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유지훈 기자] 너른 하늘이 펼쳐진 서울의 전망대에는 어떤 음악이 어울릴까. 분명, 단순한 가요의 총집합은 아닐 것이다.
이지형, 노건호는 롯데월드타워가 야심찬 준비 끝에 지난 4월 오픈한 전망대 서울스카이의 음악마케팅을 맡았다. 음악마케팅은 음악과 마케팅이 합쳐진 개념으로 본래는 판매 촉진에 목적을 뒀지만 지금은 더욱 확장, 어떤 공간과 기업의 이미지를 음악으로 확립시키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서울스카이는 유리바닥 전망대 스카이 데크, 고속 승강기 스카이 셔틀, 한국의 전통조형미가 담긴 전시장 등 다양한 공간이 포함되어 있다. 두 사람은 각 공간에 대해 분석하고 의미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음악을 선곡하고 만들어 냈다. 음악을 통해 이 곳을 ‘한국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Q. 대중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직업과 이름을 가지고 있다.
노건호: 음악마케팅은 어떤 매장에 맞는 음악을 제작하거나 선곡하는 거예요. 매장음악서비스 업체들은 배경음악이 송출되고 재생되는 네트워크 설치 등의 시스템에 관한 서비스부터 시작됐어요. 저희의 차별점은, 영화, 드라마, 광고 음악 프로듀싱의 노하우를 매장배경음악을 선곡하거나 제작하는 데 접목하고 있어요. 이와 관련된 저작권 문제를 처리하기도 하구요.
이지형: 대기업부터 작은 카페, 레스토랑에서도 의뢰가 와요. ‘우리 브랜드, 혹은 매장에 어울리는 음악이 있으면 좋겠다’고요. 하지만 클라이언트 분들이 음악으로 자신의 브랜드와 매장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아직도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그 때는 단순히 ‘어울리는’ 음악이 아니라 브랜드를 ‘표현해 줄 수 있는’ 음악을 같이 찾습니다. 고객을 분석한다던가, 상권을 분석하는 것은 물론 클라이언트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Q. 브랜드와 기업을 ‘표현해 주는’ 음악을 만든다니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지형: 브랜드 특성을 청각적 이미지로 나타내주는 음악을 만들다보면 클라이언트 스스로도 자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에 대해 고민하게 돼요. ‘우리 브랜드는 이런 이유로 시작했고, 앞으로 이런 가치를 실현하고 싶어’ 하면서요. 각종 IT기기를 켤 때 나오는 소리, 자동차 시동을 켤 때, 기업광고영상 끄트머리에 나오는 시그니처 사운드는 이미 사람들에게 친숙합니다. 음악만이 가지는 힘이 있어요. 저희는 그런 음악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실제로도 그런 요구가 많아지고 있어요.
Q. 최근 작업했던 서울스카이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이지형: 클라이언트는 롯데월드타워가 단순히 높은 빌딩이아니라, 한국의 새로운 랜드마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전망대에 한국에 대한 많은 테마가 나옵니다. 한국의 기원, 자연, 건축, 자부심 등 공간마다 테마가 달라요. 그래서 다양한 영상물과 테마공간들이 있는데 이곳을 채워 줄 배경음악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배경음악에 따라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클라이언트가 이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저희에게 연락을 줬어요.
Q. 여러 테마에 맞는 다양한 음악을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이지형: 전망대로 올라가기 전, 여러 가지 볼거리가 많아요. 예를 들면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스카이 플랫폼이라는 공간이 있어요. 건물이 워낙 높고 고속 엘리베이터라 양쪽 공간의 기압차가 심한데 이러한 기압차를 조정하는 공간입니다. 여기는 기온도 다른 공간에 비해 낮아서 약간 서늘한 기분이 드는 곳이예요. 사람들이 이제 곧 높이 올라간다는 기대감이 있지만 동시에 불안할 수도 있거든요. 기대감을 고조시키면서도 동시에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음악을 선곡하려고 노력했죠. 멜로디 위주의 음악이 아니라 템포와 악기음색 등 사운드 적인 부분에 중점을 뒀어요.
Q. 구체적으로 어떤 장르의 음악을 준비하게 됐는가
노건호: 스카이 플랫폼 공간에는 대형 LED 패널이 설치되어 그래픽 영상이 템포있게 움직이는 곳이예요. 배경음악이 기대감을 고조시키면서도 편안함을 주고 지루함을 달래주는 여러 가지 기능을 해야했죠. 그래픽 영상이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동안 이를 받쳐주면서도 고객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줘야 하니까 드럼비트를 없애기로 했어요. 움직이는 그래픽과 조화되어 부드럽게 흐르는 신디사이저를 생각했고, 아르페지오라는 기법이 잘 살려진 노래들을 많이 선곡을 했어요. 영상과 음악이 싱크 되는 느낌이 있으면서 크게 방해는 안 되게요. 그러다보니 엠비언트와 일렉트로닉 장르를 많이 하게 됐어요.
Q. 다른 전망대와 차별성을 두려고 노력한 것 같다.
이지형: 세계 유명 전망대를 조사해 보니 놀랍게도 제대로 된 음악마케팅을 하는 곳이 없었습니다. 한국의 다른 전망대에선 주로 가요를 틀고 있는데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다보니 음악이 시끄럽게 들리다보니 오히려 감상을 방해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스카이는 다르게 하고 싶었어요. 클라이언트가 ‘하늘 위의 새로운 세상, 구름 위를 걷는 행복한 느낌을 표현해 달라’고 했고, 방문객들이 서울의 전경을 좀 더 즐길 수 있도록 원했어요. 전망대가 워낙 높은 곳이라 햇빛, 구름, 바람 등 날씨가 정말 시시각각으로 변화되면서 장관을 이룹니다. 그걸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해 엠비언트, 현대음악 등의 음악을 선곡했어요.
Q. 엠비언트, 현대음악은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클라이언트와 의견충돌은 없었나.
노건호: 저희도 매장음악 선곡을 하면서 이전에 엠비언트라는 장르를 선곡했던 적이 없었거든요. 전망대 올라가서 그 넓은 뷰에 가장 어울릴 장르는 미니멀한 피아노 엠비언트라고 생각했어요. 클라이언트는 정말 협조적이었고 저희를 믿어줬어요. 요한 요한슨, 막스 리처,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등 매장음악으로서는 생경한 현대음악작곡가의 곡들을 주로 선곡했는데 저희의 제안을 좋아해주셨어요. 선곡 외에 테마송도 제작했는데 앰비언트 컨셉이 마음에 들었는지 원래 2분짜리 노래를 10분짜리로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었어요(웃음). 특별한 경험이 됐어요.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장르를 들려주는 동시에 공간을 아주 특별한 장소를 연출했거든요.
Q. 서울스카이의 음악에 귀 기울일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노건호: 신비로움, 천상, 고요한 행복감 이런 느낌을 만끽하셨으면 해요. 만약 이런 음악이 일반 백화점이나 테마파크 같은 데서 나오면 음악이 이상하다고 컴플레인이 들어올 거예요(웃음). 그래서 더욱 특별한 공간이에요.
이지형: 저희는 수 많은 스태프 중 음악 프로듀서로 참여를 했지만, 일을 하면서 이 곳을 정말 멋진 공간으로 만들고싶다라는 느꼈어요. 한 기업의 건물이 아니라 한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됐죠. 클라이언트든 고객들이든 음악이 좋다라는 평가가 나와서 ‘잘 해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