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훈의 ‘쇼미’ 도전기 ①] 12000명 중 하나가 되는 방법

기자 2017-05-02 15:07:25

12000이라는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처럼 랩 스타를 꿈꾸는 사람은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제2의 도끼, 비와이, 지코, 씨잼, 이센스가 되길 희망합니다. 과거처럼 힙합 커뮤니티 게시판에 랩을 올리고, 언더그라운드 무대에 올라 동료를 만들고 실력을 쌓아 인정받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쇼미’는 실력만 있다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저는 이 기사를 통해 ‘쇼미’를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자, 앞서 언급했던 12000명의 참가자 중 하나가 되기로 했습니다. 우선 지난 3월 6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진행된 공개 모집에 지원했습니다.

참가 지원서에는 사진, 이름, 생년월일, 주소, 휴대전화, 직업 등을 필수적으로 기입하게 되어 있습니다. 필수가 아닌 항목은 소속, 결혼 유무, 가족 구성원, 음악활동 및 방송출연 경력, 연주 가능 악기 등입니다.

 

과거의 저 역시 랩스타를 꿈꿨고, 대학생 시절 중앙동아리에 들어 직접 쓴 가사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군대를 다녀온 후 생각은 변했습니다. 저는 무대 공포증이 있고, 발음도 좋지 못합니다. 랩으로 밥벌이를 하기에는 비루한 실력이란 걸 깨닫고 지금은 기자가 됐습니다.

온라인 연예부 기자의 취재 기회는 생각보다 한정적입니다. 홍보팀이 보내는 보도자료를 쓰고, 희망자에 한해 인터뷰를 하고, 제작발표회·기자간담회에 가서 연예인들이 하는 말을 적어 송출하고, 집에 가서는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 모니터링 기사를 작성하죠. 저는 좀 더 활동적인 취재를 꿈꿨습니다. 저는 랩을 했던 사람이고, ‘쇼미’ 예선은 주말에 진행하기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취재할 수 있기에 신청했습니다.

‘쇼미’는 현장에서도 참가 지원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사전 접수를 한 사람이더라도 1차 예선 직전 지원서를 다시 작성해야 합니다. ‘쇼미’ 제작진은 왜 굳이 이 번거로운 참가지원서를 두 번이나 받는 것일까요?

 

관계자는 “사전 접수를 하지 못한 사람이더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의견을 내놓습니다. “사전 접수를 통해 조명할 참가자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라고요.


‘쇼미’에 참가하는 래퍼들 사이에 오가는 질문 중 하나는 “사전 인터뷰했어?”입니다. 사전신청서 필수항목에는 ‘활동하는 힙합 가수, 래퍼 중 친분이 있는 래퍼가 있다면’, ‘닮은 연예인이 있다면?’ ‘자신의 매력 포인트(구체적으로)’ 등이 있습니다. 미리 조명할 사람을 고르고, 사전 인터뷰를 하기 참 좋은 질문들입니다.

실제로 100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듣고 즉석해서 인터뷰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때문에 미리 인터뷰할 사람을 준비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직결됩니다. ‘쇼미’로 랩 스타가 되고 싶다면 사전접수에서 개성을 드러내야 합니다. 본방송에서 한번이라도 더 비춰질 수 있는 기회니까요.

 

저는 사전 인터뷰를 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대신 이런 문자가 왔습니다. 핵심은 29·30일 중복지원 불가, 대기시간, 식사와 물 미제공, 관련 내용 발설금지 등이겠네요.

지원서 맨 마지막에는 참가 동의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서가 있습니다. 저작인접권, 신탁관리단체 지금, 머천다이징, 2차적 저작물 등 어려운 말이 많네요.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사를 통해 변호사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쇼미’와 관련됐던 래퍼들에게 ‘1차 예선에 붙는 방법’에 대해도 들어보겠습니다.

 

메인뉴스 유지훈 기자 free_fro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