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이제훈이 드러낸 뜨거운 불덩이

기자 2017-06-22 16:49:01

[메인뉴스 이예은 기자] 영화 ‘박열’에게, 그리고 인간 박열에게 심장 같은 인물이 있다면 그 주인공은 바로 가네코 후미코(최희서 분)다. 후미코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홀로 꽃을 피운 당당하고 거친 면모를 지닌 여성 캐릭터다. 그만큼 후미코 역할은 독보적인 연기력을 펼쳐낼 수 있는 배우가 소화해야했고 그 자리는 최희서에게로 돌아갔다. 신예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내공으로 이제훈과의 조화로운 앙상블을 펼쳐내는 데에 완벽히 성공했다. 이제훈 역시 무한한 애정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중 분들은 ‘동주’라는 작품을 통해 인지를 했겠지만 저는 ‘동주’를 보고 ‘이 사람 드디어 나오네’ 싶어서 반가웠어요. 최희서 씨가 나온 독립영화를 봤는데 일반인을 데려와서 연기했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자연스러웠거든요. 그 때부터 원석 같은 배우라고 각인이 됐어요. 그런데 이후에 ‘박열’을 통해서 저와 만나게 됐을 때 너무나 반가웠어요. 모르시는 분들은 신인 배우가 이런 큰 작품에 등장한다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하실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박열의 20대 초반을 표현할 때 쿠미코라는 인물 없이는 설명이 안 되거든요. 그만큼 두 인물의 앙상블이 중요한데 최희서 씨가 너무 잘 해내줬어요. 앞으로 한국 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요.”

이어 “영화에서 최희서 배우가 애드리브로 ‘찡긋’ 표정을 지어요. 그런데 제가 화답을 해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감옥으로 가는 장면에서 ‘따라오면 안 돼’라고 하며 함께 ‘찡긋’ 하죠. 최희서 씨가 해주지 않았더라면 저도 하지 않았을 표현이에요. 배우로서 놀라운 순간이에요”라며 벅찼던 경험을 생생히 전했다.

이제훈이 최희서에게 남다른 특별함과 소통의 재미를 느낀 건, ‘영화’라는 공통 관심사 덕분이었다. 실제로 최희서 역시 영화를 워낙 좋아하고 깊고 해박한 지식을 지녀, 이야깃거리가 넘쳐났다는 후문이다. 이 하나의 요소로 깊은 공감을 느끼는 이제훈은 줄곧 ‘연기’라는 한 우물만 파온 천생 배우다. 스물두 살 이라는 나이에 그 누구보다 뜨거운 열망과 행동으로 불꽃같이 타올랐던 박열처럼 어린 날의 이제훈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저의 20대는 연기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던 시점이에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브라운관과 스크린에 나오는 배우들이 친근했거든요. 그리고 저 사람처럼 될 수 있을 것만 같고 화려한 모습에 대한 동경도 있었죠. 그러다가 무작정 연기 학원에 가고 극단으로 들어갔어요. 연기하겠다는 꿈 하나로 사서 허드렛일을 하고 무대에도 서보고 뮤지컬도 경험해보면서 배우를 하고 싶다는 배움의 과정을 거쳐 갔죠.”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에도 부딪혔어요. 배우라는 직업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됐고 그게 현실이니까요. 그게 현실이었던 것이다. 주위의 남자친구들은 이 나이 때 군대를 가거나 혹은 제대를 하고 나서 취업을 하는 등의 발전이 있는데 저는 뭔가 하고 싶다는 것에만 고립되고 머물러있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생겼거든요. 배우라는 직업은 결과적으로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었어요. 누군가 나를 발견해주고 선택을 해줘야 할 수 있는 직업임을 깨달으면서 혼란에 빠졌어요. 하지만 그래도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이전엔 돌아갈 곳을 생각해뒀다면, 이제는 그 부분을 모두 다 버리고 온전히 배우의 길에 저를 던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고통을 감내하는 게 힘들었지만 그 치열함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든 것 같아요.”

영화 ‘파수꾼’ ‘건축학개론’ ‘탐정 홍길동’부터 드라마 ‘시그널’ ‘비밀의 문’ ‘내일 그대와’ 등 코미디, 추리수사극, 로맨스 등 온갖 장르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다채로운 연기력을 탄탄히 다져온 이제훈은 어느새 신뢰 가득한 든든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목마르고, 언제라도 뜨겁게 폭발할 발화점을 지니고 있는 청년이다.

“제가 작품을 선택하고 연기할 때는,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거론되거나 다시금 봤을 때 의미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제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었으면 하거든요. 그게 제 연기관에 있어서 가장 큰 맥락이에요. 앞으로도 그 모습을 계속 현재진행형으로 가져가고 싶어요. 부와 명예를 떠나서, 제가 지금 걷는 길을 보는 사람들에게서 ‘저 친구 되게 괜찮은 친구야. 좋은 작품 많이 했어’라는 말을 듣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