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속 며느리는 어디에도 없다

기자 2018-04-13 17:49:45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첫 방송 후 반응이 뜨겁다.

지난 12일 첫 방송된 MBC 파일럿 교양 프로그램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올해 상반기 최고의 문제작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전통에 대한 과감한 문제 제기를 던진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이에 대해 시청자들의 반응은 너무나 뜨겁다.
 
먼저 "이제야 이런 프로그램이 나왔다"며 열렬하게 반기는 여성 시청자들이 대다수다. 또한 그 안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지며 연출진이 기대했던 방향으로 나아가는 추세다.
 
모두가 다 아는 고됨이기에 공감보다 안타까움이 먼저 앞섰다. 현재 며느리들의 방송보다 더 심했던 사연이 적힌 댓글들이 줄을 잇는 가운데, 비혼을 외치는 미혼 여성들의 반응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반면 남편과 시집을 변화시키는 것 역시 며느리 본인의 몫이라는 일부 지적도 있다. 일부에 따르면 며느리가 시댁의 억지와 요구를 확실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일명 '착한 며느리 병'으로 인해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
 
그러나 사랑의 결실이라고 불리는 결혼의 대가가 혹독한 시집살이라면, 며느리가 그것을 책임져야 할 이유는 없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방송 중에서도 남편의 입지는 불안하고, 좁기만 하다. 아내에게 힘이 되어주긴커녕 방관자의 입장에서 아내의 눈물을 닦아주기만 한다. 이에 대한 불만도 폭주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남편에 대한 감정을 이입해서 출연진의 남편을 질책하고 있다.
 
남성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흥미롭다. "우리 집은 안 그런데"부터 시작해 "반성한다"까지, 다양한 반응들의 공통점은 미약하게나마 가족문화의 오류를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파일럿 3부작이기에 지금 이 열기를 이어갈지, 혹은 다시 사그라들지 알 수 없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전국 기준 4.6%을 기록했다. 13일 오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하며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기에, 정규편성에 대한 가능성 역시 적지 않다.
 
비록 아직 미래를 알 수 없지만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뒤틀린 가족문화의 현실을 정확하게 짚어내며,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의를 갖는다. 프로그램이 변화의 창구를 제공했으니 이제 변화해야 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