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유지훈 기자] 음원차트 상위권의 노래가 무작위로 흘러나오는 곳은 이제 진부하다. 사람들은 변화를 필요로 했다. 그리고 새로운 산업인 음악마케팅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음악마케팅은 이제 조금씩 대한민국에서 자리 잡고 있는 산업이다. 미국에서는 80년대 초반, 소비활동 촉진을 위한 매장음악을 연구해왔다. 한국에서는 2010년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기업체들의 니즈가 생겼으며 최근에는 작은 매장에서도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매장에서 트는 음악과 관련된 저작권법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면서 음악마케팅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지형과 노건호는 한국 음악마케팅산업에 발 빠르게 뛰어들었다. 작은 카페를 비롯해 최근 오픈한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 스카이’까지 그들의 활동 영역은 확장됐다. 그들은 음악마케팅의 미래에 대해 입을 모아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Q. 음악마케팅산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가
이지형: 백화점, 쇼핑센터 같은 곳에서 음악과 관련된 전문가를 찾는다고 먼저 연락이 왔어요. 최근 10년 동안 한국에서도 매장음악 서비스 업체가 10여 개정도 활동하고 있는데 주로 저희처럼 음악을 만들고 선곡한다기보다는, 음악 네트워크 시스템를 구축하는 역할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최근에는 매장음악 서비스 업체들도 자체 음악PD를 두고 선곡 쪽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Q. 두 사람이 이 산업과 관련해 특화된 것은 무엇인가
노건호: 다른 업체들은 음악을 송출하고 재생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종의 IT기업들로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영화음악, 드라마음악을 제작하는 콘텐츠 업계의 프로듀서들이에요. 그리고 많은 곡들의 저작권도 권리하고 있어요. 다른 회사들과는 차별화됐다고 생각하고, 클라이언트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Q. 최근에는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가
이지형: 최근에는 강남 지역의 레스토랑에서 문의가 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미슐랭 평점을 받은 곳도 있어요. 음식과 서비스, 인테리어는 갖춰졌으니 음악을 좀 잘 갖추고자 하는 마음으로 연락을 주셨어요. 지금까지는 음원차트 상위권에 있는 음악을 그냥 실시간으로 틀어두셨나봐요. 아마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도 선진국이 되면서 이런 니즈가 생기는 것 같아요. 매장음악은 효과적인 마케팅 도구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모두의 삶의 질과 행복을 높여줘요. 음악은 다른 마케팅 수단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효과도 크고 이를 넘어 행복감도 줄 수 있습니다.
Q. 일반적인 매장음악마케팅은 소비활동 촉진이 목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다른 것 같다. 본래 목적보다는 행복, 서비스, 삶의 질 등이 먼저인 건가.
이지형: 패스트 푸드점은 의자를 딱딱하게 만들고 빠른 템포의 음악을 틀어야 고객 회전률을 높여 매출이 오른다…. 제가 볼 때 그런 단계는 지난 것 같아요. 시장에서 공급자가 넘치는 상황이니까 이제는 고객들한테 어필할 수 있는 우리 브랜드만의 가치와 감동에 대해 생각해요. 음악 마케팅은 소재가 음악이라서 기능적인 걸 넘어서 본질적인 측면을 바라보죠.

Q. 본질적인 측면을 충족시키는 게 소비 촉진보다 더 힘든 일이 아닌가.
노건호: 둘 다 어렵긴 마찬가지에요.(웃음) 공간마다 다를 거예요. 기능적인 것을 원하는 곳도, 분위기를 원하는 곳도 있어요. 예를 들어 백화점 고급 브랜드는 트렌디하면서도 고급스럽고, 진부해도 안 돼요. 참 어렵죠?(웃음) 그래서 더 재밌어요. 저는 작곡가이기도 하지만 디제잉도 하니까 어떤 음악이 나와야한다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편이에요. 공간이 주는 이미지가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Q. 기억에 남는 클라이언트의 요구가 있는가
노건호: ‘최신곡으로 해주세요.’ 내지는 ‘빌보드 차트에 있는 걸 해주세요.’라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 어떻게 보면 쉬워요. 하지만 ‘이럴 거면 왜 나를 불렀지?’라는 질문을 하게 돼요(웃음). 이럴 땐 어느 정도 맞춰드리긴 하지만, 제가 판단하기에 매장 브랜드와 어울리는 노래를 섞어드려요. 트렌디한 노래들 사이에 튀지 않을 만한 좋은 음악을 넣는 건데, 이래야 다른 매장과 차별화가 생길 수 있거든요.
이지형: 같은 생각이에요. 클라이언트가 자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음악적으로 표현하는데 진지한 고민을 하면 저희도 정말 재밌어요.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거니까요. 그런데 ‘그냥 잘해주세요’하면 답답할 때도 있죠.
Q. 매장음악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유가 있는가.
이지형: 예를 들어 관련 업계의 통계를 보면 일본의 매장음악은 그 규모가 약 2조원이나 되는 큰 시장인데, 한국은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지만 200~300억 정도로 추정되고 있어요. 한국과 일본의 시장 규모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한국은 향후 적어도 3000억 정도까지 충분히 발전하리라고 예측합니다. 이렇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변수가 관련 저작권법과 시행령의 개정이예요. 우리나라 저작권법에서는 일반 상점에서 음악을 틀 때 저작권료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음악이 중요한 업장이거나 대규모 시설의 경우 예외적으로 저작권료를 내야하는데 그 대상과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어요.
Q. 앞으로의 매장음악 시장의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할 것 같나.
노건호: 음악 장르로 따지면 마트에서 실험적인 걸 틀긴 어려워요. 기능적인 걸 원하니까요. 편집샵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 매장들은 장르에 상관없이 특이한 걸 원해요. 한 장르만 원해서 뻔해지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 공간에서 다양한 시도들을 하면서 더 큰 산업이 될 거라고 봐요.
이지형: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대부분 기획사나 음반사를 생각하기 마련인데, 제가 볼 때 매장음악 산업쪽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을겁니다. 이 산업은 분명히 커질 거예요.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음악을 직업으로 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매장음악서비스업체들이 점점 대형화되고 전문화되면서 기획자, 프로듀서, 창작자들을 더욱 필요로 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