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묘한 빛과 향에 취한 저는 여전히, 가질 순 없지만 버릴 수도 없습니다.
인류 최초의 술, BC 9000년 전 인류가 마셨다는 술 와인은 이제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술이자 그 오묘함 때문에 와이너리 여행까지 유행할 정도입니다.
영어로는 와인(wine), 프랑스에선 뱅(vin), 독일에선 바인(wein),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선 비노(vino)로 불리는 이 와인의 세계로 여행 떠납니다. 와인박람회입니다.

↑ 왠지 유혹 당해버릴 것만 같은 분위기.
아주 조금 술을 입에 댈 수 있었던 10년 전쯤, 저도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특히 관심이 많았던 와인은 피노누아(Pinot Noir)였습니다. 까다로운 품종인 만큼 그 오묘한 맛과 향은 어느 와인보다 뛰어납니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좀 까칠한 성격.
피노누아와의 인연은 그 무렵 영화 ‘Side Ways’에서 비롯됩니다. 영화 속에서 결혼 1주일을 앞둔 친구의 총각파티를 위해 절친남 둘이 와이너리 여행을 떠납니다. 무대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소노마 지역. 여행길에서 만난 두 여성과 와인에 관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여기서 피노누아가 등장합니다.

스테파니의 질문에 마일즈는 대답합니다. "피노누아는 재배하기 까다로와서 오랫동안 참고 인내해 보살피면 최고의 맛과 향을 선사하니까"라고.
이 피노누아는 주인공 마일즈의 현실을 대변하는 품종이었고 결국 어려운 현실의 삶을 잘 극복하라는 인내심을 가르칩니다. 어쩌면 당시의 제 모습과도 같았으리라 생각됩니다.
피노누아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이 원산지로 정통 적포도주 품종입니다. 가장 비싼 와인 품중입니다. 지금은 미국, 뉴질랜드 등 신세계에서도 많이 재배되며 와이너리도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카베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에 비하면 생산량이 매우 적습니다.
영화에서도 말했듯이, 피노누아는 테루아에 민감하기에 오래 인내하며 보살피면 최고의 맛을 선사합니다. 그러니까 보살핌과 인내심입니다. 우리네 인생사같은 이야깁니다.

이 피노누아 단일품종으로만 만드는 그 유명한, 범접하기 어려운 와인이 바로 ‘로마네 콩티’입니다.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로 잘 알려진 와인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갖고 싶어하지만 누구나 갖기 어려운 와인입니다. 왜냐면, 프랑스 왕자가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병에 수백만원 해도 없어서 못 사는 와인입니다.
와인은 알아갈수록 방대해 어렵지만 아는 만큼 재미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끝이 없기에 알아가는 과정도 한없이 이어집니다.
이젠 마실 수 없지만, 오로지 눈과 코로만 마셔야 하는 와인이지만 여전히 알아가는 사이이므로 와인에 대한 저의 플라토닉 사랑은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