭 하고.(웃음)”

Q.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시즌2는 제가 하고 싶다고 하는 건 아니에요. 만약에 하게 된다면 정말 적극적으로 할 거예요. 늦둥이가 아니라, 골든타임팀을 도와주기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최소한 방해는 하지 않는? 그리고 강력계 형사들 모두 정말 재밌는 배우들이예요. 그 친구들과 활약해보고 싶어요.”

Q. ‘보이스’에는 많은 악인이 등장한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악인은 누구인가.

“저는 이용녀 선배님이 연기했던 심춘옥이요. 선배님은 드라마 상에서도 그렇지만, 평소에도 말씀하실 때 정말 온화하고 부드러우세요. 미소를 항상 띠고 계시고요. 그래서인지 심춘옥이라는 캐릭터가 더욱 빛났던 것 같아요. 180도 다른 모습이었으니까요.”

Q. ‘보이스’가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둘 거라고 예상했는가

“사실 예상치 못하게 ‘보이스’에 출연하게 됐어요. 촬영을 며칠 남기고 얼떨떨했죠. 그래서 더욱 특별한 작품이 됐어요. 이해영이라는 연기자를 조금 더 시청자들에게 혹은 관객여러분에게 알릴 수 있었으니까요. 그동안 연기하면서 만났던 배우들을 이 작품에서 많이 만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죠. 개인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정말 큰 의미 있는 작품이 됐어요.”

Q. 오랫동안 단역으로 활동했다. 큰 역할을 하고 싶은 갈증은 없었는가.

“배우는 자기를 보여주고 표현해야 하는 직업이에요.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라도 돋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이 있거든요. 하지만 연기를 하다 보니 그런 마음이 연기를 그르치는 게 있었어요. 중요한 건 내가 맡은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지였어요. ‘보이스’를 하면서는 이용녀 선배, 이동경 선배의 연기를 보며 다시 한 번 느꼈죠. 욕심이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충실한 연기를 계속 하고 싶어요.”

Q. 선배들에게 직접적인 조언을 들은 것이 있는가.

“이용녀 선배님이 종방연 하는 날 저에게 ‘다른 배우들이 같이 작업을 하고 싶어할 거다’라고 해주시더라고요. 그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하다고 말씀 드렸어요. 생각해보면 아까 했던 말처럼, 제가 튀려고 다른 배우의 호흡을 방해하는 연기는 하지 않고 있다고 받아들여졌어요.”

Q. 앞으로는 어떤 작품으로 찾아오고 싶나

“아마 영화를 하게 될 거 같아요. 드라마도 이야기 나누고 있어요. 하반기 작품들이요. 하고 싶은 연기는, 사실 저는 로맨스가 없었어요. 그래서 꼭 해보고 싶어요. 운 좋게 ‘보이스’를 만나서 인사를 드렸으니 앞으로도 열심히 하려고요. 진심으로 다가가는 연기자가 되겠습니다.”

유지훈 기자 free_fro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