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인터뷰②] 웨일로 시작된 ‘세 남자의 모험’

메인뉴스_관리자 기자 2017-04-10 10:25:32
디자인=정소정
디자인=정소정

W는 항상 새로움을 꿈꾼다. 마치 대중이 그러하듯.

W의 리더 배영준은 1993년 밴드 코나의 멤버로 데뷔했다. 2001년 W를 결성, ‘안내섬광’ ‘웨얼 더 스토리 엔즈(Where The Story Ends)’를 발표한 후 보컬 웨일(Whale)을 만났다. 웨일과의 특별한 인연은 W의 전성기를 가져다줬다. ‘알피지 샤인(RPG Shine)’은 광고음악으로 삽입돼 대중들에게 친숙해졌으며 ‘오빠가 돌아왔다’ ‘스타더스트(Stardust)’ 등으로 인기를 이어나갔다.

2012년 웨일과 이별 후 W는 다양한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보컬 자스를 만나 세 장의 앨범을 발매했으며 2016년에는 안녕바다 나무, 양주영, 호란 등 다양한 보컬리스트를 기용한 앨범 ‘디자이어(Desire)’로 자신이 음악적 한계를 뛰어넘으려 했다. 25년차 음악인이 된 배영준이 그리는 W의 미래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음악 인생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코나’였다.

Q. 지금 작업하고 있는 앨범은 무엇인가.

“코나가 컴백합니다. 올해 안에 나올 것 같아요. 기대해 주시면 좋겠고, W 앨범도 작업하고 있어요. 곡은 다 만들어 두고 지금은 정리 중이에요.”

Q. 방금 새 앨범을 냈는데, 바로 다음 작업에 들어가는 건가.

“작년에 EP를 냈고, 올해 새 EP를 내는데 1년이 걸렸어요. 이건 직무유기에요. 정규가 아니라 EP인데 1년 걸리는 건 본인이 게을렀다는 의미밖에 안됐어요. 5월에 코나가 나오고 그 이후에, 제 욕심이긴 하지만 와이와의 음원을 만들어내고, W의 음원을 생산하고 싶어요. 멤버들도 힘이 남아 어쩔 줄 몰라 해요. 좋은 곡들을 꾸준히 많이 내고 싶어요. 공연을 하는 것 역시 즐겁고 좋은 경험이었지만, 우린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에요. 그 일에 게을렀던 거 같아요.”

Q. 와이(WHY)와 함께한 앨범을 기대하는 팬들도 많다.

“와이와 함께하는 것 역시 정말 좋아요. 저희는 와이의 팬이에요. 그리고 친동생, 식구 같은 존재에요. 이 친구를 위해서 최고의 곡을 준비해주고 싶어요. 내 동생이 잘 되는 거잖아요. 무한한 애정으로 동생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같이 있으면 좋아요. 뭐 안 해도 같이 있으면, 그냥 공기의 일부인 것 같은 느낌이에요.”

Q. W는 최종적으로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은가.

“오랫동안 반복해서 고민하고 있는 게 있어요. 저희는 예전에 폴 발레리라는 시인이 ‘모든 시인의 소망은 1000명이 한 번 읽고 마는 시를 만드는 게 아니라, 한 명이 1000번 넘게 읽는 시를 만드는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저희도 마찬가지인 거 같았어요. 단 한분이 듣더라도 100번, 1000번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Q. W는 그동안 보컬을 기용해 앨범을 만들었다. 그래서 보컬리스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사람의 목소리는 W가 만들고자 하는 음악에서 악기 역할을 하는가. 그 이상의 다른 의미가 있나.

“1과 2집, 그러니까 W&Whale 전까지의 앨범에서 보컬은 악기의 개념이었어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희가 표현하고자 음악과 조화를 이루는 게 목표였어요. 지금은 바뀌었죠. 모든 사운드와 비트는 사실은 목소리를 위해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라고 봐요. 결국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건 숨소리, 공기가 섞여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 발매한 앨범 역시 가수들의 목소리가 아름답게 들릴 수 있는 방식입니다.”

Q. 앞으로는 어떤 보컬리스트와 함께하고 싶나.

“저희는 실력은 없지만 욕심은 많아요.(웃음) 그래서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요. W&WHY에 대해서는 언제나 ‘꼭 앨범을 내야지’라고 생각하고, 또 돌아서면 다음에는 이소라 씨랑 해보고 싶고, 다음에는 장기하 씨랑 해보고 싶고 그래요. 그건 아마 제가 음악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 거 같아요.”

Q. W의 전성기는 웨일과 함께했다. 이제는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웨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다.

“제가 잘 돌봤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웨일은 이제 다른 소속사에 있어요. 그러다보니까 우리가 너무 많이 관여 하고 잔소리 하는 게 웨일양에게는 좋을수 있지만 회사 입장을 생각하면 그건 옳지 않아요. 그리고 저희도 정말 바빴으니까요. 저희도 웨일도 자기 음악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엄청 양가적이에요.

Q. 만약 지금까지 함께 했다면, 이라는 생각을 하는가.

“웨일만의 음악을 만드는 것 역시 필요해요.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고 싶은 열정이 있던 친구니까 더욱 그래요. 만약 지금까지 옆에 두고, W가 선배랍시고 ‘코드는 이렇게 만들고 저건 저렇게 하고’라고 하면 이건 웨일의 노래가 아니잖아요? 지금은 잘 성장하고 있다고 봐요.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가 웨일에게 가진 저희들의 욕심이에요.”

Q. W가 만드는 음악과 상업적 음악,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르다.

“상업적으로 성공한다는 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거예요. 그래서 상업성을 버릴 수는 없어요. 그리고 모든 뮤지션들은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이 있어요. 그 음악이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않았을 때, 미리 상업적으로 성공한다면 대중의 관심이 보험이 되기도 해요.”

Q. 그만큼 음악으로 돈을 버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저는 김훈 씨의 책 가운데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책이 있어요. 밥을 벌어먹고 사는 게 지겹고 힘들 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 것도 제대로 못하면서 음악이 무슨 엄청난 예술인양 숭고하게만 생각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는 내용이 있었어요. 굉장히 공감이 갔어요. 그리고 음악은 저 혼자 만드는 게 아니에요. 소속사가 작업실 월세 내주고 그러니까 보답을 해아죠.(웃음)”

Q. 그동안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제목, 가사 들이 많았다. 이번 앨범에서는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데 이제 거리를 두는 건가.

“저는 여전히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요. 지금도 4월이 됐고, 24분기가 시작돼서 잘 챙겨보고 있어요. 토요일은 무조건 책하고 만화책, 애니메이션 보는 날이에요. 여전히 많은 영감을 받고 있어요. 결국 저는 제가 하는 이 음악이 온전한 예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좋은 예술에서 영감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최근 가장 영항을 크게 받은 건 소설이고 문학인 거 같아요.”

Q.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팬들에게 이야기해주자면?

“아까 말했듯이 앨범이 또 나와요. ‘아이엠’에 수록된 것보다 더 좋은 곡들이 많이 있거든요. 빨리 정리해서 사람들한테 들려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들은 아직 숨어 있는 상태입니다.”

유지훈 기자 free_fro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