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상류사회'가 익숙한 소재를 색다른 방식으로 다루며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그간 대한민국 상류층에 대한 고발과 풍자극은 다양한 이야기로 대중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았다. 상류층 가정의 하녀로 들어간 한 여자가 주인 남자와 얽히며 벌어지는 파격적인 이야기를 담은 '하녀'부터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배신을 담은 범죄극 '내부자들'까지 통쾌하면서도 극단적인 전개로 극장가에 신선한 충격을 예고한 바 있다.
영화 '상류사회' 역시 꽤 유사한 소재로 시작한다. 작품은 경제학 교수이자 촉망받는 정치 신인 장태준(박해일 분)과 능력과 야망으로 가득 찬 미술관 부관장 오수연(수애 분)이 상류사회를 동경하고 그것에 다다르지 못한 갈증을 보여준다.
변혁 감독 만의 날카로우면서도 냉소적인 시선이 곳곳에 담겼다. 특히 감각적인 미장센과 예리하게 그려낸 인간의 심리가 몰입도를 배가시킨다. 감독은 상류 사회에 대해 '많은 이들이 추구하지만 아름다운 만큼 추악한 것이 많은 곳'이라 지칭한다.
이처럼 그의 조소어린 관찰은 영화를 보는 이들부터 시선 끝에 있는 이들까지 뾰족한 송곳처럼 정곡을 찌른다. 피라미드를 역으로 올라가려는 부부와 우아하고 교만한 상류층의 인물들까지 인간적인 면과 비인간적인 면을 동시에 드러내며 '인간의 아이러니'를 말한다.
영화는 인간의 욕망, 본능, 정의 등 꽤 무게감 있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유머를 놓치지 않으며 완급조절을 적절하게 해냈다. 또한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를 따라가다보면 영화의 러닝타임이 길지 않게 느껴진다. 특히 그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입증됐던 수애의 연기력이 작품의 완성도를 최고조로 이끈다. 박해일의 새로운 캐릭터 도전 역시 시선을 절로 끌어당긴다.
영화는 결국 욕망과 정의, 자아를 내세워 '예술은 똥이야'라는 명대사 만을 남긴다. 이는 마치 극 중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비열한 사업가(김강우 분)이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게임 부루마블 같다. 수많은 돈과 땅이 오가는데도 결국 이는 모두 허상이다. '상류사회'가 말하고 싶었던 것 역시 극 말미 수애 앞에 놓여진 새빨간 커튼처럼 불타는 욕망이지만 이는 걷혀지고 만다. 이처럼 많은 질문과 물음표를 자아낸 '상류사회는 오는 29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