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가요] 열일하는 아이돌, 1년간 앨범 3장의 법칙

기자 2016-11-21 11:41:54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아이돌에게 365일은 짧다. 한 앨범이 나오기 무섭게 또 다른 앨범이 나오고, 음악방송 무대 위는 쉴 틈 없이 채워진다.

중견그룹의 경우 보통 3주 정도 활동을 하지만, 신인들은 지상파 방송 한 바퀴를 온전히 돌기도 빠듯해 가능한 오랫동안, 될 수 있는 대로 활동 기간을 늘린다. 때문에 요즘 신인그룹의 공백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16일 데뷔한 스누퍼는 올해로 데뷔 1주년이 됐다. 그 사이 낸 앨범은 ‘쉘 위(Shall We)’ ‘플라토닉 러브’ ‘레인 오브 마인드(Rain of mind)’ 미니앨범 3장, ‘폴라로이드’ ‘콤파스’ 싱글 2장으로 총 5장이다. 여기에 드라마 OST도 있다.

지난 2월 데뷔한 아스트로는 봄, 여름, 가을 계절별로 지금까지 앨범 3장을 냈다. 지난 3월에 데뷔한 크나큰 역시 선공개곡 제외, 미니앨범 3장을 발매했다. 지난해 9월 모습을 드러내 데뷔 1주년을 지낸 업텐션은 네 장의 미니앨범을 냈고, 곧 새로운 미니앨범을 발매하고 다섯 번째 컴백 활동에 나선다.

사진=판타지오 제공
사진=판타지오 제공

과거 아이돌은 타이틀곡 활동은 길게, 후속곡 활동은 짧게 펼쳤다. 지금의 아이돌은 리패키지 앨범을 발매하거나 정규앨범을 파트 1, 2로 앨범을 쪼갠다. 더블 타이틀곡으로 활동을 하거나 싱글앨범을 연달아 내는 경우도 많다.

위 네 그룹처럼 인지도가 필요한 신인인 경우는 싱글과 미니앨범 형태를 선호한다. 정규앨범보다 준비기간과 부담이 덜할 뿐만 아니라, 빠른 시간 안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노출 빈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싱글이나 미니보다 정규 형태가 좀 더 공이 실리고 성의 있어 보이는 모양새라 앨범의 퀄리티에 대한 지적이 제기될 수도 있다. 빨리 컴백하기에 급급해 대충 트랙 수만 채우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신인 아이돌의 미니앨범의 경우 신곡은 두 세곡 정도만 있고 나머지는 인스트루멘탈이나 리믹스 버전인 경우도 있다. 원래 미니앨범에 실리는 트랙수는 가사가 담긴 노래든, 연주곡이든 모두 포함해 보통 5~8개다.

하지만 단면만 보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신인 아이돌은 1~2년마다 정규앨범을 내는 가수들과는 아예 궤가 다르다.

사진=티오피미디어 제공
사진=티오피미디어 제공


북적거리는 아이돌 시장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끊임없는 노출과 홍보다. 신인 보이그룹 소속사 관계자 A씨는 “남자 아이돌 시장이 포화상태다. 또 팬들은 공백기가 긴 걸 좋아하지 않고 신비주의보다 자주 나오는 걸 선호한다. 최근 발매한 앨범은 공백이 5개월 정도였는데 그것도 길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다른 신인 보이그룹 소속사 관계자 B씨는 “신인이라 오랜 기간 동안 활동이 없으면 대중들에게 잊혀지기 쉽다. 그리고 신인들은 음악방송 말고 다른 방송에 출연하기가 힘들어서 음악무대로 대중들과 자주 만나려고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신인 보이그룹 소속사 관계자 C씨는 “이름을 알리기 위해 자주 컴백하게 됐다. 처음 보는 이름을 한번만 듣는다면 잊어버리기 쉬운 것과 같다”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팬층이 점점 늘어나는 게 보인다. 타 그룹 팬들에게도 이름을 많이 알렸다”고 했다.

그렇게 한 해 동안 완성되는 결과물은 대게 서너 장 이상이다. 이렇게 짧은 공백기인데 많은 앨범들을 어떻게 다 준비하는 것일까?

보통 데뷔 전에 추후 앨범 몇 장까지는 미리 준비를 해두거나 활동을 하면서 틈틈이 다음 앨범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또한 신인시절 동안 팬덤을 확장하고 인기를 높이며 자리를 잡기 위해 미리 전략 및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다.

사진=YNB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YNB엔터테인먼트 제공

A씨는 “세 번째 앨범까지는 데뷔 직전까지 준비를 해놨고, 이번에 발매된 앨범은 활동하면서 틈틈이 곡을 받고 녹음을 했다. 앨범을 낼수록 팬이 느는 수가 확 달라진다”며 “앨범 3장 정도는 내야 그제야 안정적인 팬덤을 구축할 수 있다고 본다”고 봤다.

B씨는 “활동하면서도 곡을 받고 틈틈이 콘셉트 회의를 하면서 차기 앨범을 준비한다”고 했다. C씨는 “활동 마무리 쯤 준비가 들어간다. 그래서 공백기에 휴식도 취하면서도 잠재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밝혔다.

물론 모든 그룹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아이돌은 끼와 실력 모두 갖추고 있는 경우도 많아서 조금씩이라도 작사나 작곡에 참여해 역량을 드러내기도 한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자작곡으로 앨범을 채워 나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

데뷔앨범부터 모든 곡을 작사 작곡해온 스타제국 신인 임팩트의 경우 지난 1월 미니앨범으로 이후 이달 11일 두 번째 미니앨범을 발매했다. 신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긴 공백기이지만, 그만큼 퀄리티 높은 자작곡을 위해 고민하고 더 나은 노래로 팬들을 찾았다.

결국 잦은 컴백이 무조건 나쁘다거나 무조건 긴 공백기를 가져야 좋은 것은 아니다. 팀이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과 그룹의 방향에 따라 다른 노선을 선택하는 것일 뿐이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