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서지혜, ‘인생캐릭터’의 양면성과 무게감 토로

기자 2018-02-14 17:16:56

배우 서지혜가 '인생캐릭터'라는 평에 대한 부담감을 고백했다.

서지혜는 최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KBS 수목드라마 ‘흑기사’ 종영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겸손하면서 진중한 연기자의 면모를 보였다.
‘흑기사’ 매력적인 악녀 샤론으로 분한 서지혜는 인생캐릭터를 만났다는 호평을 받았다. 서지혜는 온갖 악행을 저질러 대중에게 미움을 받을 법도 했지만, 오히려 앙큼한 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서지혜는 먼저 종영소감으로 “시원섭섭하고 기쁘다. 겨울을 이렇게 보람차게 보낼 수 있다”고 밝히며 홀가분한 심정을 드러냈다.
 
‘흑기사’에서 샤론이 재로 변해 사라져버리는 결말에 대해 “처음부터 죽는 결말을 알고 있었다. 감독님이 많은 고민을 했다. 석고상으로 변해서 무너져 내리는 것도 생각했다. 어떻게 죽는지 많은 고민을 했다. 잘 마무리 됐다”고 답했다.
이어 서지혜는 “악녀가 아닌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고 캐릭터에 대한 그간의 고민을 토로했다.
 
그는 “일부러 올드하게 연기했다. 대사의 느낌을 많이 살렸는데 오히려 엉뚱한 모습으로 나왔다. 일부러 코믹한 연기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진지함이 사람들이 봤을 때 웃음코드가 됐다”고 밝혔다.
 
가장 많이 호흡을 맞췄던 장미희 배우에 대해선 “연말에 베스트 커플 상을 노려보자고 할 정도였다. 언니처럼 잘 받아주셔서 그런 케미스트리가 잘 살았다. 극중 베키가 샤론 엉덩이 때리는 장면도 원래 없었다. 내가 짧고 굵게 엉덩이 맞는 장면을 넣자고 주장했다”고 돈독한 사이를 드러냈다.
 
또한 서지혜는 “제가 캐릭터 설정상 베키(장미희 분)와 승구(김설진 분) 앞에서는 사람 냄새나는 연기를 했다. 후반부 베키와 서로 밀어내고, 등지는 장면이 너무 슬펐다. 베키도 샤론이 밉지만 버릴 수 없는 것에 대해 서로 울컥하는 씬이 있었다. 둘이 째려보며 싸우는 씬이었는데 둘 다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고 답했다.
'흑기사'에서 서지혜는 틈틈이 애드리브를 시도했다고 고백했다. 서지혜는 “문신 장면이 애드리브였다. '거울 보면서 누가 더 예뻐' 하다가 마지막에 '내가 더 예쁘지' 라는 말들이 애드리브였다. 방송에 나올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뻔뻔하고 예쁘더라”고 유쾌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솔직히 '인생캐릭터'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다. 연기활동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럽고 저는 아직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작년 ‘질투의 화신’ 때도 인생캐릭터라는 평을 들었다. 그런 게 중요하지만 저는 연기를 계속 할 거고 어떻게 연기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똑같은 마음이다”라고 덧붙이며 소신을 드러냈다.
많은 고민이 느껴지는 대답 속에서 서지혜는 “배우들에게 인생캐릭터는 오히려 안 좋은 것 같다. 다음 작품에서 그걸 깨야하는 부담감과 두려움, 힘듦이 있다"고 인생캐릭터의 양면성을 털어놨다.
서지혜는 "사람들한테 각인되고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혼자 자만하기 싫다. 열심히 연기를 했고 사람들한테 칭찬을 받았다는 만족감 정도로 생각한다”고 겸손하면서 무게감 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분량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자, 한참을 고민하다 “캐릭터가 너무 튀다보니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사실 여론을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댓글을 많이 보진 않는다면서 “샤론은 불쌍하고 짠한 캐릭터였다. 초반 무게감 있게 미스테리한 인물로 나와서 짠한 느낌이 나올지 걱정했다. 방송이 나가고 '샤론이 짠하다'. '불쌍하다'는 댓글이 나와서 좋았다. 의도한 느낌이 살았다”라고 전했다.
 
서지혜는 어느덧 데뷔 15년차로 접어들었다. 매 작품마다 인생 캐릭터라는 평을 이끌어낸 서지혜는 그만큼 의 책임감과 무게감을 이해하는 배우였다. 노인분장도, 춤 추는 장면도 모두 즐거웠다는 서지혜에게서 노련미까지 느껴졌다. 서지혜의 다음 인생 캐릭터는 무엇일까. 앞으로 수많은 인생 캐릭터를 만날 서지혜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