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성녹차밭에서 벌교로 향하는 길목에 득량면이 있습니다.
득량(得糧), ‘식량을 얻다’라는 뜻을 가진 이 지명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군량미가 떨어졌을 때 이곳에서 식량을 구했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생긴 지명입니다. 병사들이 먹을 식량을 구했기에 연이어 승전했을 당시를 잠시 생각해 봅니다.
요즘은 남아도는 게 쌀이라 그 귀중함을 잊고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도 듭니다. 저 한 톨의 쌀, 그 밥심으로 왜군을 물리쳤는데 말입니다.
보성과 고흥반도 사이로 깊게 파고 들어온 득량만, 그 해안가에 작은 평야가 펼쳐져 있습니다. 이곳에서 난 농산물과 가까운 산에서 채취한 임산물,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수산물이 넘쳐 나니 언제나 풍족한 고장입니다.
득량면에는 득량역이 있습니다. 1930년에 지은 득량역, 아련한 근현대사 속 주민들의 삶을 싣고 오간 역입니다. 경전선(慶全線)의 기차가 지금도 하루 10회 이 역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경전선은 경상남도 밀양의 삼량진역에서 출발, 광주광역시 송정역을 종점으로 하는 철도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하며 전략을 짰다는 운주당을 앙증맞게 복원해 뒀고 세 마리의 거북이가 산으로 올라가는 소원바위는 많은 사람들에게 행운을 안겨다 준다고 합니다. 그 영향인지 정치계, 법조계, 학자 등 수많은 인재가 배출된 지역이기도 합니다. 득량역 ‘소원바위’가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수십 년 전 득량에서는 구들장이 유명한 특산품이었는데 인근 칼바위산에서 채취한 구들장은 이 역을 통해 전국으로 실려 나갔습니다.
지금 이곳은 추억의 7080거리가 조성돼 있습니다. 아니,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여행객들은 당시의 교복을 빌려 입고 부쩍 나이 든 얼굴로 고교시절로 돌아가 봅니다. 또 경험해 보지 못한 젊은 여행객들은 전설 속의 검정교복을 입고 즐거워 합니다.
득량국민학교, 역전이발관, 역전만화방, 행운다방 간판이 내걸린 거리의 풍경들이 빠른 초침을 잠시 멎게 해줍니다.
(벌교 6색 여행③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