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예은 기자] 지난해 여름은 유독 시대극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스크린을 뜨겁게 달궜다. 덕혜옹주의 일대기를 재조명한 영화 ‘덕혜옹주’, 일제 강점기 시절 경성 첩보를 다룬 김지운 감독의 ‘밀정’, 그리고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삼았던 ‘아가씨’까지 묵직한 무게감과 감동을 선사하며 높은 흥행률을 보였다.
올해 여름은 영화 ‘박열’을 시작으로 ‘군함도’, ‘택시운전사’까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비극적인 아픈 역사를 수면 위로 올려 관객들에게 진한 메시지를 던질 예정이다.
가장 먼저 28일 개봉을 앞둔 영화 ‘박열’은 ‘왕의 남자’ ‘동주’ ‘사도’ 등의 작품으로 시대극의 장인이라 불리는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923년 도쿄를 배경으로 해 6천 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이제훈 분)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최희서 분)의 실화를 담은 영화로, 권력 혹은 정부 통치의 부재를 뜻하는 아나키즘의 시작을 알리며 독립을 위한 조선인들의 저항과 뜨거운 열망을 담아냈다.
익히 우리가 접했던 시대극 속 독립투사의 이야기와는 궤를 달리한다. 단순한 독립 투쟁의 과정을 그려놓은 것이 아닐뿐더러 극의 분위기 또한 암울함에서 탈피했다. 일본 제국의 한복판에서 아나키스트 단체 ‘불령사’를 만들어 활동하며 부당한 권력에 맞서 저항했던 아나키스트 박열의 삶을 조명하며 시종일관 유쾌함을 이어간다. 그 속에 피어나는 그들의 진정성은 뜨거운 쾌감을 선물한다.
7월 개봉을 예정하고 있는 시대극의 다음 타자, ‘군함도’는 공개 전부터 큰 화제를 몰고 온 작품이다. 1930년대 일제 강점기의 역사를 새롭게 조망하기 위해 유달리 공들였기 때문. 225억의 순제작비와 그 외의 부가적인 비용을 포함해 총 260억 원의 총제작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들의 관심은 더욱 폭발적으로 커졌다.
‘베테랑’ ‘베를린’ 등으로 세련된 연출을 뽐내는 류승완 감독이 지휘한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은 섬)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특히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 충무로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작품의 대중성까지 함께 가져간다.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이 영화를 다큐멘터리로 만든 게 아니다. 영화적인 서스펜스와 활력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영화적인 쾌감이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며 “한일관계의 관계가 잘 풀려가길 바라는 사람이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갑을 관계도 아니질 않나. 감성팔이나 ‘국뽕’의 영화는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보편적인 인간이라면 가질 수 있는 태도와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며 작품이 담은 진심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영화 ‘택시운전사’는 ‘의형제’를 연출했던 장훈 감독이 배우 송강호화 다시 한 번 조우해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 운전사 만섭(송강호 분)이 통금 전에 광주를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 분)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향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다.
우리나라의 가장 찬란했던 시절 중 하나로 불리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전 세계에 보도한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헌츠페터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은 영화로 1980년 5.18 광주 민주 항쟁의 역사 속, 평범하게 살았던 시민들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