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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6

아버지의 역할보다 개인의 삶을 중시한 영화 '레슬러'가 출격한다.
오는 9일 개봉하는 영화 ‘레슬러’는 한국식 정서가 다분한 가족 영화다. 아빠 귀보(유해진 분)는 성웅(김민재 분)을 위해 모든 것을 한다. 단돈 몇천 원을 아껴 아들 전지훈련 비용을 마련하고, 항상 아들 앞에는 더운밥, 본인 앞에는 찬밥을 둔다.
극 중 프로 살림꾼을 도맡은 아버지는 자기보다 자식을 우선시한다. 어쩐지 익숙한 풍경이다. 그간 희생의 아이콘이었던 어머니라는 존재를 아버지로 치환했지만, 전혀 이질감이 없다. 자식이 없으면 끼니도 제때 챙겨 먹지 않는 모습이 과거의 어머니 모습과 겹쳐 보이기까지 한다. 이처럼 쓸쓸한 귀보의 뒷모습에서 모성애가 풍기는 이유는 디테일한 연출력 덕분이다.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가족 정서이기에 마음 깊이 공감할 수 있다. 어렸을 때 한 번쯤은 들어본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이 말에 대꾸 안 해본 이가 어디 있을까.
그러면서도 이야기는 친구의 어머니를 자처하는 가영(이성경 분)의 등장과 함께 신파를 벗는다. 아들의 반항과 아버지의 고민. 이를 유쾌하게 풀어가는 것은 가영의 깜짝 고백이다. 친구의 아버지를 남자로 바라보는 소녀의 등장은 관객으로 하여금 귀보를 성웅의 아버지가 아닌 한 인간으로 직시하게 만든다.
감독은 정신분석학적 용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아들이 동성인 아버지에게는 적대적이지만 이성인 어머니에게 호의적인 감정)라고 를 한국식 정서와 영리하게 접목시켰다. 아들이 아버지와 연적 관계가 되는 웃지 못할 전개를 유해진과 이성경이라는 배우를 이용해 밝고 유쾌하게 그려냈다.
신예 김민재의 발군 역시 빛났다. 극 말미 아버지를 향한 분노에는 당위성과 설득력이 있어 감동을 배가 시켰다.
이렇게 ‘레슬러’는 대한민국 가장의 이야기이면서도 아버지 개인의 성장기를 조용히 풀어낸다. 그간 아버지라는 소재는 책임감 혹은 자존심과 함께 등장해왔다. 그렇기에 아버지의 평범한 성장기를 담아낸 이야기가 새롭고 또 반가운 까닭이다.
작품은 나문희를 통해 아버지도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이 이야기 속에 자식과의 갈등을 현명하게 풀어내는 법은 없다.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이란 본래 풀어냈다가도 다시 엉키는 법이다.
극 중 가영은 귀보에게 “행복함을 좇는 것이 꿈이다”라고 말한다. 자신의 상황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지만 귀보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감독이 관객에게 전하고 싶었던 또 다른 메시지다. 역할과 욕망을 구분하고 꿈과 행복을 찾아 떠나는 것.
개봉 전 많은 이슈로 화두에 올랐던 ‘레슬러’, 아저씨들의 판타지 같은 것은 없었다. 가족극답게 밝고 건전함이 넘쳤다. 개봉을 앞둔 ‘레슬러’가 극장가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