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엠, 신곡 음원 차트 1·2위 석권...라포엠 표 이지 리스닝 음악도 通했다!
2024-04-25

[메인뉴스 유지훈 기자] W는 항상 실험적인 음악을 지향한다. 25년이라는 긴 활동 기간 동안 그는 항상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대중의 마음을 두드렸다.
W는 최근 새 EP ‘아이 엠(I AM)’을 발매하며 다시 한 번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으로서의 기량을 뽐냈다. 이번 앨범은 테이와 함께한 첫 번째 선 공개 곡 ‘일격(一擊)’, 어반자카파 조현아가 참여한 ‘증명(證明)’을 포함해 총 9개 트랙으로 구성됐다.
타이틀곡은 ‘선언(宣言)’이라는 짧고 간결한 제목이다. ‘오빠야’로 커다란 인기를 얻은 신현희와김루트의 보컬 신현희가 참여해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힘을 실었다. “너를 Fun Fun 터트려줄 기똥찬 얘기, 기본 오백 가지는 준비해둘게”라는 가사는 마치 W가 오랜 활동에도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하는듯하다. 카페에서 만난 리더 배영준은 준비해뒀던 오백 가지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Q. ‘아이엠’은 피쳐링 앨범이다. 이유가 있는가.
“앨범을 내기 전 많은 고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사실은 단순해요. 제가 재밌고, 좋아서 피쳐링 앨범을 하게 됐어요. 저 사람과 이런 노래를 만들면 어떨까? 했고 그걸 실현 시키는 게 너무 재밌으니까 아무 생각 없이 했네요.(웃음) 또 작업에 어떤 의도를 가지게 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노래를 듣고 부르는 사람이 노래에 자기만의 이야기를 붙이게 만드는 것이에요. 그게 진짜 좋은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제 의도가 많이 들어가지 않게요.”
Q. 앨범에 참여해준 가수들과의 협업은 어땠나.
“우리는 곡을 쓰고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인데, 누군가 그 노래를 불러주기 전까지 어떤 결과물이 될지 정확히는 몰라요. 곡을 만들 때 첫 번째 목적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정말 좋아해야 한다는 거예요. 음악을 듣고 ‘정말 좋다’ 생각하고, 마치 W의 멤버인 것처럼 이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됐을 때 들으시는 분들 역시 ‘이건 내 노래고 내 이야기다’라고 생각할거에요.”
Q. 피쳐링에 임하는 가수를 만족시키는 건 어려운 일 아닌가
“그래서 작업 과정이 굉장히 흥미진진했어요. 노래 부르는 표정을 보면, 그 노래를 정말 좋아하는지 아닌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요. 땀을 쥐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에 참여해주신 분들은 연기를 잘해서 그런지(웃음), 굉장히 즐겁게 부르셨던 거 같아요.”
Q. 그 외에 ‘아이엠’에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따라 부르고 싶은 멜로디? 제가 면허를 늦게 땄어요. 3~4년 전인데 아침에 운전면허학원에 가야 했는데 출근 시간대더라고요. 지하철에서 출근하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게 됐어요. 다들 피곤해하시고, 그 안에서 분주하게 화장 고치시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내가 저 사람들에게 이건 디트로이트 테크노고, 이건 영국 클럽에서 유행하는 비트에요’라고 설명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더라고요. 피곤하고 힘들 때, 혹은 정말 흥에 겨울 때 무심코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가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런 노래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분들에게 필요하지 않나 해요. 저도 사실 그런 노래가 좋고요.”
Q. 지금까지와는 달리 제목이 간결하다. 그리고 뒤에는 한문 표기도 있다.
“그냥 아무생각 없이 작업 했는데, 노래에 좀 일관성이 없는 것 같은….(웃음) 이번 앨범의 경우엔 굳이 험하게 표현하면 백화점식이에요. 그래서 제목만이라도 통일을 시켜야 들으시는 분들에게 일관성을 전해주지 않을까 했어요. 지금까지는 제목을 길게 했는데, 결국 글에는 제 마음을 온전히 담을 수 없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반대로 두 음절의 단어로 구성했어요. 들으시는 분들이 자기 의미를 그 안에 부여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 일은 피곤한 일이 될 거지만, 그만큼 주의 깊게 들어주셨으면 하는 욕심이에요.”
Q. 타이틀곡 ‘선언’에 대해 설명 해달라. 앞으로 만들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앨범 수록곡 중 가장 먼저 만들었어요. 이 노래는 정말 자신 있었으니까, 이 노래에 기대서 앨범을 만들 수 있었어요. 작업과정이 진행될 수 있게 한 가장 큰 버팀목이 된 곡이죠. ‘이건 우리가 만들던 노래와 확실히 다르다’는 의미였어요.
Q. 신현희는 홍대에서 시작해 지금은 핫한 보컬리스트가 됐다. 그와 함께 하는 것에 대한 부담 같은 건 없었나.
“지금 이렇게 큰 인기를 누리시기 전부터 신현희 씨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노래에요. 3~4년 전, 공연을 같이 하게 됐는데 스태프들이 ‘신루트 공연을 꼭 봐야한다’고 하는 거예요. 사실 자기 공연을 하고나면 정말 피곤하거든요. 억지로 나왔는데 스태프들이 그렇게 말한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보고 배우라는 뜻이었나봐요. 엄청난 에너지에 그 자리에서 팬이 됐어요. 그 에너지를 우리 앨범에 담고 싶었어요.
Q. 테이와 함께했던 ‘일격’에 대한 반응이 좋다.
“사실은 그 곡이 좋은지 몰랐어요.(웃음) 그냥 앨범에 이런 분위기의 노래가 있으면 균형이 맞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작업해놓고 나니 정말 좋더라고요. 그리고 그때 테이씨 가 정말 바빴어요. 매일 라디오를 하던 시기였고 뮤지컬도 준비하고 계셨죠. 작업하기 전에 샘플을 준비해서 오셨더라고요. 마치 배우가 감독님에게 연기를 준비해서 보여주는 것처럼요. 헐거운 반주에 노래를
해주셨고 정말 고마운 마음에 정성스레 노래를 완성시켰어요.”
Q. JTBC ‘힙합의 민족’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마이노스와의 협업도 있다.
“예전에도 래퍼와 작업했던 적이 있지만, 이렇게 전면에 내세운 노래는 없었어요. 오래 전에 만든 곡인데 앨범 발매가 다가와서 마이노스 씨를 급하게 섭외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니 녹음실에 부르긴 어려웠고 이메일로 연락을 했죠. 서로 노래를 주고받으며 완성됐어요. 원래는 다른 제목이었는데 마이노스 씨가 ‘자정’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만큼 자기가 하는 랩에 대한 관심, 자부심이 있다고 느꼈어요.
Q. 3세계 문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에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알고 있다. 이번에는 어떤 작품들이 ‘아이엠’에 영향을 줬나.
“작년에 나온 권여선 작가님의 ‘안녕 주정뱅이’라는 소설, 김금희 작가님의 ‘너무 한낮의 연애’요.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건 김애란 작가의 ‘달려라 아비’였어요. 그 책에 쓰여 있는 명랑한 문체가 가사 쓰는데 음악을 만드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유지훈 기자 free_fro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