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힙합 속의 페미니즘, 최삼

기자 2017-12-01 13:24:10
현재 삭제된 이미지/ 출처=올티 인스타그램

최근 유아인의 페미니즘 선언에 연예계가 뜨겁다또한 한국 힙합계도 후끈 달궈지고 있다남성 래퍼들의 여혐 가사 논란이 쉴 새 없이 쏟아지고여성의 신체를 조롱하며 성희롱이 명백한 채팅을 캡쳐해서 스스로 SNS에 올린 철없는 어느 래퍼도 있다.

쇼미더머니 시즌6’로 대중들에 이름을 알렸던 남성 래퍼 올티는 2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사진을 캡쳐해 직접 올렸다. '쇼미더머니6' 지코와 딘 팀에 속했던 행주 등이 속한 단톡방으로 보이며올티의 발언 이후 지코행주양홍원 등이 대화에 등장한다단체 채팅방의 대화는 이러하다올티가 최근 이슈가 된 영상을 패러디하는 말투로 "니키미나즈 빵댕이(엉덩이잘 모르겠어요살짝 보형물 넣은거 같긴 한데~"이라며 미국 래퍼 니키 미나즈를 성희롱 했다지코와 행주양홍원은 "ㅋㅋㅋㅋㅋ"라는 반응을 보였다.  

올티의 이 성희롱 발언 뿐만 아니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웃은 지코행주양홍원은 성희롱을 방관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비난이 거세지자 올티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또한 지코와 행주 역시 올티의 성희롱 발언에 동조하는 웃음이 아니었다며 부인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최삼 'Suicide' 앨범자켓

이렇게 한국 힙합계 곳곳에 찾아볼 수 있는 여혐 논란 속에서 당당히 여성인권에 대한 소신을 밝히는 래퍼가 있다바로 최삼이다최삼은 2014년 디지털 싱글 앨범 으로 데뷔했다최삼은 벌써 17개의 앨범을 내 마니아층을 거느린 래퍼로 알려져 있다

최삼은 자신의 곡 농구공에서 성별에 대한 차이를 주제로 여성들의 격한 공감을 샀다

학교교복 하복 반팔은/팔이 짧아 반의 반 팔/선명하게 나뉜 색/수업 중엔 늘 딴 마음/

날 지적하는 선생님/내 팔을 지적해/남자들은 괜찮고/난 안된대서 맘이 삐걱대

(중략)공원 벤치에 노부부는/내 성별을 물어/농구공 통통 튀기면 좋은걸/이건 내 염색체랑 상관없이 동글동글해

또한 최삼은 페이스북 계정에 이상한 일이다유아인 씨의 글을 보면 '진짜 페미니즘'과 '가짜 페미니즘'이라는 분류를 하고 있는데 일단 거기에 대한 내 의견은 다 접고 유아인 씨의 글만 보자면 결국 본인이 생각하시는 올바른 페미니즘이 있고 그걸 하라는 걸로 결론이 난다그렇다면 '유아인 최고' '갓아인외치는 수많은 사람은 '올바른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사람들일 것이다그 사람들이 올바른 페미니즘을 지지하며 온건한 페미니즘 활동을 해왔는지 생각해보자” 하며 최근 유아인 페미니즘 논란에 대해 뚜렷한 소신을 밝혔다

이어 남성래퍼 올티의 성희롱발언이 뜨거운 이때 또 다른 게시글을 올려 여성누리꾼들의 환호를 받았다

나도 그러고 싶다 너의 성별을 기반으로 한 욕들을 써가며 너를 일반화 하는 랩을 만들고 그런 내 랩을 들으며 좋아하는 너와 너의 친구들을 한심하게 보며 나와 똑같은 사상을 가진 여자 열댓 명 둘러앉아 술자리에서 너와 니 친구들을 그저 골빈 새끼들이라 칭하며 씹다가 술이 좀 더 오르면 너와 니 친구들의 몸매를 평가하며 "주면 먹을 수 있냐"는 말에 깔깔웃으며 넘기고 싶다가끔 한 두명의 여자가 남자래퍼인 너의 칭찬을 해도 결국 얼굴과 몸매 이야기로 끝내고 싶다.” 

최삼의 이 게시글은 미러링’ 화법으로 단순히 남성과 여성을 치환해 한국 힙합 문화에서 여성이라서’ 당하는 수치스러운 상황을 돌려 말하고 있다또한 일반적인 여성까지 공감하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을 정확하게 꼬집어냈다

실제로 한국 힙합 문화에서 여성이란 벗기고 싶은 창녀로 묘사되거나 성스러운 성녀’ 혹은 어머니로 이분법 될 뿐이다이러한 뒤틀린 흐름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페미니스트 래퍼 최삼을 응원하는 이들이 많다.

인지도와 영향력이 높은 남자 배우가 페미니스트와 메갈짓이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했다그러나 반대로 이 단어를 직접 사용해 화두가 되고 있는 여성은 일반인 (한서희 언급하지말까요?) 와 언더에서 활동하는 래퍼다이 격차만 보더라도 이 사회에 만연한 차이점을 눈치 챌 수 있다여성이 이 단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여성인권에 대해 깊은 공부를 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며논리적으로 완벽해야 할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결점이 없어야 한다는 아이러니를 갖고 있다일반적인 여성도 부당한 대우 속 하고 싶은 말을 참아야 하는 이 사회에서 최삼의 소신 발언은 독보적일 수밖에 없다그렇기 때문에 최삼의 행보는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