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부드럽고 길게"...데뷔 20주년 유리상자의 힘

기자 2017-09-01 18:36:51

[메인뉴스 김소율 기자] 유리상자가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유리상자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학전 블루에서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스무살’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를 열었다.

1997년 데뷔한 유리상자는 20년 동안 ‘순애보’ ‘신부에게’ ‘사랑해도 될까요’ 등 수많은 히트곡을 양산해냈다. 이번 앨범 ‘스무살’에는 유리상자의 대표곡을 리메이크한 5트랙과 신곡 5트랙까지, 총 10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세준은 이번 앨범의 방향과 리메이크 콘셉트에 대해 ‘어쿠스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노래 중 ‘알아요’라고 많이들 해주시는 노래들”이라면서 “앨범 콘셉트 자체가 약간 어쿠스틱이다. 악기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원래 유리상자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를 제대로 완성도를 높여 들려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편곡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노래에는 듣는 이의 추억과 사연이 있기 때문에 원곡처럼 되기가 힘들다는 걸 알지만, 가수들의 욕심에 있어서는 또 달라서 만족스러운 편곡을 하기 위해 세련되게 했다”고 편곡에서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타이틀곡 ‘선물’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마음을 서정적인 가사와 유리상자 특유의 달달한 목소리가 귓가를 사로잡는다. 이세준이 작사하고 박승화가 작곡한 미디엄 템포 발라드 곡이다.

이날 행사가 열린 장소는 유리상자에게 뜻 깊은 장소다. 바로 유리상자가 데뷔 당시 처음으로 공연을 열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승화는 “학전에서 공연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고(故)김광석 때문에 많이 알려진 곳이기도 하지만 97년 12월에 우리가 처음으로 콘서트를 한 곳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소극장을 가득 매운 공연을 하는 게 꿈이었다. 둘이 함께 이곳에서 처음 공연을 할 때 서너분 앉아있던 기억이 난다”면서 “20주년 기념 앨범 낸 뒤 공연을 이 공연장에서 하려고 미리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학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20년 전 이곳에서 공연을 펼쳤던 유리상자는 20년이 흐른 지금 다시 같은 장소에 앉게 됐다. 추억에 대한 회상과 더불어 데뷔 20주년에 대한 감상도 남다를 터다.

이세준은 “내 머릿속의 가장 긴 시간이 10년이었는데 지금 그 두 배인 20년 동안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대견하기도 하고 감사한 일 같다”고 감격을 드러냈다. 이어 “어떤 가수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대답은 늘 같았다. 공연을 많이 하고 반짝만 뜨는 가수가 아닌 가수가 되고 싶었다”면서 자신들의 목표를 되짚었다.

박승화는 활동 성적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중들과 함께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성적에 대한 큰 욕심은 없다”고 답했다.

이세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꿈을 갖는 건 아름다운 일이지만 현실과 괴리가 클 때 돌아오는 건 상실감과 괴리감이다. 신인이라면 원대한 포부를 갖고 정상을 향해 열심히 매진하는 게 도리이겠지만, 우리는 치열하게 히트를 위해 하기보다 좀 떨어져서 음악을 하려고 한다. 소극장에 관객들 모시고 공연하는 정도가 우리가 바라는 거다”라고 꾸준히 활동하고 싶음을 밝혔다.

또한 “우리가 완만한 하락세를 겪고 있는데 어떤 가수들은 그것을 잘 못받아들이더라. 하지만 우리는 성격 탓인지 무리 없이 잘 받아들이고 아쉬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는다. 예전만 그리워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아닌 게 다행이다. 그때에 비하면 아주 작은 소극장에서 적은 횟수의 공연을 펼치지만 이렇게 사는 것도 충분히 행복하다”라면서 소신을 털어놨다.

성적에 대한 욕심은 덜고 음악에 대한 열정은 더한 유리상자인 만큼 공연에 대한 갈증은 컸다. 박승화는 현재 800여 회 공연을 치룬 것에 대해 “20년이나 했는데 아직 800회도 안 됐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얼마나 더 남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뤄보고 싶은 건 1000회 공연이다”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아울러 이세준은 “불화와 멤버교체, 해체 없이 지금까지 왔다는 것이 뿌듯하다. 훗날 가요사를 짚을 때 우리가 가장 오래 활동했다는 걸로 짚어졌으면 좋겠다”고 뮤지션으로서 지향점을 밝혔다.

유리상자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스무살’은 이날 오후 6시 발매된다. 이후 유리상자는 1일부터 3일까지 이 장소에서 총 3회의 공연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