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예은 기자] 영화 ‘대립군’의 정윤철 감독이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놓고 분노를 드러냈다.
정 감독은 5일 SNS을 통해 “‘대립군’을 더 이상 영화관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아무리 호불호가 갈리고 예매율이 낮지만 개봉 1주도 채 안되었는데 영화를 좋게 본 분들의 입소문은커녕 개봉했으니 이제 막 보려고 하는 이들조차 영화를 만나기 힘들어졌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정 감독은 6일(오늘)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미이라’를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예매율) 1등인 ‘미이라’에게 극장을 왕창 몰아주며 ‘대립군’과 ‘노무현입니다’가 직격타를 맞았다. 독과점 문제를 늘 지적해왔기에 제 영화가 혹시나 극장을 너무 많이 차지할까봐 내심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6일 만에 퐁당퐁당 교차상영이라니 대한민국은 정녕 지옥이다”며 한탄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대통령이 아무리 바뀌어도 재벌들이 안 바뀌고 돈이 최우선이면 아무 소용없다. 승자독식, 1등만 살아남는 사회는 정글이지 사람 사는 곳이 아니다. 90억짜리 영화가 이렇게 당하는데 작은 독립영화들은 얼마나 우습고 하찮은 파리목숨이겠냐”고 말을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그는 “조선시대 비정규직이었던 대립군들을 어렵게 불러냈건만 현 시대에서도 그들은 차별과 멸시 속에 씁쓸히 빛의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애도해달라. 영화를 보실 분들은 발품을 팔아 아침과 밤에 어렵게 보더라도 이번 주에 보시기 바란다. 다음 주에는 역사의 뒤안길로 거의 사라질 테니. 이 원한과 불의, 자본의 폭력을 절대 잊지 않겠다. 감독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라며 분노를 드러냈다.
이와 같은 정 감독의 성토는 등장과 동시에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는 영화 ‘미이라’로 인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미이라’의 예매율은 60%를 웃돌며 높은 관객수를 끌어 모으는 중이다. 그 뒤를 ‘원더 우먼’, ‘캐리비안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가 이으며 박스오피스의 상위권은 외화 차지가 되었다.
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정재와 여진구 주연의 ‘대립군’은 예매율 6위를 기록했으며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3~4위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누적관객수는 66만7954명을 기록해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둬들이고 있다.
하지만 정 감독이 ‘노무현입니다’와 함께 독과점 문제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로 보인다. 580개의 스크린 수로 시작해 빠른 속도로 100만 돌파까지 이뤄낸 다양성영화 ‘노무현입니다’와는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90억 원이라는 대형 자본이 들어가고, 대형 배급사 이십세기폭스코리아를 통해 809개의 스크린으로 시작한 ‘대립군’은 명확히 상업영화이기 때문.
일주일마다 대형 블록버스터와 신작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개봉 직후 영화에게 많은 스크린 수가 주어지는 건 영화산업의 불가피한 행태다.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과 초장부터 관객의 입소문을 단단히 잡는다면 스크린 수 증가는 자연히 따라오는 일이다. 일례로 ‘노무현입니다’의 상승세가 그러한 경우다.
‘대립군’의 상영 축소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파악된다. 높은 스크린 수와 객석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저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상영관 축소로 이어진 것이다. 자본의 정도나 스크린 및 상영관의 수가 영화의 흥행에 크나큰 영향을 끼치는 건 확실하다. 그러나 그 방향을 결정하는 건 관객들의 애정과 선택을 기반으로 한 수요라는 점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관행으로 이어져온 그러한 방식의 스크린 독과점이 결코 올바른 것은 아니다. 고르지 못한 분배 자체를 향해 분노를 표출한 정윤철 감독의 울분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지점이다.
한편, ‘대립군’은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로 피란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왕세자로 책봉되어 분조를 이끌게 된 이들 광해(여진구 분)와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의 운명적 만남을 그린 작품이다.
이예은 기자 90090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