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가 그린 ‘나비효과’, 여전히 우리는 녹아내리고 있다 

기자 2022-09-27 23:09:38

 

[메인뉴스 홍진호 기자]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우리가 에너지를 많이 쓰면 쓸수록 북극에 있는 얼음은 녹아내리고, 세계 곳곳은 잠겨가고 있다.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지구 곳곳이 잠기고 있고 잠길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대중에게 충격을 안긴 바 있다. 그 예능프로그램은 김태호 PD가 연출을 맡고 많은 국민이 사랑한 MBC ‘무한도전’이다. 마치 미래를 예견한 듯 지구온난화로 웃음과 감동과 교훈까지 준 ‘나비효과’ 편은 현재 다시 조명되며 레전드 회차로 남고 있다.

당시 ‘무한도전’에서는 북극 호텔과 몰디브 리조트로 팀을 나눠 극과 극 체험을 즐겼다. 유재석, 하하, 노홍철은 몰디브 리조트로 꾸며진 세트에서 한겨울이지만 따뜻하고 호화로운 하루를 즐겼고 박명수, 정형돈, 정준하는 북극 호텔에서 추운 상황 속에 놓였다.

하지만 점점 이상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했다. 몰디브 리조트에서 에어컨을 틀자 북극 호텔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점점 무너지게 된 것. 그리고 북극 호텔에서 녹아내린 얼음은 몰디브 리조트로 흘러내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들은 각각 제작진이 만든 영화 ‘나비효과’를 감상했다.

그리고 ‘나비효과’의 주인공으로 단독으로 움직이던 길이 등장했다. 길은 제작진에 의해 빈집으로 향했고, 제작진의 지시를 따라 일상을 즐겼다. 가장 먼저 냉장고 문을 열고 선 채 이것저것 둘러보던 중 탄소(온실가스) 경보가 울렸다. 동시에 북극 호텔에서는 열풍기에 두 번째 불이 켜졌고 얼음은 더욱 빨리 녹아내렸다. 또한 얼음이 녹은 물은 다시 한번 몰디브 호텔 방으로 흘러갔다.

이어 길은 욕실에 들어가 물을 틀어놓은 채 면도와 양치질을 했다. 자막에는 면도와 양치질을 할 때 물을 틀어놓지 않으면 최대 9.5L의 물을 아낄 수 있다고 나왔다. 특히 길이 물을 틀어놓은 채 샤워를 하면 할수록 비상 상황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이를 지켜보던 멤버들은 “물을 사용해도 탄소 경보야?”라고 의아해했지만, 버려진 물을 정화할 때도 탄소가 배출된다.

그리고 길이 에너지를 낭비하면 낭비할수록 북극 호텔이 녹아내리는 것은 물론 몰디브 리조트에는 더욱 많은 물이 차올랐다. 갑작스럽게 맞은 재난 상황에 누군가는 “이렇게 살지 않겠다”며 재난을 겪고 나서야 참회의 시간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방송 말미, 2007년 9월, 북극 빙하가 종전 최저기록보다 23% 감소했고 1950년보다 50% 감소, 그린란드 표면 빙하는 15년 전보다 400%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재미를 주려는 예능프로그램 속 상황인 듯 연출했지만, 현재 우리의 상황을 누구보다 가장 단순하고 쉽게 보여준 회차였다. 한쪽에서는 무분별하게 에너지를 낭비하고 수많은 탄소가 배출, 다른 한쪽에서는 높아진 기온으로 인해 얼음이 녹아내리고 생태계를 위협받고 결국엔 모두가 무사할 수 없는 결과.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는 계속해서 지구온난화의 위험 속에 있다. 그 위험은 우리가 만들고 있고, 재난 상황을 막을 수 있는 것도 바로 우리란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